STYLE

루카스 오센드리버 "뉴요커들의 태도와 패션이 띠어리라고 생각해요"

2022.08.29이연주

띠어리와 협업한 캡슐 컬렉션으로 돌아온 루카스 오센드리버라는 익숙한 듯 새로운 이름.

오랜만이다. 랑방 옴므를 그만둔 이후로 어떻게 지냈나? 이전에 시간이 없어서 하지 못했던 일들을 하느라 꽤나 바빴다. 예를 들면 여행, 가드닝, 강연, 그리고 작은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당신은 디자이너로서 많은 것을 이뤘다. 패션을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패션을 대하는 태도나 생각에 변화가 있는지 궁금하다. 패션을 대하는 나의 태도와 생각은 늘 분명하다. 패션과 옷에 대한 나의 사랑은 물론이고,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손이 가는 현실적인 옷을 만드는 것에 가치를 두는 마음도 변하지 않았다.
예전 한 인터뷰에서 당신은 에디 슬리먼의 어시스턴트로 일한 2001년을 디자이너로서의 전환점이라고 얘기한 적 있다. 그 이후로 또 다른 전환점이 있었다면. 펜데믹이 큰 전환점이 됐다. 패션의 속도, 그리고 대중이 패션을 소비하는 방식에 큰 변화가 있었다. 우리가 한 가지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매우 짧아졌고, 끊임없이 다른 것들로 교체된다. 하지만 디자이너로서 과거에 메어있기보다 한 단계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로써 전에 없던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고 더 흥미로운 것을 찾게 된다.


띠어리와의 캡슐 컬렉션을 의뢰받았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무척 기뻤다. 나는 언제나 띠어리라는 브랜드를 좋아했다. 띠어리의 디자인과 옷에 대한 철학이 나의 성향과 일치하는 부분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여성복 디자인에도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이 매우 흥미로웠다.
당신은 ‘하이패션’이라고 할 법한 정갈하게 재단한 재킷과 수트, 턱시도를 선보이곤 했지만, ‘쿠튀르’보다는 ‘스트리트’에 가까운 옷을 만들었었다. 이번 컬렉션을 준비하면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무엇인가? 띠어리는 나에게 뉴욕 그 자체인 브랜드다. 뉴요커들의 애티튜드와 패션이 곧 띠어리라고 생각해왔다. 뉴욕이라는 도시에서 사람들은 끊임없이 움직이고 어디론가 향한다. 옷은 그 자체로 분명한 목적이 있어야 하며 실용적이면서도 잘 디자인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이번 캡슐 컬렉션을 만들면서 기능성과 실용성에 중점을 뒀다. 무엇보다도 시간, 장소와 관계없이 입을 수 있어야 한다. 사무실에서 일을 하다 곧장 극장이나 근사한 저녁 약속에 갈 수 있도록 말이다.
난 아직도 당신이 히트시킨 스니커즈를 선명하게 기억한다. 당신은 럭셔리 스니커즈의 선봉장으로 2000년대 초 중반 남성들의 마음을 설레게 만들었다. 띠어리의 슈즈와 액세서리 라인도 기대되는 이유다. 나에게 액세서리란 룩을 보완할 수 있는 요소다. 특히 신발은 사람의 많은 부분을 설명한다. 그것이 내가 스니커즈 디자인에 공들인 이유이기도 하다. 이번 캡슐 컬렉션에서는 멋진 코튼 벨벳 소재의 스니커즈를 만들었다. 깊고 풍부한 컬러들을 사용했고 캐주얼하면서도 시크하다.


이번 컬렉션에는 여성복도 포함되어 있다. 이번 협업이 나의 첫 여성 컬렉션이다. 사실 과정은 매우 순조로웠고 특별히 내가 일하는 방식을 바꾸지는 않았다. 띠어리는 남성과 여성을 구분시키는 브랜드가 아니기 때문에 가능했다. 물론 재단이나 디테일에서 미세하게 다른 부분이 있지만, 여성 컬렉션을 디자인하는 것은 많은 가능성을 선사한다. 특히 드레스 디자인은 처음이었는데 아주 재미있었다.
가장 공들인 아이템이 있다면? 파카 아우터. 이것은 내가 구입해서 입고 싶을 정도로 맘에 들고 자신있는 아이템이다. 디자인은 고급스럽고 독특한 슬리브 디자인과 많은 주머니를 넣어 실용성을 더했다. 안감을 대지 않아 안팎으로 아주 아름답다. 평소 당신이 좋아하는 것을 나열해본다면? 걷는 것, 사이클링, 가드닝, 그리고 현대 무용. 현대 무용은 나에게 늘 영감을 준다. 움직임이 지루할지라도 매우 생산적일 수 있다는 걸 깨닫게 해준다.
당신의 미학은 어디에서 비롯되나? 디자이너로서 나는 매우 ‘실천적’인 사람이다. 모델이 입은 모습을 직접 보고 원단도 직접 만져본다. 나는 스케치를 거의 하지 않는다. 스케치가 예뻐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창의성은 예상치 못한 순간에 다가오고, 주로 혼자 있는 시간에 찾아온다. 카페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시간, 혹은 비행기를 탔을 때 아이디어가 갑자기 떠오르기도 한다. 나는 그 자리에서 메모를 하고 리스트업을 한다. 그리고 가만히 앉아 사람들을 구경하는 것을 좋아한다.
계속해서 지켜가고 싶은 철학이나 신념이 있다면? 웨어러블하고 지금 시기에 사람들이 원하는 옷을 만들고자 하는 마음. 디자이너에게 가장 큰 기쁨이자 칭찬은 패션 매거진뿐만 아니라 실제로 내가 만든 옷을 거리에서 발견했을 때가 아닐까.

패션 에디터
이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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