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운동복 옵션이 넘쳐나는 시대에, 왜 누군가는 청바지를 입고 운동을 할까? 그리고 이 광경에 어떤 숨은 논리가 있는걸까?

거의 모든 헬스 마니아들이 결국 겪게 되는 특정한 굴욕이 있다. 무게를 묵직하게 들고,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하고, 적당한 기장 길이의 운동용 반바지를 입는 등 모든 정석을 따르던 헬스 광이 어느 순간 기록을 갱신하며 스쿼트 PR(개인 최고 기록)을 달성한다고 하자. 기분이 좋아진다. 그런데 고개를 돌려보니, 바로 옆 스쿼트 랙에서는 청바지를 입은 남자가 내 최고 무게로 가볍게 워밍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혼란스러운 순간이다. 왜 숙련된 리프터는 운동용으로 설계되지 않은, 오히려 움직임을 방해할 수 있는 청바지를 선택할까? 왜 이 신화적인 존재 — 겨울에도 반바지만 입고 다니는 아이 같은 — 가 모든 헬스장에 존재하는 걸까? 그리고 온갖 최적화된 운동복이 쏟아지는 이 시대에 왜 아직도 사람들이 청바지를 입고 중량을 드는 걸까?
대부분의 시설에서는 오래전부터 이런 행동을 못마땅하게 여겨왔고, 어떤 곳에서는 운동 도중 퇴장당할 수도 있다. 리벳이 벤치 시트를 찢거나 벨트 고리가 기계에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정기적으로 헬스장을 다니면,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느긋하게 유산소 기계를 타는 헐렁한 연청 청바지 차림의 노년층이나, 먼지로 덮인 건설 노동자가 무거운 중량을 드는 모습을 꾸준히 보게 된다. 이들은 이유는 다르지만, 퇴장당할 걱정 따위는 전혀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나이가 들어 이제 신경 쓰지 않게 됐거나, 아니면 단순히 강해서 개의치 않는 것이다.
최근에는 퍼블릭 씬에서도 청바지 운동 사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짧은 대선 캠페인 동안 헬스장에서 상의를 벗고 운동하던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보건 장관이 있다. 그는 최근 DC 이쿼녹스 헬스클럽에서도 비슷한 파격 차림으로 레그프레스를 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그는 거의 항상 슬림 스트레이트 핏 청바지를 입는다. 2024년에는 레니 크래비츠가 헬스장에서 가죽 바지를 입고 운동하는 영상을 올리며 화제가 됐다. 진짜 마니아들은 그가 플레어 팬츠를 입고 링 운동을 하는 영상도 봤을 것이다. 역사적으로는 레슬링과 인생 자체를 살아낸 스톤 콜드 스티브 오스틴이 청바지를 입고 최고의 순간들을 만들어냈다.
물론 이런 사례들은 예외처럼 보였기에 눈에 띈다. 20년 넘게 중급 상업 헬스장을 다니면서, 나는 청바지보다 릭 오웬스 바지를 더 자주 봤다. 작년 가을 전까지, 비교적 젊은 사람이 청바지를 입고 운동하는 모습은 거의 본 적이 없다. 나도 일상에서는 청바지 운동을 두어 번밖에 해본 적이 없다. — 퇴근길이나 비행기에서 바로 헬스장에 들른 경우 등이다. 그때마다 온종일 어색하고 답답함을 느꼈다. “내가 정말 이 낡은 501을 입고 랜드마인 운동을 하고 있는 건가? 더 중요한 건, 청바지를 입을 자격이 있을 정도로 무게를 들고 있긴 한가?”
그런데 몇 달 전부터 내가 운영하는 영양 뉴스레터 수퍼 헬스의 공원 운동 모임에서는, 젊은 참가자들이 별 신경도 쓰지 않고 청바지나 카하트 작업복을 입고 나타나기 시작했다. 어떤 트레이너는 딕키즈 바지만 입고 리프팅을 한다. 또 다른 디자이너 친구는 다양한 비신축성 바지를 입고 홈 칼리스테닉스를 한다. 이제 청바지 운동은 더 이상 ‘이단적’이라 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
한편, 최근 등장한 피트니스 인플루언서들이 청바지 운동의 가시성을 높이는 데 일조했다.
트루엣 헤인즈는 24시간 동안 10,001회 풀업을 기록한 세계 신기록 보유자로, 오스틴과 뉴욕 마라톤을 청바지를 입고 완주했으며, 평소에도 낡은 청바지 차림으로 운동하는 경우가 많다. 그의 영상에는 “청바지가 풀업 30회를 추가해준다”는 댓글이 달려 있다.
런던의 강력한 그립 스페셜리스트인 대니얼 스트라우스는 100파운드 넘는 족쇄를 들며 밝은 색 청바지나 매우 짧은 진 쇼츠를 선호한다. 가장 유명한 인물은 아틀라스 파워 슈러그드라는 트레이너다. 그는 1950년대 이전 방식의 ‘올드스쿨’ 리프팅 — 예를 들면 극단적인 가동 범위를 요구하는 저처 데드리프트 — 을 아파트 단지 주차장에서 비브람 신발과 청바지를 입고 수행한다.
아틀라스에게 청바지 선택은 절반은 편의성, 절반은 개성이다. 그는 팬데믹 동안 일반 헬스장이 문을 닫자 집에 홈짐을 만들었고, 어린 자녀들이 낮잠을 자는 틈을 타 급하게 운동했다. “아이들이 낮잠 잘 때 후다닥 운동했는데, 마침 그때 청바지를 입고 있었던 거다”고 그는 말한다.
아틀라스는 점차 무게를 늘리고 영상을 찍기 시작하면서, 온·오프라인 모두 청바지를 고수했다. 이후 바벨 어패럴의 스폰을 받아 리프터 전용 청바지 — 인심에 거싯 처리가 되어 있고 허벅지가 넉넉한 모델 — 로 갈아탔다. 그리고 여기에는 예상치 못한 추가 이점이 있었다. “청바지 입고 멋진 리프팅 영상을 올리면, 꼭 다섯 명은 ‘왜 청바지를 입었냐’고 묻는다”며, 이는 곧 ‘인터랙션’이라고 그는 설명한다.
오프라인 세상에서도 청바지를 입고 운동하는 평범한 사람들은 많다.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아카이브 일을 하는 제레미 안더레그는 수년간 청바지를 입고 운동해왔다. 주로 집에서, 가끔은 헬스장에서. 그는 매일 케틀벨 스윙 100회를 하거나 복합 운동을 하는데, 이때 카하트 B11 싱글니 팬츠를 선호한다. “더블니(무릎 이중 덧댐)는 너무 뻣뻣해서 싫다”고 그는 말한다.
그가 카하트를 선택한 이유는 뉴욕 브루클린에 살던 시절 미니멀리즘 철학 때문이었다. “나는 장비 욕심이 없는 사람이다.” 그가 B11을 처음 샀을 때 그는 바지가 네 벌밖에 없었다. 그 바지를 입고 바텐딩을 하고, 덤불을 치우고, 셔츠만 갈아입은 채 저녁 식사하러 가곤 했다. 하루 중 틈틈이 운동을 자연스럽게 끼워 넣은 것이다.
이는 오래된 ‘헬스복’ 개념과도 맞아떨어진다 — 말 그대로, 사람들이 가진 옷 중 하나를 입고 헬스장에 가던 시대였다. 100년 전, 저처 시대 리프터들은 손에 잡히는 옷을 입고 땀을 흘렸다. 그들은 움직임에 최적화된 옷은 아니었지만, 면이나 메리노 울 같은 천연 소재로 만들어졌다. 폴리에스터는 1950년대에야 대중화되기 시작했다. 야구선수들이 울 가디건을 입고 경기를 했다는 사실, 강철 인간들이 메리노 바지를 입고 무게를 들었다는 사실은 요즘 감각으로는 낯설지만, 운동이 무엇보다 먼저였던 시대였다.
케틀벨 스윙 같은 스파르타식 운동이 다시 인기 끌면서, 다섯 가지 합성섬유가 들어간 첨단 운동복 대신 심플한 재료로 만든 옷들도 주목받고 있다. 뉴저지의 예술가 브랜든 마르티네즈는 약 10년 동안 헬스장에서 오직 청바지만 입고 ‘유지 관리’ 운동 — 맨몸 벤치프레스, 복근 운동, 가벼운 유산소 — 을 해왔다. “나에게 가장 편한 건 평소 입던 바지로 운동하는 것이다”고 말하는 그는, 평소에도 카펫 컴퍼니 청바지를 입고 수작업과 예술 작업을 한다. 여름에는 그 바지를 입고 야구도 한다.
마르티네즈는 덧붙인다. “대부분 헬스장에서 제일 멋진 사람은 점심시간에 운동하는 집배원이나 배관공들이다.” 또 어떤 헬스장 이용자들에게는 단순함이 포인트다. 브루클린의 작가 잭 벤싱어는 헬스장에서 덤벨 운동을 할 때 보통 진 쇼츠나 긴 청바지, 클락스 드레스화를 신는다. 그는 “버튼업 셔츠와 청바지를 입고 뛰어다니며 자랐다”고 한다. 어릴 때는 나무 껍질을 나르거나 스케이트보드를 타면서, 성인이 된 후에는 사무실 점심시간에 맨해튼 거리에서 달리기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그런 복장에 익숙해졌다.
또한, 이렇게 하면 운동 진입 장벽이 낮아진다. “사람들은 운동을 너무 거창하게 생각한다”고 그는 말한다. “하지만 신은 당신에게 사지를 주셨다. 그냥 가서 움직이면 된다.” 결국 다시 릭 오웬스를 떠올릴 필요가 있다. 한 인터뷰에서 그는 자신의 유니폼 스타일을 이렇게 설명했다. “헬스장에 가도, 스튜디오에 가도, 밍크 코트만 걸치면 저녁 식사 자리에도 갈 수 있는 옷이다.” 이건 꽤 유용한 사고방식이다. 어쩌면 환영할 만한 도전일지도 모른다. 결국, 운동복을 입고 좋은 운동을 해내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헬스장에서 퇴장당할 수도 있는 청바지를 입고 개인 기록을 갱신하는 건 아무나 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