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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반바지에 어떤 양말을 신어야 할까? 일단 덧신은 아님

2025.06.11.조서형

발목을 드러내는 일은 과감한 패션 선택일 수도, 최악의 실수일 수도 있다.

여름은 흔히 여유로운 계절로 여겨지지만, 해변이나 뒷마당 바비큐가 아닌 상황에서 시원하면서도 멋지게 보이는 건 생각보다 어렵다. 한편으로는 가능한 한 적게 입고 싶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대부분의 상황에서 일정 수준의 옷차림을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이 상반된 힘의 충돌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양말’ 문제다. 양말을 신으면 발이 덥고 땀이 차기 쉽고, 안 신으면 뒤꿈치가 까질 수도 있으며, 최악의 경우 신발에서 악취가 날 수도 있다. 게다가 반바지엔 어떤 양말을 신어야 할까?

이상적인 세상에서는 덧신이 땀과 냄새로부터 신발을 보호하면서 발목을 시원하게 드러낼 수 있는 완벽한 해답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대부분 발가락 아래 뭉쳐지고, 현대 과학이 아직 완벽히 설명하지 못한 이유로 많은 사람에게 ‘찝찝함’을 유발한다. 그렇다면 본격적인 무더위와 습한 여름이 시작되는 지금,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저는 양말을 안 신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다만 정말 아주 좁고 구체적인 상황에서요.”
남성복 브랜드 노아의 창립자이자 제이크루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브렌던 바벤지엔은 이렇게 말한다. 롱아일랜드 해안 근처에서 자란 그는 양말 없이 신발을 신는 것이 서핑, 스케이트보드, 그리고 자유롭게 살아가는 해변 사람들의 분위기를 떠올리게 한다고 말한다. “로퍼에 양말 없이 신는 건 괜찮죠. 캔버스 스니커즈에 양말 없이 신는 것도 가끔은 괜찮은데, 그날의 날씨나 분위기에 따라 달라요. 캔버스 신발은 냄새가 나기 쉬우니까요.” 그는 덧신에는 단호히 반대한다. “전부터 싫었어요. 양말을 신은 건데, 신지 않은 것처럼 보이고 싶다는 게 뭔가 이상하게 느껴지거든요.”

양말 없이 로퍼나 스니커즈를 신는 전통은 20세기 초 아이비 스타일이 시작되던 시기부터 존재해왔다. 그 스타일은 시간이 지나며 유행과 침체를 반복했다. 2000년대에 들어서는 사무실 복장의 캐주얼화와 톰 브라운의 발목 드러난 수트가 결합되며 양말 없는 룩이 전성기를 맞았다. 피티 워모의 멋쟁이들부터 미국 중서부의 결혼식 들러리까지, 맨발목은 사계절 내내 어디서든 등장했다. 그러나 15년이 흐른 지금, 양말 없는 시대는 어느 정도 잠잠해졌고, 한때 그 시대를 즐겼던 사람들도 다시 양말을 찾기 시작했다.

“어릴 땐 끈 있는 구두가 아닌 이상 거의 양말을 신지 않았어요.” 애틀랜타의 남성복 매장 대표 시드 매시번은 말한다. 그는 1960년대 말, 형이 입던 ‘짧은 바지에 로퍼’ 스타일을 동경했던 기억을 떠올린다. “예전엔 더블 몽크슈즈에 양말 없이 자주 신었어요. 지금은 예전보다 양말을 더 많이 신는 것 같아요.” 오늘날 그는 운동화나 처카 부츠처럼 캐주얼한 신발에는 양말 없이 신는 걸 선호하고, 가끔은 벨기에 로퍼에 턱시도를 입고도 양말을 생략한다. 단, 발목이 하얗게 뜨지 않았다는 전제 하에. “짙은 가죽에 하얀 피부가 보이면 시선이 분산돼요. 하지만 적당히 태닝되어 있다면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지죠.” 참고로 그는 덧신은 신지 않지만, 당신이 신는 것에는 개의치 않는다고 말한다.

여름에 양말을 신을지 말지는 개인의 선택이다. 하지만 그 선택은 세대별 경향을 따라 나뉘기도 한다. GQ가 FYP 콘텐츠(For You Page, 틱톡 알고리즘 피드)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Z세대는 계절과 상관없이 어떤 신발에도 종아리까지 오는 길이의 양말인 크루삭스를 고수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밖에 나간다면 무조건 양말은 신어요.” 24세의 디지털 콘텐츠 크리에이터 오스틴 첸은 이렇게 단언한다. “양말 없이 신는 건 좀 지저분할 뿐만 아니라, 인류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아요. 맨발과 신발이 직접 닿는 그 느낌은 뭔가 금기를 깨는 느낌이랄까.” 그는 덧신은 특정한 경우엔 괜찮다고 본다. “깔끔한 룩을 원하면서 무좀까지 피하고 싶다면 덧신이 나쁘진 않아요. 하지만 열 번 중 아홉 번은 여름에도 긴 양말을 신는 걸 선택해요.”

하지만 이 ‘세대 간 양말 분열’도 오래가지 않을 수 있다. 곧 돌아올 플립플롭의 유행은 Z세대의 크루삭스 사랑을 시험할 여름의 패션 변화를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전까지는, 더운 날씨에 멋지게 차려입어야 한다면 양말을 신어라. 캐주얼한 차림이라면 양말을 생략해도 된다. 그리고 덧신을 신기로 마음먹었다면… 그냥 그 사실은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