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ctorial

티파니 영 "오늘도 내가 누군지 보여주자 내가 누군지 보여줘야 된다."

2023.03.23김은희

투명하게. 티파니 영의 질주.

오프숄더 원피스, 몰리고다드 at 분더샵. 반지, 프루타

톱, 와이드 팬츠, 이어링, 슈즈, 모두 돌체&가바나. 반지, 샤일라 at 10 꼬르소 꼬모 서울. 장갑은 스타일리스트의 것.

셔츠, 블랙 이너 톱, 스커트, 모두 발렌티노. 목걸이, 블랙 스타킹은 스타일리스트의 것

톱, 아티코 at 무이.

오프숄더 원피스, 몰리고다드 at 분더샵. 슈즈, 라군1992. 하트 펜던트 목걸이, 벨앤누보. 플라워 펜던트 목걸이, 반지, 모두 프루타. 블랙 스타킹, 워머는 모두 스타일리스트의 것.

톱, 팬츠, 모두 아티코 at 무이.

톱, 팬츠, 모두 방떼. 이어링, 밸앤누보.

톱, 스커트, 브리프, 모두 미우미우.

원피스, 구찌. 이어링, 천천

GQ <피크타임> 오디션 심사위원으로서 너무 좋은 말만 해주시는 거 아닙니까?
TY 다 합니다. 흔히 말해서 뜯어 고쳐야 하는 부분들! 발이 왜 이렇게 안 맞냐, 숨소리 유의해야 한다, 다음에는 보완해서 와야 하는 부분들에 대해 필요한 말, 제가 해줄 수 있는 말은 꼭 합니다.
GQ 애틋한 마음에 도리어 말을 아끼나 보다 싶었어요.
TY 그 친구들은 현장에서 다 흡수해가서 다음 회에 받아들이고 보완해와서 저한테 따로라도 고맙다고 하거든요. 저도 많은 걸 느끼고 배우는 시간입니다.
GQ 혹시 요즘도 오디션 보러 다녀요?
TY 그럼요. 작품을 하기 위해서는 늘 오디션 프로세스입니다. 드라마든, 영화든, 뮤지컬이든, 다 오디션 과정이에요. 미국 작품은 전부 오픈형 오디션이고, 지난 몇 달 사이에도 한 두세 개는 본 것 같은데요? 늘 치열합니다.
GQ 너무 당연하다는 이 표정이 늘 흥미로웠어요. 오디션 심사를 맡을 만큼 명성 있는 아티스트가 한편으론 오디션 참가자인 간극을 전혀 감추지 않아요.
TY 이건 부끄러워할 필요도 없고, 저는 오히려 항상 열려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그러니까, 저는 그 어느 곳에서도 투명하게 살고 싶어요. 갑자기 (머리카락을 탁 휘날리며) “나 이 작품 됐어”가 아니라 “I’m Working Hard For It. You Know?” 절대적으로 노력이 필요한 과정, 그걸 위해 제가 노력한 것을 알았으면 좋겠어요. 티파니니까? 그런 거 없어요. This Is Work. This Is Art. 소녀시대니까? No, Nothing Is Free, Honey. 오디션을 본다는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에요. 그만큼 제가 맷집이 생겼다는 거거든요.
GQ 그럼에도 거저 얻어낸 자리로 아는 반응을 보면 속상하지 않아요?
TY 퍼포먼스는 날로 먹는 게 못 돼서, 모든 퍼포먼스는 시간이 필요한 과정으로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저는 그냥 ‘여기에만 집중하자’라고 에너지 세이브를 많이 하는 편입니다. 소녀시대도 처음부터 지금의 소녀시대는 아니었습니다. 지금이야 감사하게도 “소녀시대 퍼포먼스 최고지”라고 해주시는 분들이 있지만 부족한 점 많았고, 미숙한 것도, 어색한 것도 많았어요. 그런데 그 과정이 있고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소녀시대가 된 것이라고 생각해요. 티파니도 똑같이 포기하지 않고 좋은 퍼포머가 되기 위해 걸어가는 과정 같아요. 피땀 눈물 흘리는 그 시간이 쌓여서 한 캐릭터, 한 캐릭터 만들어나가고 있는 지금 제 커리어에 저는 만족하고, 더 노력하려고 합니다.
GQ 맷집이라는 표현이 맴도네요. K-팝 대표 그룹 소녀시대로서 맷집 키울 일은 없었을 것 같은데요.
TY 아이, 소녀시대 하면 맷집이죠. 정말 다 노력해서 나온 거예요. 늘 새 콘셉트가 나오면 여기저기서 그랬죠. “망했네”, “쟤네가 오래 가겠어?”. 여자 아티스트가 겪는, 사회 생활하는 여성이 겪는 일 아닐까요? 그런데 지난해 15주년을 기념하며 우리(소녀시대) 모두가 건강한 모습으로 따로 또 같이를 계속 보여주었잖아요. 그것만으로도 되게 즐겁고, 서로에게 좋은 원동력이 됐어요.
GQ 보이지 않는 것들과 늘 싸워왔군요.
TY 네. 밝게 포장해서 여기까지 와서 더 그런 느낌이 드는 것 같아요. 그런데 이제 저로서는, 티파니 영으로서는 첫 솔로 앨범 (2016)때부터 점점 벗겨내고, 자연스럽고, 진짜인 것만 보여주고 싶은 제가 됐다고 해야 하나요? 그래서 제 마음에 통하지 않고 울리지 않는 것은 밖으로 표현도 안 하고, 입지도 먹지도 않고, 정말 ‘Real’만 갈망하는 저의 전환점이었어요.
GQ 그 “Real”의 방증이 2018년부터 본격적으로 선보인 솔로 앨범들 같아요.
TY 맞아요. 쏟아냈어요.
GQ 즉각적으로 느껴진 변화는 목소리예요. 티파니 목소리가 원래 이렇게 낮게 울렸나? 지금 대화하면서도 내내 드는 생각이에요.
TY 감사한 말씀입니다. 소녀시대라는 그룹은 제 10대 때 가장 원했던 사운드와 이미지였어요. 그런데 제 실제적인 톤과 타고난 컬러는 이 목소리 같아요. 예전의 저를 보면 음악이나 영화, 패션 테이스트가 하이틴스러웠는데, 지금 저를 보면 클래식하고 좀 더 다크한 걸 좋아해요. 내 마음속 깊은 데 있는 스타일은, I Think It Is A Lot Darker. 그게 이제 드디어 제 목소리, 사운드와 프로듀서들과도 일치가 되니까 그런 결과물들이 탄생하더라고요. ‘내가 제일 자신감을 가져야 할 보이스 컬러는 이거구나’ 좀 더 선명하게 찾게 된 시기였어요.
GQ 사실 이번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제일 생경했던 건….
TY (테이블에 바짝 당겨 앉으며 웃는다.) 어떤 거예요?
GQ ‘마그네틱 문 투어 Magnetic Moon Tour’.
TY 투어! 너무 즐거웠죠
GQ 마치 밴으로 케빈 엄마를 태워주던 <나홀로 집에> 밴드처럼. 어째서 열 몇 명의 스태프와, 버스 안 화장실을 써가면서, 4주 동안 북미 버스 투어를 했어요?
TY So Fabulous. 미국 또는 모든 뮤지션 투어는 그렇게 이루어집니다. 다 똑같아요. 굉장히 멋진 순간인데 누군가는 “Oh My God! 아레나 투어하고 돔 투어하는 티파니였는데”라고 하겠지만 No! 진정한 록스타가 되려면 밟아야 되는 과정이고요, 소극장 규모에 제 목소리 하나로 공연을 꾸리고 관객을 집중시키고 감동시킬 수 있는 건 큰 규모의 훈련과 다른 스타일의 아트라고 생각해요. 저는 그런 아티스트가 되고 싶어요. 그래서 그 과정을 밟았고, 진짜 터닝 포인트였고, 맷집이 어쩌면 그 순간에 이루어진 것 같아요. 상하반기 30회씩, 중간에는 아시아 투어만 한 15회 정도 했어요. 그 과정이 있어서 소녀시대 15주년 활동과 <시카고>, <재벌집 막내아들>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었을 거예요.
GQ 안팎으로 근력을 키웠군요.
TY 저는 늘 본 투 비 온 더 로드 Born To Be On The Road 같아요. 저는 투어와 라이브가 제일 좋습니다. 팬들을 직접 만나고, 제 목소리를 열심히 가꿔서 선물해줄 수 있고, 이 친구들이 또 무언가 에너지를 만들어서 그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람이 되어주는 것만으로도 어떻게 이걸 안 할 수가 있어요.
GQ 그 투어 버스 속, 다음 무대를 향해 밤을 질주하는 2층 침대 버스 속 티파니의 얼굴이 행복해 보였어요.
TY 정말 행복했어요. 한국을 떠나 (연기)학교를 다니면서 상담 수업을 오래 받았어요. 그만큼 제 멘털을 가꾸고 케어해줘야 했던 아주 극한 직업을 갖고 있었잖아요. 상담 받는 시기 동안 면역반응처럼 아팠던 게 막 올라왔어요. 임파스터 신드롬(Impostor Syndrome, 가면 증후군)처럼 ‘난 록스타가 맞는 건가?’, ‘난 퍼포머가 아닌 건가?’ 마치 지킬 앤 하이드 같은 시기였는데, 무대에 오를 수 있는 것만으로도 프라이드와 책임감을 가져야겠다는 또 다른 깨달음을 얻게 됐어요. 정말, 정말 즐거웠어요. It Was Bittersweet. 올 라이브 밴드, 노 코러스, 저 혼자 채워야 하는 솔로 세트 리스트가 22곡 정도였으니까. 그래도 할수록 무대는 감사하게 되는 공간이었고, 힐링하는 시간이었어요.
GQ 상담을 통해 나누고 싶은 짐은 무엇이었어요?
TY 저는 다 뜯어봐야 했어요. 중학교 3학년 때 바다 건너와서, 아시안 아메리칸, 코리안 아메리칸여성으로서, 이민자로서 음…, 그냥 모든 걸 다 하나하나 파악하고, ‘왜 그랬을까, 나의 옛날의 리액션들은?’ 또는 ‘이 옷과 이 컬러를 왜 좋아했을까?’까지 다 벗겨내면서 알아가는 시기였어요. 그래서 지금의 저를 좀 더 알게 됐어요. 상담받을 때는 스스로에게 굉장한 시간과 공감과 젠틀함을 쏟아부어야 해요. 쉽진 않았죠. 가족 히스토리부터, 빈 공간들이 왜 생겼는지 살펴봐야 했고, 데뷔하면서 사회에서 부딪혔던 스크래치들도 다 열어봐야 했어요. 그리고 그걸 커버해야지만 막 “으, 나 아파요. 나 알아줘요. Watch My Pain!” 할 게 아니라, 건강하게 스토리를 표현해내는 아티스트가 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래서 오늘 화보 콘셉트에 ‘‘Can’t Stop. 티파니 영의 끝없는 질주”라는 키워드가 적힌 걸 보고, 그게 지금의 우리(티파니 영과 함께 자리한 소속사 식구들을 아우르며)인데! 그게 전달이 된 것 같고, 그걸 알려주시는 것에 너무 감사드린다는 말을 하고 싶었어요.
GQ 자연스레 떠오른 표현이었어요. 그간 티파니 영의 행보를 보니.
TY 여태 이 몇 년간 좋은 마음가짐, 좋은 선택을 한 덕에 좋은 사람들이랑 있고, 지금이 있는 거잖아요. 진정성 있는 사람이 된 지금이, I Feel So Free! 너무 행복해요. 그런 아티스트의 길을 한 발자국씩 만들어나가고 있는 이 시점이.
GQ 눈앞의 만트라 보드에 요즘 이루고 싶은 주문을 적어놓는다면요?
TY 현재에 집중하자. Present Is A Present. 현재가 선물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현재에 집중하는 매일매일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저는.
GQ “살아가고 싶습니다”가 아니라 살아가고 있군요?
TY 네.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걸 만트라처럼 계속 “Be Present, Be
Present” 그래요. 그래야 내 눈앞에 있는 사람과 커넥팅할 수 있고, 더 깊게 얘기할 수 있고, 모든 순간을 소중하게 여기게 됩니다. 또는 공연할 때 제 만트라 보드, “You Are That Bitch.” 보셨죠?
GQ 그래서 궁금했어요. 곧게 쓰여있던 그 문장. “You Are 100% That Bitch.”
TY ‘네가 상상하는 그녀다. 오늘도 그대로 살아가면 된다’ 그런 만트라예요. 다들 아침에 일어나면 꼭 외쳤으면 좋겠습니다. 그거 너무 중요해요. 무대에 올라가기 전에 저는 항상 이 말을 하거든요. 오늘도 내가 누군지 보여주자. 내가 누군지 보여줘야 된다. 내가, 누군지, 보여줄 거다.

피처 에디터
김은희
포토그래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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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엄지
스타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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