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의 벚꽃 개화 시기는 제주도 기준 3월 19일. 높았던 겨울 기온만큼 평년보다 개화 시기도 조금 더 이를 것이라고 한다. 벚꽃 아래에서는 가벼운 맥주 한 잔을 즐기는 사람들이 가장 많긴 하지만, 색상도 맛도 벚꽃을 입에 넣은 것 같은 착각이 들게 하는 로제 와인을 가장 추천한다.
찰스 하이직 – 로제 리저브
와인 입문자에게 로제 샴페인은 막연히 벚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거란 기대감을 갖게 한다. 그러나 실제로 고급 샴페인 하우스들의 로제 와인들은 일반적인 황금빛 샴페인에 비해 더 드라이하고 바디감이 강하며, 타닌감까지 보여주는 게 대다수라서 ‘와린이’를 만족시키기 어렵다. 하지만 찰스 하이직의 로제 리저브라면 실망하지 않을 거다. ‘와린이’에게도 손에 잡히는 가격인데다 상상했던 것과 비슷한 낭만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피노 누아 40%, 샤르도네 35%, 피노 뫼니에 25%를 블렌딩해 만든 이 샴페인은 산미의 표현이 부드럽고, 기포도 섬세하다. 다채로운 베리류 과실, 복숭아, 자몽 등의 캐릭터가 곱고 예쁘게 표현되어 벚꽃과 핑크색 장미가 아로마가 진하다. 날렵하지만 날카롭지 않은 성격을 지니고 있어 와인 애호가들의 입맛까지 함께 사로잡을 수 있는 매력도 발견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20만원 이하의 로제 샴페인 중 최고의 퀄리티를 지녔다고 생각한다.
판티니 – 깔라렌따 로자토 메를로
500여년의 역사를 가진 판티니가 이탈리아 중부 아브루쪼 지역에서 메를로 100%로 생산하는 로제 와인. 메를로는 부드럽고 풍성한 과일의 맛을 내는 품종이지만, 신선하고 산뜻한 느낌으로 만들기는 어렵다. 그러나 판티니는 서늘한 밤에 손 수확으로 포도를 따서 압착까지 1℃의 환경에서 단시간에 처리한 뒤,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30일간 숙성해 과실의 신선한 맛과 향이 최대한 살아 있는 성격의 와인으로 깔라렌따 로자토메를로를 완성했다.
자몽과 꿀, 벚꽃, 푸근한 복숭아와 날 선 미네랄, 복숭아잼,감귤 마멀레이드, 딸기와 민트의 힌트를 경험할 수 있다. 잔당감이 살짝 있지만, 드라이와인이기에 달콤한 술을 싫어하는 사람도 기분 좋게 마실 수 있다. 대신 달콤한 향은 굉장히 강렬해서 로맨틱한 분위기에 잘 맞는다.
샤또 데스클랑 – 위스퍼링 엔젤
세상에서 로제 와인으로 가장 유명한 지역은 남프랑스의 프로방스다. 그중에서도 탑 생산자로 꼽히는 샤또 데스클랑은 같은 오너가 소유한 보르도 마고 지역의 그랑 크뤼 2등급 와이너리 샤또 라스꽁브를 만드는 와인메이커 패트릭 레옹의 손에 의해 만들어진다. 그는 샤또 무똥 로칠드와 오퍼스 원을 만들기도 한 인물이다.
위스퍼링 엔젤의 품종은 그르나슈, 쌩소, 롤의 블렌딩이며, 100% 스테인리스 스틸 발효한다. 벚꽃과 복숭아,멜론이 지배적인 아로마와 딸기와 체리 풍미를 느낄 수 있다. 마냥 가볍지 않은 바디감을 지녔으며, 상쾌한 산도와 미네랄리티가 전혀 부담스럽지 않게 균형감을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