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장남, 장녀들의 특징. 의젓하고 차분해 보이지만 그저 침착하게 돌아있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누구보다 진국.
대외적으로 싹싹하다.
첫째들은 의젓하고 어른스럽게 자랐다. 동생이 태어나는 순간 다 큰 어린이 취급을 받았기 때문. 세 살 무렵부터 ‘형다운’, ‘언니로서’의 모습을 요구받은 첫째들은 원만한 인간관계를 가지려 노력한다. 침착하고 리더십도 있다. 이들을 가까이서 보면 조용한 광인인 경우가 많다. 한 집안의 첫째로 자라려면 미치거나 남을 미치게 하거나 둘 중 하나인데 장녀와 장남은 남에게 해를 끼치느니 자기가 미치고 말 사람이다.
무의식중에 무거운 책임감을 지고 있다.
누가 그렇게 하라고 시키지도 않았는데 가족을 책임져야 한다는 기분을 가지고 있다. 가족 행사에 과하게 신경을 쓴다거나 소외되는 구성원을 포기하지 않고 챙긴다. 부모를 부양하고 동생을 챙겨야 한다는 부담도 지고 있다. ‘부모님이 없으면 내가 이 집을 지켜야 해’,‘엄마, 아빠가 그동안 고생했으니 이제 내가 도와야지’, ‘동생은 내가 돌봐야 해’라 생각하며 양육자의 역할을 자처한다. 가족 생각을 도무지 떨칠 수 없다.
받는 것보다 주는 게 편하다.
“동생한테 양보해야지.”란 말을 하루에도 몇 번씩 듣고 자란 장남과 장녀는 양보가 몸에 배었다. 과하다 싶을 정도로 남에게 잘해준다. 계산대에 서면 매번 자기 카드를 꺼내 계산한다. 이젠 누가 자기를 챙겨주려 하면 화들짝 놀란다. 남에게 신세를 졌다 싶으면 마음이 불편하다. 받은 은혜는 빠른 시일 내에 갚아준다.
오빠·누나라는 말이 쉽게 나오지 않는다.
자기 사전에 없던 말이라 편안하게 나오지 않는다. 윗사람을 부를 다른 말을 찾거나 말해놓고 닭살 돋아 하는 일이 잦다. 선배, 팀장님, 선생님, 사장님 등 다른 호칭은 충분히 할 수 있는데 오빠와 누나는 첫째에게 특별히 어렵다.
어디서든 1인분은 한다.
어려서부터 주변 어른의 기대치를 충족해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살아왔다. “네가 잘되어야 동생들도 따라서 잘하지”라는 말을 새겨들었기 때문. 어디서 무슨 일을 시켜도 제 몫은 해낸다. 반면 목표에 도달하지 못했을 때 실망감이 커 본인은 힘들어한다.
칭찬에 펄쩍 뛴다.
장녀와 장남은 웬만한 일에 쉽게 당황하지 않는다. 스스로를 긴급 상황에서 가장이 될 사람이라 생각하고 대비하기 때문이다. 그들이 놀라 허둥지둥할 때는 칭찬을 받았을 때다. 뭔가를 잘한다거나, 잘났다는 얘기를 들으면 두 손을 들어 휘적휘적 저으며 뒷걸음질 칠 것이다. 첫째들은 자기가 잘난 걸 알고 있어도 지나친 겸손으로 무장해 쉽게 칭찬을 받으려 하지 않는다.
타인의 고통에 깊게 공감한다.
가족 안에서의 문제와 다툼을 중재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다. 그래서 남이 어떤 고통을 느끼고 있는지 레이더를 세워놓고 민감하게 반응한다. 공감 능력이 뛰어나다. 잘못한 게 없는데 엄마한테 미안하고, 이미 잘 지내고 있는데 아빠의 행복을 빌며, 잘해주면서도 동생에게 더 잘해야겠다고 생각하는 게 첫째다. 남의 얘기에 귀 기울여 듣고 공감은 잘 하지만, 위로를 잘 하는 편은 아니다.
정작 자기는 참고 혼자 삭힌다.
말한다고 달라지는 게 없다고 생각한다. 가족이 나를 믿고 있다는 걸 알기 때문에 속마음을 더욱 말하기 힘들어한다. 이들이 남을 잘 위로하지 못하는 것은 그동안 다른 사람에게 위로를 요청하지 않고 살아와서다. 반면 깊은 신뢰를 가진 사이에서는 몹시 칭얼대기도 한다. 첫째들은 평소엔 참고 특별히 편안한 사람에게만 기대어 의존적 욕구를 채운다. 안 그러던 사람이 갑자기 투정을 부리며 위로를 바란다면 그만큼 나를 믿고 사랑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