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6회 칸 영화제에서는 경쟁 부문에 국내 영화가 초대되지 않았다. 대신 훌륭한 장편영화 다섯 편과 단편영화 두 편이 칸을 통해 전 세계의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칸 최초 상영 후에 올해 개봉 예정인 장편 영화들을 소개한다.
거미집 | 비경쟁 부문 초청작
이번 칸영화제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한국 영화. 비경쟁 부문 초청작이라 공식 수상 후보는 아니지만, 경쟁 부문 작품을 상영하는 뤼미에르 극장에서 상영하는 만큼 중요한 부문이다. <달콤한 인생(2004)>,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으로 이전에도 비경쟁 부문에 초청을 받은 김지운 감독의 신작이다. 1970년대, 완성된 영화 <거미집>의 결말을 다시 찍고 싶다는 강박에 빠진 ‘김감독’이 검열 당국의 방해와 비협조적인 배우와 제작자 사이에서 우당탕탕 촬영을 감행하며 벌어지는 ‘웃픈’ 일들을 담은 영화다. 김지운 감독에 따르면, 영화 내에서 제작되는 70년대 영화 <거미집>은 <조용한 가족>과 <장화, 홍련>의 조합 같은 고전 스릴러 장르이고, 영화 제작에 대한 이야기는 블랙 코미디가 될 것이라고 한다. ‘김감독’ 역할은 지난해 ‘브로커’로 한국 최초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배우 송강호가 맡는다. 2006년 <괴물>을 시작으로 벌써 8번째 칸 방문이다. <거미집> 안의 ‘김감독’이 촬영하는 영화 ‘거미집’의 주연은, 베테랑 배우인 ‘이민자’ 역의 배우 임수정과 그의 남편, 어설픈 바람둥이 ‘강호세’ 역의 오정세 배우이다. 이외에도 ‘김감독’을 지지해주는 재정담당 직원 ‘신미도’ 역의 배우 전여빈, <거미집> 스토리의 핵심을 쥐고 있는 신예 배우 ‘한유림’ 역의 정수정 배우 등 믿고 보는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 이번 5월에 개봉한다.
잠 | 비평가 주간 초청작
<잠>은 유재선 감독의 첫 장편작으로, 프랑스 비평가협회가 전 세계 감독의 첫 번째 혹은 두 번째 작품만을 대상으로 선정하는 비평가 주간 초청작이다. 이선균·정유미가 신혼부부 현수와 수진으로 분한다. 행복한 신혼 생활을 보내던 와중, 갑자기 현수가 잠들면 딴 사람처럼 이상행동을 하게 되고 증상이 심각해지면서 두 사람의 일상에 악몽이 펼쳐진다. 이 끔찍한 공포의 비밀을 파헤치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그린 미스터리 공포 영화이다. 일상의 공간인 집에 닥치는 예측 불허한 공포와, 두 배우의 완벽한 연기 호흡, 유재선 감독의 신선한 연출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봉준호 감독은 <잠>이 “최근 10년간 본 영화 중 가장 유니크한 공포 영화이자 스마트한 데뷔 영화”라고 극찬했다. 또한 유 감독은 그 해 칸 영화제에 초청된 모든 신인 감독들 중 가장 뛰어난 감독에게 수여하는 황금 카메라 상의 후보가 된다. <잠>은 올 가을 국내 개봉할 예정으로, 봉 감독의 조언대로 아무런 정보 없이 영화를 보기를 권장한다.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 |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
<굿바이 싱글(2016)>의 김태곤 감독이 연출하고 이선균, 주지훈이 출연하는 재난 영화. 액션, 스릴러, 느와르, 판타지, 호러 등 장르 영화 중에서 작품성과 대중성 있는 작품을 자정에 상영하는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 초청작이다. 짙은 안개 속에서 붕괴 직전인 공항대교에 고립된 사람들이 연쇄 재난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를 담았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건너는 다리가 한순간에 아슬아슬한 재난의 현장으로 뒤바뀌고, 친숙한 존재와 위협의 대상의 경계가 흐려지는 재난 상황의 섬뜩함을 그린다. 배우 이선균은 딸과 함께 재난 상황을 헤쳐 나가는 차정원 역을, 배우 주지훈은 레커차 기사 조박 역을 맡았다. 이로써 이선균은 <잠>과 함께 올해 출연한 두 개의 작품이 동시에 칸에 진출한다. <곡성>, <기생충> 등을 촬영한 홍경표 촬영감독, <길복순>, <킹메이커>의 한아름 미술감독, <신과함께>, <승리호>의 시각 효과를 담당했던 덱스터 스튜디오 등이 합세해 더욱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올해 개봉 예정이다.
화란 | 주목할 만한 시선
김창훈 감독의 첫 장편 영화로, 새롭고 독창적인 작품을 소개하는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초청작이다. 신인 감독의 데뷔작이므로 김 감독 역시 황금카메라상 후보에 이름을 올린다. 칸 영화제 소식 전부터 배우 송중기가 노개런티로 영화에 참여해 화제가 된 바 있다. 데뷔 이후 처음으로 칸의 레드카펫을 밟는 송중기, 티빙 시리즈 <방과 후 전쟁활동>의 신인배우 홍사빈이 주연이다. 지옥 같은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발버둥치는 18세 소년 연규(홍사빈)가 조직 세계에 발을 들이며 중간 보스 치건(송중기)과 만나는 강렬한 이야기이다. 요즘 가장 주목 받는 여자 솔로 가수 비비(김형서)가 높은 경쟁률의 오디션을 뚫고 연규의 동생 하얀 역을 맡았다. 송중기의 연기 변신과 신예 홍사빈, 김형서의 새로운 얼굴이 기대되는 작품이다. <신세계>, <무뢰한>, <아수라>, <헌트> 등 한국식 느와르 영화의 대가인 사나이픽처스에서 제작했다. 올해 국내 극장으로 찾아올 예정이다.
우리의 하루 | 감독 주간 폐막작
홍상수 감독, 김민희 주연 영화로, 프랑스 감독협회가 진보적이고 혁신적인 작품을 소개하는 감독 주간의 폐막작으로 선정되었다. 홍 감독은 이전에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극장전>, <다른 나라에서>, <그 후> 4편이 경쟁 부문에 진출하고 <하하하>가 주목할 시선 부문 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 홍 감독의 30번째 연출작인 <우리의 하루>는 그의 12번째 칸 초청작이다. 제작실장으로도 참여한 김민희 배우를 비롯해 기주봉, 송선미 등 홍상수 감독 영화에 자주 출연했던 익숙한 배우들이 등장한다. <우리의 하루>는 홍 감독의 기존 연출 스타일을 볼 수 있는 작품으로, 두 아파트 방에서 삶의 즐거움을 이야기하는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그려낸다. 칸영화제 감독주간의 줄리앙 레지 집행위원장은 “<우리의 하루>는 단순함과 미니멀리즘의 힘을 증가시켜 나가는 작품이다. 김민희가 어떻게 진정한 여배우가 되었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모습은 아름답기까지 하다”고 극찬했다. 올해 하반기 국내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