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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연애로 얻을 수 있는 것들

2022.12.20박한빛누리

5년 이상의 긴 연애를 한 다섯 명에게 질문했다. 한 사람과 오래 사귀면 뭐가 좋을까?

눈빛만 봐도 척척

애초에 애인과 나는 어느 정도 맞는 사람이었어. 그러니까 이만큼 연애를 오래 할 수 있었겠지. 사귀다 보면 말이야, 갈수록 더 잘 맞아. 둘이 서로 맞춰가니까. 곤란한 상황에 부닥칠 때마다 같이 합의점을 찾아 극복해 나간 경험치는 어디 안 가. 쓱 얼굴만 봐도 무슨 일인지 파악이 가능한 경지에 오르게 돼. 다음에 어떤 문제가 생겨도 크게 두렵지 않아. 애인과 내 생각은 이미 많이 닮아 있으니까 힘을 합쳐서 또 이겨내면 되거든. (김기주 | 연애 6년 차)

FC 바르셀로나 급의 티키타카

연인을 기간제 베프라고 하잖아. 장기 연애는 그 기간이 엄청나게 길어진 셈이야. 베스트 프렌드는 대부분의 정보를 공유해. 베프로서 지난 8년간의 대화는 우리 사이에 유대감을 만들어줬어. 상대에게 좋은 일이 생기면 그 일이 일어나기까지 그가 어떤 노력을 했는지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이 나야. 진심으로 축하해 줄 수 있는 사람도 나지. 반대로 안 좋은 일도 위로를 할 수 있고. 세상 모든 사람 통틀어서 웃음 코드도 가장 잘 맞아. 웃음을 유발하는 배경지식을 공유하고 있으니까. (송지안 | 연애 8년 차)

꾸미지 않아도 괜찮아

연애 기간이 길어지면 신비감이 사라질까 걱정했어. 맞아. 사라져. 근데 그게 장기 연애의 가장 큰 행복이야. 내가 요정도 아니고 어떻게 매번 신비로울 수 있겠어. 설렘 유발 포인트는 별로 없어도 늘 편하게 지낼 수 있어. 며칠 독감을 앓은 뒤 씻지도 못한 채 죽을 퍼먹어도 어색하지 않아. 이 몰골로 마주 앉아 밥을 먹을 수 있는 사람이 또 누가 있을까? 엄마랑 애인 정도? 장기 연애하면 사랑은 휘발되고 의리만 남는다고? 섹스만 사랑이 아냐, 의리도 사랑이지. (양의준 | 연애 7년차)

에너지 절약

남을 배려할 때 인간은 에너지를 많이 쓴대. 심리적으로나 신체적으로나. 상황 파악도 해야 하고 상대가 필요로 하는 것도 알아내야 하니까. 눈치랑 배려, 양보 그런 게 다 에너지가 필요한 일이지. 6년씩 연애하잖아? 에너지를 별로 쏟지 않고도 상대를 배려할 수 있게 돼. 파악이 거의 되어 있거든. 어떻게 맞춰서 행동해야 하는지도 다 알아. 싸울 일도 잘 없어. 내가 회사에 있는 낮에는 연락이 어려운 걸 아니까 단답에도 서운해하지 않고, 애인의 친구는 다 알고 있으니까 늦게까지 밖에서 놀아도 걱정이 덜 되거든. (이지겸 | 연애 9년 차)

안정감에서 오는 안정감

한참 다툼이 잦은 연애를 하던 시절, SNS에서 이런 글을 봤어. ‘아침에 일어났는데 5년 사귄 애인이 옆에 누워 있었으면 좋겠다.’ 와, 생각만 해도 편안하더라. 그런데 내가 그 연애를 하게 됐어! 꿈이 이뤄진 거야. 장기 연애의 안정감은 다른 단점을 모두 커버하고도 남아. 더 좋은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는데 다른 사람도 만나봐야 하지 않겠냐고? 어떤 좋은 사람을 만나도 연애 초기에는 맞춰 나가는 시간이 필요해. 그때마다 상황을 구구절절 이야기하고 내 성격을 이해시켜야 하는데 그걸 어느 세월에 또 하고 있어. 함께 쌓아온 신뢰감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어. 몇 년 전만 해도 자꾸 주변에서 결혼 얘기를 꺼내서 곤란했는데, 요즘엔 그런 사람도 별로 없더라고. (박명진 | 연애 5년 차)

에디터
글 / 리효(칼럼니스트)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