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 랜디 "저 진짜 한국 사람이에요" | 지큐 코리아 (GQ Korea)

알렉스 랜디 "저 진짜 한국 사람이에요"

2022-10-24T18:37:01+00:00 |interview|

<그레이 아나토미>의 닥터 킴, 도자 캣 ‘Kiss Me More’ 뮤비의 바로 그 남자. 나의 이름은 알렉스 랜디.

아우터, 모자, 모두 폴로 랄프 로렌. 톱, 우영미.

GQ 지금 막 이 페이지를 펼친 사람은 이렇게 말할 지도 몰라요. “엇? 도자 캣 ‘Kiss Me More’ 뮤직비디오의 그 남자다!”
AL 그 뮤비, 한국에서도 인기 있었나요?
GQ 그럼요. 한동안 “그 남자 봤어?”가 꽤 화두였어요. 미국 여성, 심지어 흑인 아티스트 뮤비의 섹스 심벌로 아시아 남자가 등장하는 건 드문 일이니까요.
AL 할리우드에서 최초일걸요. 이유는 모르지만 도자 캣이 절 선택했대요. 저조차 믿을 수 없었는데, 뮤비에서 아시아 남자가 멋져 보이게 하고 싶었어요. 누구든 한국 남자는 멋있다고 여기도록요. 그런 역할을 제가 할 수 있어 기뻤고요.

팬츠, 리바이스. 슈즈, 컨버스. 티셔츠는 스타일리스트의 것.

GQ 우리는 뮤비 속 남자 말고 배우 알렉스 랜디에 대해 더 많은 걸 알고 싶어요.
AL 저는 알렉스 랜디고요. <그레이 아나토미>의 닥터 킴이 제 대표 캐릭터예요. 뉴욕에서 태어났고 엄마는 한국 사람, 아빠는 이탈리아 사람이에요. 올해로 서른 살이 됐고요. 엄마랑 한국말로 얘기하고 싶어서 스무 살 때 혼자 1년간 한국에서 살기도 했어요. 연세어학당에 다니면서 한국어를 공부했거든요.
GQ 당시에도 연기 지망생이었어요?
AL 솔직히 그땐 뭘 하고 싶은지 잘 몰랐는데, 나중에 연기를 해보고 싶다는 걸 깨달았어요. 티브이에서 다니엘 헤니를 봤거든요. 어쩌면 나도 저런 배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메이비 파서블?”

톱, 드리스 반 노튼. 팬츠, 리바이스. 슈즈, 라프 시몬스. 선글라스, 프로젝트 프로덕트. 조명, Hajime Goto at Constance.

GQ 이번엔 어떤 일로 한국에 왔어요?
AL 자주 와요. 매년 오는걸요. 지난주에는 부산국제영화제에 갔는데 가족의 친구인 인연으로 이병헌 씨도 만났어요. 2주 뒤에 LA에서 다같이 골프할 거예요.
GQ 한국 이름도 있어요?
AL 없어요.옛날에 친구가 임의로 지어준 적 있는데 ‘김주형’. 딱히 맘에 들진 않아요.저한테 어떤 이름이 어울릴 것 같아요?
GQ 잘 모르겠지만, 확실하게 ‘주형이’상은 아닌 것 같아요.
AL 한국 이름 하나 지어주세요!
GQ 좋아하는 한국 작품 있어요? 캐릭터에서 가져올 수도 있잖아요.
AL <부산행>요. <기생충>, <오징어 게임>도 재밌었고요.

아우터, 디안티도트. 팬츠, 리바이스. 티셔츠는 스타일리스트의 것.

GQ 한국 작품 속 캐릭터 중 본인이 연기했다면 잘했을 것 같은 캐릭터가 있어요?
AL <시크릿 가든>의 현빈?(웃음) 그리고 <마이 네임>의 박희순 씨 캐릭터 같은 빌런 역할을 하고 싶어요. 배드 가이가 더 재밌잖아요. 저는 항상 좋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지는 않아요. 사람들은 주로 제 웃는 모습을 보는데, 지금까지 보여주지 않았던 면이나 저의 어두운 면을 보여주고 싶어요. 배우로서 제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거든요.
GQ 함께 작업하고 싶은 한국 감독, 배우가 있나요?
AL 무조건 봉준호 감독님! <미나리>의 정이삭 감독님의 작품도 좋아해요. 그리고 <오징어게임>의 호연, 진짜 예뻐요.
GQ 봉준호가 투자하고 정이삭이 연출하며 정호연과 알렉스 랜디가 출연하는 영화 어때요?
AL 퍼펙트 시나리오인데요. 짱!

아우터, 보테가 베네타. 톱, 하이더 아커만. 팬츠, 슈즈, 모두 유니페어.

GQ 짱이라는 말도 알아요? <그레이 아나토미>에도 유창하게 한국어 대사를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걸 보고 어머니께서 감동해서 우셨다는 썰을 들었어요.
AL 루머가 아니라 실화예요. 엄마가 엄청 자랑스러워했죠. 제 캐릭터는 이름 미정 이었는데, 제작진이 우리 엄마 성이 김씨라서 닥터 킴이라 설정했거든요. 원래는 이름도 니코가 아니라 헨드릭스였다고 하더라고요. 이상하죠?
GQ 바로 그 닥터 킴으로 알렉스 랜디를 기억하는 사람도 많아요. 인턴 레비와 게이 로맨스를 펼쳤죠. 실감나는 게이 연기를 하기 위해 어떻게 연습했나요?
AL 저는 이성애자인데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볼 수 있으니 배우로서 좋은 도전 이었어요. 니코는 게이지만 오히려 최대한 남자답게 보이려 했어요. 닥터 킴이 강하고 자신감 넘치고 그런 사람으로 보였음 해서요.
GQ 닥터 킴 정말 멋지잖아요. 농담이지만, 닥터 킴 같은 게이가 있다면 논바이너리가 되고 싶을 정도라니까요.
AL 푸하하. 저 잘하고 있네요.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으면 기쁠 것 같아요.

니트 톱, 이알엘.

GQ 인터뷰에서 “아시안과 성 소수자를 하나의 역할로 결합하는 건 매우 특별한 경험이었고, 그들이 내 캐릭터를 보고 스스로를 자랑스러워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더라고요. 게이든 아시안이든 상관없이 랜 디의 니코가 멋있다고 느끼는 시청자가 많다면, 성공 아닐까요?
AL 바로 그거예요. <그레이 아나토미>의 저를 좋아하는 사람은 게이인지 아닌지 무관하게 닥터 킴에게 끌려요. 닥터 킴은 만약 누군가에게 끌린다면 섹슈얼리 티는 아무 상관없다는 걸 보여주는 캐릭터죠. 티브이에서 모두가 평등하게 그 려지는 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GQ 그래도 티브이 쇼에서 아시안 퀴어 의사 캐릭터를 보는 건 드문 일 같은데요?
AL 이런 캐릭터 또 없죠. 아, 저 아시안 남자 스트리퍼 역할도 한 적 있어요.
GQ 어떤 영화에서요?
AL 넷플릭스 <채울 수 없는>을 아직 안 봤다고요? 제가 속옷만 입고 열연하는데요? 저는 역사상 최초로 티브이에 나오는 아시안 남자 스트리퍼라고요. (웃음)
GQ 알렉스 랜디의 캐릭터 앞에는 뭐든 ‘최초’가 붙네요. 아시안 배우가 연기하는 배역의 새 서사를 써나가는 것 같은데요?

아우터, 아미. 톱, 릭 오웬스. 팬츠, 준지. 팬던트 램프, Nordisk Solar at Constance.

AL 흑인 여성 뮤지션 뮤비 최초의 아시안 남자 뮤즈, 최초의 아시안 게이 닥터, 최초의 아시안 남자 스트리퍼. 그럼에도 할리우드에서 아시아 배우로 살아가는 건 힘든 일이에요. 배역 자체가 많이 없어 경쟁이 심하거든요. 시장에 배역이 한번 나오면 모두 오디션에 달려들죠. 모든 배우가 언제 다음 일이 생길 지 모르니 걱정하지만, 아시안은 더 힘들죠. 그래서 항상 운동도 열심히 하고 기회를 잡을 준비가 되어 있으려 노력해요. 역할이 없어도 역할이 있는 것처럼요.
GQ 알렉스만의 비장의 무기는 뭐예요?
AL 마샬 아츠요. 제임스 본드, 슈퍼 히어로 뭐든 될 수 있는 몸을 늘 만들어 놓죠.
GQ 알렉스 랜디를 논하며 멋진 피지컬을 빼놓을 수 없죠.
AL 아, 몸?(웃음)
GQ 한국 팬 사이에서 별명이 있더라고요. 볼살 빠진 엄태구, 근육질의 차인표, 잘생긴 옥택연. 이 가운데 아는 이름 있어요?
AL 옥택연 알아요, 2PM. 잘생겼잖아요.
GQ 더 잘생긴 옥택연이라네요.
AL 오우, 모얼 핸섬! 감사합니다.(만족한 얼굴.)

톱, 드리스 반 노튼. 삼각형 오브제, Sculpture by Mihuchi, 1977 at Constance.

GQ 랜디와 이들의 공통점이 바로 멋진 피지컬이죠. 평소에 운동 좋아해요?
AL 당연하죠. 매일 웨이트 리프팅을 하고 러닝은 살 빠지니까 안해요. 어렸을 때부터 야구, 농구 다 해봤고, 테니스는 꽤 잘쳐요. 배우가 되기 전에는 테니스 선수를 하려고 했을 정도죠.
GQ 마샬 아츠 연습 영상을 SNS에 올린 적 있는데, ‘Next Super Hero’감이라는 댓글이 많더라고요. 마블의 아시안 히어로인 샹치 역을 꼭 맡고 싶었다고요?
AL 샹치는 중국 캐릭터라 제작사가 중국 배우만 원했어요. 오디션 기회도 없었죠.
GQ 한국인 슈퍼 히어로도 있잖아요.
AL 맞아요, <태스크마스터>의 ‘태극기’. 근데 저는 슈퍼 히어로보다 제임스 본드가 더 되고 싶은데요? 무엇보다도 본드의 액션이 좋고, 아직까지는 굿 가이보다는 빌런이 더 끌려요.
GQ 차기작에선 어떤 캐릭터를 보여줄 계획이에요?
AL 곧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 2> 오디션을 봐요. 출연이 확정된 건 아니지만, 좋은 넥스트 스텝이 될 것 같아 꼭 하고 싶어요.


GQ 다음에 한국에 오면, 한국 팬들에게 어떤 애칭으로 불리고 싶어요?
AL 그냥 알렉스 랜디요. 그냥 제 자신이고 싶어요. ‘미국판 누구누구’ 같은 별명도 친근하고 재밌지만, 다른 사람의 이름을 빌려 불리고 싶지는 않아요. 저는 한국 혼혈이고 한국 사람들이 제 백그라운드에 대해 알아줬음 해요. 왜 한국에 관심이 많은지, 왜 한국말을 더 공부하고 싶은지요. 저는 제 스스로가 백인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한국을 사랑하고 엄마랑 정말 친근한 사이죠. 아빠가 이탈리아 사람이지만 이탈리아는 가본 적 없어요.
GQ 원래 한국인들은 대부분 외갓집이랑 더 친해요.(웃음)
AL 그쵸. 저 한국 음식 많이 먹고 진짜 한국 사람이에요. 내년엔 엄마랑 한국에 올 거예요. 다음엔 꼭 한국 이름 지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