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껏 자랑해 주세요. 이상할수록 아름다운 괴근 식물 이야기.
파키포디움 그락실리우스
“많은 사람이 괴근 식물에 입문할 때 ‘상아궁’ 또는 ‘코끼리발’이라 불리는 파키포디움 그락실리우스에 먼저 관심을 가져요. 가장 쉽게 접할 수 있고 특이하게 생겨 호기심을 자극하니까요. 그락실리우스는 마다가스카르 이살로 산의 사암과 바위 지대에 사는데요. 강수량이 적은 서식지 특성상 몸통에 수분을 잔뜩 저장하고 있죠. 풍선처럼 부푼 단단한 뿌리가 특징이에요. 절벽이나 바위틈 등 자생지의 특성에 따라 바디가 동그랗거나 납작하기도 하고, ‘멀티 헤드’라고 해서 여러 개가 붙어 있기도 해요. 개체별로 독립적인 수형이 애호가의 수집욕을 자극하죠. 제가 소개하는 식물은 섹시한 곡선을 가진 바디에서 길고 시원하게 줄기가 뻗어져 나옵니다. 개화 시기가 되면 가지 끝에서 긴 줄기가 나와 밝은 노란색 꽃을 작게 피워내는데, 귀엽고 아름다워요.”
손재영 @conkr.official
아가베
“아가베는 강인한 식물입니다. 뿌리가 없어도 반년 이상을 살 수 있고, 매일 물을 줘도 괜찮죠. 외모만 봐도 보통이 아닌 걸 알 수 있어요. 찔리면 피가 날 정도로 단단하고 날카로운 가시가 몸을 뒤덮고 있죠. 아가베는 키우기 쉽지만, 멋지게 키우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분재처럼 잎의 모양과 수형을 만들려면 많은 연구와 노력이 필요해요. 개체별로 잎의 모양과 잎을 덮은 흰 가시의 모양, 두께, 빛깔이 다르거든요. 사진 속 아가베는 멕시코 야생에서 자란 종이에요. 농장에서 키워진 아이와는 달리 거칠고 개성 있는 형태를 가지고 있죠. 꽃잎처럼 쌓여가며 자라는 아가베의 수형은 볼 때마다 감탄을 자아냅니다.”
박진우 @pj.wxx_mavi
파키포디움 그락실리우스
“코덱스(Caudex, 괴근식물)은 이상한 대비를 가지고 있어요. 우리가 주변에서 접하는 관엽 식물과 달라서 눈길이 가고 매력적이죠. 파키포디움 그락실리우스는 아프리카의 척박한 환경을 견디기 위해 뿌리에 욕심껏 영양분을 저장해요. 야생의 세월을 견디며 단단한 암석 같은 색을 띠게 되었고요. 뚱뚱한 뿌리에서 나오는 줄기와 잎은 얇고 길어요. 예상할 수 없는 이상한 대비가 주는 오묘한 아름다움이 있어요. 그락실리우스는 괴근 식물에 입문하면 가장 먼저 접하는 녀석이자, 여러 개체를 컬렉팅하게 되는 녀석이에요.”
최우석 @woosuk7
파키푸스
“오돌토돌한 바디와 자글자글 귀여운 잎의 조화는 다른 어떤 식물에서도 볼 수 없어요. 코덱스 식물 마니아라면 마다가스카르 원산의 목본류를 가장 가지고 싶어 할 텐데요. 이런 개체는 뿌리가 없는 상태로 수입되어 뿌리를 내리는 루팅(Rooting)이라는 과정을 거쳐야 해요. 최소 2주부터 6개월 이상까지 매일 돌보았을 때 가능하죠. 생존율이 10%도 채 되지 않아요. 온도와 습도를 맞추고 매일 무게를 재가며 애지중지 돌보던 식물에 어느 날 새잎이 ‘뿅!’하고 돋아나 있는 걸 보면 아, 얼마나 아름다운지! 안정화 단계를 거치고 도예 작가가 만든 화분에 매칭하면 그야말로 자연과 함께 만든 작품 한 점 탄생.”
권민석 @acetreeman
파키포디움 그락실리우스
“비스듬히 누운 식물과 제멋대로 뻗은 가지의 수형이 마음에 들어요. 식물과 화분이 조화롭게 어울려 하나의 오브제로도 충분하죠. 그락실리우스는 거친 환경에서 자라다 보니 각자 고유의 모양을 가지고 있어요. 절벽에서 자라느라 옆으로 누워 있기도 하고, 돌 틈에서 자라 찌그러진 얼굴을 하고 있기도 하고요. 무생물인 돌처럼 생긴 바디와 길게 뻗은 가지의 조합도 기괴한데 그 끝에 달린 잎들은 더 이질적이에요. 어울리지 않는 요소들이 하나의 생명체로 존재하는 것이 멋진 포인트입니다. 처음 괴근 식물을 키울 땐 동그랗고 밸런스 좋은 식물을 찾았지만, 점점 특이한 모양을 찾게 돼요. 코덱스에서 아름다움은 얼마나 괴기스러운가가 하나의 기준이 되거든요.”
이수민 @_eesum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