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여행지, 여름으로 바꿔쓰기.
① 스위스 체르마트, 호수 하이킹

체르마트는 스위스의 대표 스키 여행지이지만 이곳에서 다섯 개의 호수를 잇는 하이킹 코스를 걷는다면 체르마트를 여름 여행지로 고쳐 쓸 수 있다. 방법은 이러하다. 산악 열차를 타고 해발 2천5백 미터의 블라우헤르트 Blauherd역에 닿으면, 여기서부터 다섯 개의 산정 호수가 등장한다. 슈텔리제 Stellisee, 그린드이제 Grindjisee, 그륀제 Grnsee, 모스이제 Moosjisee, 라이제 Leisee 호수를 연결하는 이 트레일의 소요 시간은 약 3시간 반, 난도는 보통이다. 체르마트의 산속에 포근하게 은둔할 수 있는 웅장한 하이킹 트레일로, 이 중 세 개 호수에서는 마테호른이 수면 위로 비치는 신비로운 풍경을 누릴 수 있다. 두 번째 호수 그린드이제는 희귀한 야생화, 습지 식물이 자라 식물 애호가들이 특히 열광하는 곳이고, 이곳에서 운이 좋은 날엔 발레주에서만 자라는 검은 코 양과 눈이 마주칠 수도 있다. 빙하가 만든 저수지, 네 번째 호수인 모스이제는 우윳빛깔 호숫물이 마음의 평화를 부르고, 이 근처 핀델른 Findeln 마을은 체르마트에서도 산속 맛집이 모여 있기로도 유명하다. 마지막 호수 라이제는 아이들이 물장난을 치며 노는 곳으로 인기가 높다. 누구라도 이곳에 오면 아이같은 마음이 된다. 라이제 호수를 생략하고 싶으면 모스이제에서 도보 40분만에 체르마트 시내로 닿을 수도 있지만, 라이제 호수를 생략하면 아까운 이유가 있으니 알프스 숲 한가운데서 바비큐를 즐길 수 있는 무료 바비큐장이다. 지속 가능성, 환경 보호를 무엇보다 중시하는 스위스에서는 흔치 않은 야외 바비큐장인 데다 테이블, 벤치, 바비큐 그릴도 완비되어 있다. 여행자는 다만 체르 마트 기차역 건너편 대형 슈퍼마켓, 소시지를 파는 정육점 반호 프슈트라세 Bahnhofstrasse에서 소시지와 맥주를 양껏 사고, 넉넉히 즐길 마음을 마음 장바구니에 넣어 야외 바비큐 장으로 향하기만 하면 된다.
② 오스트리아 그로스글로크너, 여름 한정 드라이브

알프스로 잘 알려진 오스트리아의 최고봉, 해발 3천7백98미터 높이의 그로스글로크너에서 여름에만 맛볼 수 있는 재미가 있다. 5월 초부터 10월 말까지, 약 6개월 동안만 달릴 수 있는 드라이브 코스, 그로스글로크너 알프스 고산 도로 Grossglockner High Alpine Road다. 이 도로는 2천여 년 전부터 고대 켈트인, 로마인의 교역로였는데 1935년부터 관광 목적으로 개방된 이후 드라이버, 라이더의 버킷리스트로 꼽힌다. 차나 바이크를 대여해 직접 운전해도 물론 좋지만, 운전이 어려운 이들은 글로크너 버스 Glockner Bus를 이용해도 괜찮다. 이 버스를 타면 전망대까지 편하게 이동하면서 국립공원을 관리하는 전문 가이드의 안내를 들을 수 있는 일일 투어도 마련되어 있다. 버스는 5월 29일부터 9월 29일까지 매주 수요일마다 운행하고, 특히 드라이브 맛이 더욱 탁월한 7, 8월에는 금요일에도 추가 이용할 수 있다. 이 고산 도로를 달리는 매력은 단지 달리는 데만 갇혀 있지 않다. 여정 곳곳에 테마에 맞는 전시관이 마련된 까닭인데, 현대미술 전시관 알펜리베 Alpenliebe, 알프스 생태계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알파인 네이처 쇼 미술관 Alpine Nature Show Museum, 파스 테르체 빙하 전시관 감수그루벤베크 Gamsgrubenweg 등 총 여섯 개 전시관은 지역 동식물, 자연, 예술에 대해 깊이 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이 여정의 정점은 고도 2천379미터 위에서 바라보는 고산 전망과 빙하 ‘카이저 프란츠 요제프 회헤 전망대 Kaiser-Franz-Josefs-H he’. 동부 알프스에서 가장 큰 규모인 9.4킬로미터의 파스테르체 빙하 위로 펼쳐지는 파노라마 뷰가 장관이다. 7월부터 9월까지는 매일 오전 가이드 투어를 진행하고, 오스트리아 알프스를 깊숙이 알 수 있는 다양한 하이킹 투어도 준비되어 있다. 국립공원 서머카드를 소지하면 투어가 무료다. 이 드라이브 코스 일대는 오스트리아 최대 국립공원인 ‘호에 타우에른 국립공원 Nationalpark Hohe Tauern’으로 지정되어 더운 여름에도 설원과 만년설이 빚는 장관이 늘 곁에서 다정하게 말을 건다. 운이 좋은 날엔 산악 지방에서만 볼 수 있는 염소 아이벡스, 다람쥐 과의 귀여운 마멋과도 친구가 될 수 있다.
③ 일본 니세코, 액티비티

흔히 스위스 생모리츠, 콜로라도 애스펀과 비교되는 대표 스키 여행지, 니세코 안누푸리산 남쪽 기슭의 니세코 빌리지에 여름에만 찾아오는 선물 같은 이벤트가 있다. 7월 1일부터 10월 14일까지 열리는 대표 액티비티 프로그램, ‘퓨어 PURE’다. 퓨어는 지역 전체를 놀이터로 변모시키는 행사로 시즌을 거듭할수록 진화 중인데, 올해는 후와후와 어드벤처 존이 새롭게 문을 연다. 모험가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스토리가 담긴 테마 존에서 귀여운 마스코트를 만나면 동심을 잃었던 그 누구라도 피식 웃게 된다. 거기다 숲속 캐노피 위에 설치된 다리, 그물망, 밧줄 등을 통과하는 공중 모험 코스 ‘트리 트레킹’, 1.4킬로미터 길이의 집라인, 일본 최초로 선보이는 레일 슬라이더, 7미터 또는 10미터 높이에서 자유 낙하하는 퀵 점프 등 여름만의 도파민이 진진하다. 그뿐인가. 니세코는 만년설을 품은 요테이산을 감상하며, 한낮 25도 안팎의 서늘한 환경에서 골프를 칠 수 있는 드문 여름 골프 여행지이기도 하다. 안누푸리산맥 사이의 구릉지에 펼쳐진 골프장은 숲, 언덕, 끝도 없이 펼쳐지는 그린이 어우러진 자연 그대로의 코스를 만끽할 수 있다. 최근 일본에서 가장 주목받는 와인 산지인 요이치 지역의 와인, 시리베츠 강에서의 카누, 낚시, 자전거 트레일을 따라 달리는 사이클링을 즐기기에도 여름은 좋은 계절. 골프, 미식, 액티비티를 고루 즐기려면 숙박 시설로는 무와 니세코, YTL 호텔스에 눈을 돌려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