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drink

저녁은 거지처럼? 장수 전문가들이 말하는 저녁 식사 최적의 타이밍

2025.06.24.조서형, Josiah Gogarty

미국인은 저녁을 일찍 먹고, 이탈리아인은 늦게 먹으며, 스페인인은 그보다 더 늦게 먹는다. 영국에서는 계층 문제까지 더해진다. 저녁을 늦게 먹을수록 상류층이라는 인식이다. 아무튼 잠자기 최소 3시간 전에는 젓가락을 내려놓으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저녁을 언제 먹는 게 가장 좋으냐는 질문만큼 문화적 맥락이 깊은 생활 습관도 드물다. 국가별 고정관념부터가 그러하다. 미국인은 저녁을 일찍 먹고, 이탈리아인은 늦게 먹으며, 스페인인은 그보다 더 늦게 먹는다. 영국에서는 계층 문제까지 더해진다. 저녁을 늦게 먹을수록 상류층이라는 인식이다. 이른 저녁은 저녁 시간을 여유롭게 써서 무언가 할 수 있게 만들어주고, 반대로 늦은 저녁은 그 자체로 이벤트가 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건강 관점에서 ‘저녁 식사에 가장 좋은 시간’이란 게 있을까? 일종의 답은 있다.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 장수연구소 소장 발터 롱고에 따르면, 확실히 지켜야 할 한 가지는 잠자기 최소 3시간 전에는 식사를 마치는 것이다. 평소 자는 시간이 밤 12시라면, 저녁 식사는 늦어도 밤 9시까지 끝내야 한다.

이는 너무 늦은 시간의 식사가 우리 몸의 일주기 리듬을 방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롱고는 “저녁 시간이 계속 늦어지면, 몸은 ‘아직 활동해야 할 시간’이라는 신호를 받는다”고 설명한다. 이로 인해 수면의 질이 저하될 수 있고, 에너지 대사 효율도 떨어질 수 있다.

저녁을 언제 먹느냐는 그날의 마지막 식사와 다음 날 첫 식사 사이에 얼마나 긴 단식 시간이 확보되느냐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는 하루 식사를 12시간 이내의 창에 모두 끝내는 간헐적 단식의 한 형태의 핵심이기도 하다. 서리대학교의 영양학 부교수 아담 콜린스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저녁과 아침 사이 단식 시간을 늘리면, “몸이 지방을 태우는이화 작용에 들어간다. 이는 우리 몸이 원래 하도록 설계된 탄수화물을 섭취할 땐 탄수화물을, 금식 중에는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대사 작용을 훈련하는 효과가 있다.” 이 방식은 체중 감량에 도움이 될 수 있고, 전반적인 대사 건강에도 긍정적이다.

그렇다면 식사 시간을 제한할 때, 아침을 늦게 먹는 게 좋을까? 아니면 저녁을 더 일찍 먹는 게 좋을까? 콜린스는 “칼로리를 하루 중 더 이른 시간대에 집중시키는 편이 더 많은 효과를 볼 수 있다는 데 의견이 모인다”고 말한다. “이는 일주기 리듬 관점에서 볼 때 자연스럽다. 우리는 원래 하루 중 활동 초기 시간대에 음식 처리를 잘 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롱고에 따르면, 장수하는 사람들의 가장 일반적인 저녁 식사 습관은 “가벼운 저녁을 일찍 먹는 것”이며, 그 결과 다음 날 아침까지 최소 12시간의 단식이 가능해진다. “아침은 왕처럼, 점심은 귀족처럼, 저녁은 거지처럼 먹어라”는 옛 격언은 여전히 유효한 셈이다.

물론 이상과 현실은 다르다. “아침에 많이 먹는 게 생각만큼 쉽진 않다”고 콜린스는 말한다. 우리가 막 잠에서 깼을 때는 이미 몸이 혈당으로 포도당을 분비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에너지 레벨이 높아져 있고, 자연스럽게 식욕이 덜하다. 게다가 점심은 남은 일을 하면서 샌드위치 같은 간단한 식사로 때우는 경우가 많으니까. 따뜻한 식사를 제공하는 구내식당이 있는 직장을 구했다면 행운인 것이다. 아무튼 그래서 대부분 사람들은 저녁에 칼로리를 집중해서 섭취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콜린스는 이에 대해 너무 스트레스 받을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단, 다음 날 아침을 저탄수화물 식사로 시작하여 몸에 ‘휴식기’를 제공해 주는 것이 좋다. “중요한 건 전체적인 식사 패턴을 잘 관찰하는 것이다.” 저녁을 일찍 먹는 건 좋지만, 이후 과자, 초콜릿, 술을 TV 앞에서 계속 먹는다면 아무 소용 없다.
만약 하루 식사를 이른 시간대로만 제한하는 것이 비현실적이라면, 늦더라도 일정 시간 내에 식사를 집중시키는 것이 하루 종일 흩어진 식사보다는 낫다. 특히 낮 동안 웨이트 트레이닝 같은 저항 운동을 했다면, 탄수화물과 단백질이 풍부한 저녁 식사는 근육 회복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궁극적으로 롱고는 말한다. 가장 중요한 건 하루 식사를 12시간 이내에 끝내고, 잠자기 3시간 전에는 식사를 마치는 것이다. 그 외의 식습관 변화는, 현재 식사 패턴에 몸이 잘 반응하지 않을 때에만 필요하다. “만약 저녁을 많이 먹더라도 수면 상태가 좋고, 콜레스테롤과 혈압 수치가 정상이면 괜찮다. 하지만 수면에 문제가 있거나 건강에 이상이 있다면, 아침과 점심을 더 푸짐하게 먹고 저녁을 가볍게 하는 패턴으로 바꿔보는 게 좋다. 대부분의 경우, 그것이 가장 건강한 식사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