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가까이 들어 볼까요?

GQ 가장 궁금했던 건 이거였어요. 제품 박스를 보면 스펙 정보가 줄줄이 표기되어 있잖아요? 정말 소비자는 이 숫자들을 보고 제품의 성능을 알 수 있을까, 싶은 거죠.
DB 슬프게도 스펙을 보고 소비자가 제품의 성능을 알 수 있는 정보는 단 하나도 없어요.
GQ 왜 그런 거죠?
DB 그건 단순한 수치들의 나열일 뿐이라서 그래요. 대부분 이 제품이 어떤 사운드 밸런스를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제조사가 제공하지 않거든요. 그래서 이를 알고 싶은 사람들은 전문 리뷰를 통해 정보를 더 얻는데, 사실 여기에도 문제는 있어요. 사람마다 소리를 듣고 이해하는 정도는 전부 다르니까요. 그러니까 이 리뷰도 결국엔 리뷰어의 주관적인 평가일 수밖에 없는 거죠.
GQ 그럼 소비자는 어떤 정보를 확인하는 것이 나은 선택일까요?
DB 객관적인 측정값을 제공해주는 리뷰가 좋은 역할을 한다고 봐야겠죠. 그러려면 비교할 수 있는 데이터가 많은 리뷰일 수록 좋고요.
GQ 전문가가 도출한 객관적인 측정값을 이해하려면, 아무래도 음향 기기에 사용되는 용어 정도는 알아야겠네요. 그럼 이 용어 먼저요. 제품 박스들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정보는 ‘헤르츠’의 범위였어요.
DB 아까 제공된 정보를 ‘단순한 수치들의 나열일 뿐’이라고 냉정하게 말한 건 이런 이유였어요. 대부분의 제품들을 보면 보통 20헤르츠에서 20킬로헤르츠까지 넓은 범위에 대응한다고 표기되어 있을 거예요. 그런데 문제는 이 헤르츠의 범위를 측정하는 기준이 제조사마다 다르다는 거죠. 전부요. 다시 말하면 이 수치는 정확한 값은 아니라는 얘기예요.
GQ 그러고 보니 제품들의 헤르츠 범위가 모두 같거나 비슷비슷한 게 눈에 들어오네요.
DB 그건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소리 범위가 보통 저음 20헤르츠부터 고음 20킬로헤르츠까지라서 그래요. 그럼 20킬로헤르츠 밖의 수치가 박스에 표기되어 있다? 이를테면 40킬로헤르츠 정도. 맞아요. 의미가 없죠. 사람이 들을 수 없는 영역이니까요. 그런데 40킬로헤르츠 정도를 재생할 수 있는 기기에 붙여주는 인증 마크가 있어요. ‘Hi-res Audio’ 마크. 이게 붙어 있으면 그만큼 가청 영역이 넓은 고음질 오디오라는 의미로 이해하시면 돼요.
GQ 그럼 제품을 선택할 때 헤르츠 범위를 두고 민감하게 고민할 필요는 없겠군요.
DB 그렇죠. 흥미로운 건 사람이 들을 수 있는 고음의 영역은 나이가 들수록 깎인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나이를 먹을수록 들을 수 있는 킬로헤르츠의 수치가 낮아진다고 이해하면 쉽죠. 보통 10대엔 20킬로헤르츠까지 선명히 들을 수 있지만 점점 나이가 들어서 7,80대가 되면 12~13킬로헤르츠까지 낮아지는 거죠. 그러니까 더더욱 20킬로헤르츠 이상의 범위는 의미가 없어요. 재밌는 건 20킬로헤르츠 아래로 적혀 있는 제품은 또 없다는 거예요.(웃음)
GQ 블루투스에 대해서도 알아볼까요. 그럼 블루투스의 버전 기준도 제조사마다 다른가요?
DB 블루투스는 다행히 공통 기준이에요. 규격화되어 있죠. 당연히 버전이 높아질수록 추가된 기술이 많다는 뜻이고요. 그런데 이 버전 값이 중요한 게, 블루투스는 하위 호환이 기본이거든요? 그러니까 스마트폰을 예로 들면, 스마트폰이 지원하는 버전과 내가 사용하는 음향기기의 버전이 맞아야 좋다는 거예요.
GQ 만약 맞지 않으면 하위 값으로 호환되는군요.
DB 맞아요. 새로 산 헤드셋의 블루투스 버전은 최신 5.3인데, 연결되는 기기는 3.0 버전이다, 그럼 3.0 수준으로 플레이 되는 거죠.
GQ 그럼 음질의 차이는 여기에서 나는 건가요?
DB 그건 아녜요. 블루투스상의 음질은 코덱 Codec의 영향이 커요. 코덱은 일반적으로 아날로그 신호를 디지털 신호로(코딩), 디지털 신호를 아날로그 신호로(디코딩) 변환해주는 역할을 말해요. 블루투스는 무선이니까, 블루투스상의 코덱은 양질의 오디오 데이터(디지털 데이터)를 최대한 손실 없이, 무선으로 전송해주는 역할이겠죠. 대표적인 코덱이라면 소니에서 만든 LDAC, 삼성에서 만든 SSC, 그리고 영국의 오디오 프로세싱 테크놀로지사에서 만든 aptX가 있어요. 이 중에서 가장 대중적인 코덱은 LDAC이고요. 이유라면 소니가 안드로이드에 무료로 코덱을 풀었거든요. (웃음)
“헤르츠의 범위를 측정하는 기준은 제조사마다 달라요. 다시 말하면 이 수치는 정확한 값은 아니라는 얘기예요.”
GQ 그럼 이 코덱에 따라 음질의 차이가 생긴다?
DB 맞아요. 아쉽게도 ‘블루투스’는 고음질을 그대로 들을 순 없어요. 태생적으로 그래요. 신호 전송 과정에서 손실이 생길 수밖에 없거든요. 그러니까 코덱들의 차이는 ‘이 신호를 얼마큼 손실 없이, 잘 가져올 수 있는가’로 구분할 수 있어죠. 잠깐 설명하자면, LDAC, aptx Adaptive 코덱 같은 경우는 24비트 96킬로헤르츠까지 지원을 해줘요. 이들이 고음질 코덱이긴하지만 전송 과정에서 약간의 손실은 피할 수 없다는 거죠. 그래서 이들을 정확하게는 ‘유손실 고음질 코덱’으로 분류해요. 그럼 당연히 ‘무손실 고음질 코덱’도 있겠죠? 최근에 나온 aptx Lossless 코덱이요. 얘는 16비트 44.1킬로헤르츠까지 지원을 해주죠. 그런데 사실 이도 완벽한, 최상의 고음질은 아녜요. 이유는 블루투스라서. 이야기에 숫자가 나오면 어려운데 이렇게 이해하면 쉬울거예요. CD 있죠?
GQ 네.
DB 가장 최근에 나온 aptx LossLess 코덱이 딱 CD 음질 정도를 무손실로 전송할 수 있어요.
GQ 바꿔 말하면 지금 블루투스로 즐길 수 있는 최고의 고음질 수준은 CD 정도라는 얘기네요?
DB 맞아요. 그래서 높은 수준의 고음질 청취를 원한다면 블루투스보단 유선 기기가 맞는 거죠.
GQ 조금 전에 디지털 파일과 블루투스 간의 신호 전송 이야기를 해주셨잖아요. 코덱의 역할을 설명하면서요. 그럼 디지털 파일과 유선 기기 간에도 코덱과 같은 역할이 필요하겠어요.
DB 그렇죠. 그 장치가 바로 DAC(Digital-to-Analog Converter)예요. 디지털 파일을 아날로그(유선)로 바꿔주는 장치요. 이때 더 완벽한 구현을 위해선 소리를 증폭해주는 ‘앰프 Amp’라는 장치도 필요해요. 이 네모난 장치가 ‘DAP(Digital Audio Player)’입니다. 유선 기기는 보통 이런 기기에 연결해 사용해요. 이 장치에 DAC랑 앰프가 들어 있는 거죠. 음, 그럼 결국 블루투스와 유선 기기의 음질 차이는 이 앰프에서 나게 되는 거죠.
GQ 어떻게요?
DB 간단해요. 블루투스는 더 오랫동안 사용하기 위해 배터리 전력에 제한을 둬요. 이렇게 되면 블루투스 안에 삽입된 앰프는 한계가 생기죠. 어떤 수준에 도달하면 힘을 못 써요. 그리고 여기에 또 다른 제한까지 하나 더 걸려 있고요. 블루투스는 최대 볼륨이 100데시벨을 넘어갈 수 없어요. 바로 청력 보호를 위한 규격화된 제한값이에요. 어떤 제품이든 이렇게 제한돼 있어요.
GQ 유선 기기와 앰프의 조합이 월등한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네요.
DB 그런데 이 조합에도 조건은 있어요. 디지털 파일, 그러니까 고음질로 녹음된 소스여야 유선과 앰프 조합에서도 그대로 즐길 수 있어요. 요즘은 대부분의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무손실 음원을 지원하니까 뭐, 걱정할 건 없고요. 음, 더하자면 음원에는 ‘무손실 음원’이 있고 ‘고해상도 무손실 음원’이 있어요. 이건 애플에서 나눠 놓은 말인데, 아이폰을 통해 스트리밍할 때 이 둘을 선택할 수 있어요. (아이폰을 켠다) 여기 설정에서 음악, 오디오 파일로 들어가면 선택할 수 있어요. 나중에 한번 해보세요.
GQ 최근 새로 나온 기기엔 오디오 트랜스미터(TX)라는 기기도 포함돼 있더라고요.
DB JBL의 오라캐스트가 그렇죠? 이걸 설명하려면 ‘LE Audio’를 먼저 알아야 하는데, 여기서 ‘LE’는 Low Energy의 약자예요. LE Audio가 개발되면서 차세대 블루투스로 불리게 됐고, 기존 불루투스는 ‘클래식 블루투스’로 구분했죠. 구분 기준은 ‘연결성’이었고요. 클래식 블루투스는 한 방향으로 밖에 신호 전송이 안 되거든요. 1대1로요. 그러니까 스마트폰이랑 이어폰이랑 둘만 매칭되는 식이죠. 그런데 LE Audio가 개발되면서 LE 동시 채널, 1대2 양방향으로 신호가 매칭될 수 있게 됐어요. 추가로 ‘멀티 스트림’도 개발되면서 오라캐스트가 탄생했습니다. 이건 1대 다수 연결이 가능해요. 그러니까 스마트폰 하나에 블루투스 여럿이 연결되는 식이죠. 1대 다수니까 방송이나 강의를 들을 때 특히 좋아요. 물론 그러기 위해선 오라캐스트 기능을 지원하는 기기가 대중적으로 보급되어야 하는 게 먼저겠지만요.
GQ 이토록 고성능의 기기들을 처음처럼 오래 사용할 수 있는 방법도 있을까요?
DB 자주 들으세요.(웃음) 이젠 대부분의 기기들이 블루투스를 탑재하고 있죠. 유선의 경우는 다르지만, 블루투스가 있는 기기들은 배터리의 성능이 절대적이에요. 보통 3년이면 수명이 툭툭 떨어지는데, 방전이 특히 치명적이죠. 그래서 자주 사용하고, 자주 충전해 주는 게 좋아요. 아, 그리고 에이징은 보편적인 기기들은 큰 의미가 없으니 편히 들으시고요!

EXPERT
∙ 영디비 | @0dibi
∙ 엔지니어 출신의 음향기기 전문가이자 리뷰어.
∙ 유튜브 영디비 채널 0dibi를 통해 음향 기기 정보를 나누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