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어디까지 알려줘야 하나 싶은 이 세상 핑거 프린스와 핑거 프린세스를 위하여.
옛날 공주와 왕자는 필요한 게 있을 때 손가락만 까딱여 하인을 불렀다. ‘핑프’라 불리는 요즘 왕자, 공주는 다르다. ‘핑프’는 핑거 프린세스 또는 핑거 프린스의 약자로 손가락조차 움직이지 않는 사람을 말한다. 필요한 얘기는 다 해준 것 같은데 계속 묻기만 하는 눈치 없는 사람이나 직접 정보를 찾으려 하지 않고 남이 도와주기만 기다리는 게으른 사람이 여기에 속한다. 핑프는 어디에나 있다. 어리기도 하고, 늙기도 하며, 남자기도, 여자기도 하다. 외딴 성의 손가락 공주와 왕자들이 당신을 성가시게 한다면 이렇게 대처하면 된다.
👉 “글쎄요. 저도 잘…” 모호하게 답하기
약속 장소의 주소를 링크로 보냈더니 몇 번 지하철 출구로 나가야 하는지 묻는다. 주소 어플리케이션만 켜봐도 알 수 있을 텐데 마음이 답답해져 온다. 떠먹여 주다 못해 다 씹어줘야 하는 모양이다. 요즘처럼 정보가 넘치는 세상에 저런 태도라니! 출구 번호를 알려주면 스무고개처럼 그다음 질문이 나올 것이다. 길게 말할 것 없이 모른다고 끊어내면 된다. 도와줄 사람이 없으면 결국 스스로 하게 되어 있다. 번거로운 검색 과정은 생략하고 필요한 정보만 정리해서 듣고 싶어 하는 이기적인 사람이라면 굳이 도울 필요가 없다. 핑프는 주변 사람이 만드는 거다.
👉 “같이 찾아볼까요?” 찾는 법 알려주기
검색만 해도 알 수 있는 걸 왜 물어보지? 귀찮아서가 아니라 정말 몰라서 물었을 수도 있다. 컴퓨터나 휴대폰을 놓고 함께 화면을 본다. 뭐라고 검색해야 정보를 알 수 있는지, 어떤 상황에서 어떤 검색어가 적합한지, 좋은 자료는 어떻게 판단할 수 있는지 가르쳐준다. 실시간으로 배움의 기회를 주는 것이다. 옆에 있지 않은 상황이라면 “지도 앱에 내가 보내준 주소를 입력하고 최단 거리를 찾아봐” 정도는 알려주자.
👉 “직접 찾아보세요.” 단호하게 말하기
앞의 두 가지 방법이 영 내키지 않는다면 직접적으로 표현하자. “네이버나 구글에 검색해 보세요” 라 말한다. 여기서 상대를 민망하게 하고 싶지 않다면 “제가 지금 상황이 여의치 않습니다. 포털 사이트에 검색하면 자세하게 알 수 있을 거예요” 정도를 덧붙이면 된다. 검색을 잘하는 사람은 미래의 주도권을 잡을 것이다. 앞으로는 인간 모두가 정보의 바다에서 필요한 내용을 건져 재창조하는 법을 알아야 한다. 상대에게도 살아남을 방법을 알려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