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여행이란 일탈 아닌 일상

2023.06.09김은희

이탈리아부터 뉴욕까지 달려서 세계여행.

이탈리아로 신혼여행을 떠나기 전 나는 티셔츠와 반바지, 운동화 등 달리기 용품을 따로 챙겨 여행 가방에 쑤셔 넣었다. 그걸 본 아내는 화를 냈다. “짐 많은데!” 나는 튕겨져 나온 달리기 꾸러미를 가방에 슬쩍 다시 집어넣었다. 이윽고 베네치아에 도착, 첫날을 보내고 아침을 맞았다. 잠든 아내는 내버려둔 채 러닝복을 입고 호텔 밖으로 나갔다. 두리번대다가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고 냅다 뛰었다. 무섭지 않았다. 누군가 쫓아온다면 나는 더 빨리 뛰면 되니까. 스마트폰 구글맵도 있으니 무적이었다. 나는 미로 같은 골목을 마음껏 헤맸다. 약 1시간 뒤 호텔로 돌아왔는데 아내는 여전히 자고 있었다. 나는 혀를 찼다. ‘쯧쯧. 이 좋은 걸 하지 않다니.’ 로마,<피렌체, 아말피에서도 나는 달렸다. 달리기를 하면서 나는 아내가 보지 못한 수많은 것을 덤으로 봤다. 가끔 아내는 자신이 나보다 해외에 더 많이 나갔다면서 나를 놀린다. 하지만 나는 전혀 약 오르지 않다. 나는 뉴욕에서도 뛰어봤고 일본에서도 뛰어봤고 중국에서도 뛰어봤다. 그러니까 나는 아내보다 해외에서 보고 들은 게 훨씬 많다. 여행지에서의 달리기는 내 영토를 늘리는 것과 같다. 아내가 놀릴 때마다 나는 작게 중얼댄다. “쯧쯧. 너 해외에서 달리기해봤어?” 글 / 윤성중 <월간산> 기자

    일러스트레이터
    윤성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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