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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애호가가 고른 죽기 전에 먹어야 할 단 한 병의 위스키

2024.02.19임채원

죽기 전 딱 하나의 위스키만 먹을 수 있다면? 위스키를 사랑하는 남자들이 뽑은 최고의 술.

맥캘란 72년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1946년부터 숙성되어 72년을 보낸 맥캘란의 최고연산 위스키다. 매우 희귀하여 슈퍼 리치들에게도 꿈의 위스키라 불린다. 프랑스 명품 라리끄의 비스포크 크리스탈 디캔터에 담겼으며 세계적 건축가가 구조적인 케이스를 디자인했다. 섬세한 피트에 부드러운 오크 스모크, 달콤한 바닐라와 개운한 과실 향… 이 위스키의 맛을 짐작할 수 있는 건 오직 테이스팅 노트뿐이다. 전 세계 600병밖에 없기 때문에 그 맛을 아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시대를 거스르는 시간의 가치를 느껴보고 싶다. 죽기 전에 꼭 한 번 먹어볼 수 있다면. / 김진우, 브랜드 마케터

로얄 살루트 38년

이 위스키는 뛰어난 맛 이외에 이렇다 할 존재 이유가 없다. 철저하게 그러한 관점이라면 내 평생 이보다 맛있는 위스키는 없었다. 38년보다 숙성 기간이 길면, 신선한 노트가 부족해 맛이 떨어진다고 생각할 때도 있다. 가격은 기하급수적으로 오르고 있지만… 초고가 위스키임에도 그 맛을 생각하면 감히 가성비라고 칭해본다. 극강의 밸런스를 지녔다. 아주 여리고 섬세한 표현부터 중후하고 묵직한 숙성 풍미까지 화려하게 드러내는 술이다. 누군가는 애써 ‘부족한 개성’을 단점으로 꼽을 수 있겠지만, 원래 흠이 없을수록 개성은 줄어드는 법이다. 그것 빼고 이 위스키는 단점이 없다. / 김창규, 와인바 사장

옥토모어 9.1

술 한 잔이 주는 만족감으로 쳤을 때, 죽기 전 마지막으로 먹고 싶은 위스키를 꼽자면 이거다. 아일라섬 브룩라디는 실험적인 시도로 유명한 증류소다. 그중에서도 옥토모어 9.1은 증류소의 이런 면모를 잘 담고 있는데 높은 도수에다가 우디하고 드라이한 향이 아주 강렬하다. 연인과 헤어진 가을날 처음 마셨던 기억이 있는데 이별의 아픔은 잠시. 위스키를 맛보자 입꼬리는 올라갔다. 그 한잔만으로 매우 만족스러운 기분이 들었다. 다시 마셔도 그와 똑같은 감흥은 아니지만, 마실 때마다 새로운 뉘앙스가 다가온다. 쉽게 구하기도 어려워 바나 여행 가서 보이면 무조건 마시는 위스키. / 류찬영, 텐트바 사장

조니워커 앤 썬즈 킹 조지 5세

좋은 밸런스로 언제 먹어도 지겹지 않은 위스키. 밸런스 끝판왕 조니워커 블루보다 한층 더 풍부한 이 위스키를 뽑겠다. 한 잔으로도 황홀하기 때문에 평생의 딱 하나를 고르래도 킹 조지 5세가 될 것이다. 은은한 베리향과 스파이스의 조화, 너무 달지 않게 목구멍을 타 들어가는 느낌이 좋다. 부드럽지만 리치하고 묵직하게 넘어가는 그 느낌. ‘밸런스란 이런 것이다’ 하고 조용하지만 강력하게 시사하는 매력. 그냥 마셔도 좋고, 음식과 페어링해도 좋고, 시가를 태우면서 마시기도 좋고. 그럼 죽기 전에 마셔야지. / 김동현, 한량처럼 살기 위해 일하는 사람

디자이너
조승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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