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을 줄줄 쏟고 무기력해서 드러 눕고 싶은 감정만 우울증이 아니다. 겉으로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고 예상치 못했지만 매우 위험한 수준의 우울을 경험하고 있기도 하다. 눈에 띄지 않아 모르고 있다가 더 위험할 수도 있다.

평소보다 더 피곤
별 다른 이유 없이 평소와 비슷하게 자는데 낮에 계속 피곤하다. 집중이 어렵고 멍한 느낌이 자주 든다. 달리 아픈 곳도 없고 잠을 방해받는 일도 없는데 더 누워 있고 싶다는 생각 뿐이다. 뇌가 에너지를 아끼기 위해 작동을 늦추는 일종의 ‘에너지 절약 모드’에 돌입한 상태로 신체화된 우울증을 의심할 수 있다.
작은 일에 벌컥 짜증
우울증에 걸리면 모두가 소파에 기대어 무기력한 상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슬픔 대신 분노나 예민함으로 우울감을 표출하기도 한다. 우울증은 대체로 여성에게 발생 빈도가 높지만 사소한 일에 격하게 반응하고 이유 없는 신경질로 나타나는 증상은 오히려 남성, 10대, 어린이에게 흔하다.
이유 없는 통증
몸 여기저기가 아프다. 위장 장애, 두통, 가슴 답답함, 소화불량 등 신체 통증이 나타나 병원을 찾지만 별 이상이 없다는 답만 돌아온다. 그럼에도 불편한 증상이 계속되면 신체 통증으로 나타나는 우울증을 의심해 봐야 한다.
흥미 소멸
평소 없어서 못 먹던 떡볶이, 알람을 맞춰 놓고라도 챙겨 보던 축구 중계, 한 달 전부터 기다려온 브랜드 할인 행사, 1년에 한 번 뿐인 여름 휴가까지. 일상에서 쾌감을 느끼는 일이 줄어든다. 요새 즐거운 일이 없고 그동안 즐겁게 누리던 일도 시큰둥하게 느껴진다. 그냥 아무것도 하기 싫다는 감정이 자주 든다. 뇌의 보상 시스템이 무뎌진 우울증의 핵심 증상 중 하나다.
높아진 실수 빈도
집중력이 떨어져 사람이 멍해지면서 기억력도 함께 떨어진다. 기억력 감퇴는 우울증과 동반되는 흔한 증상 중 하나다. 뇌가 외부 자극에 반응하지 못해 실수가 잦아지고 학습이나 일의 효율도 떨어진다. 자주 깜빡깜빡하고 평소답지 않은 실수도 늘어난다.

외부 자극에 과민
SNS를 보다가 다른 사람의 행복에 지나치게 무력감을 느낀다. 평소 그렇게 가까운 사이가 아니었음에도 내가 빠진 친구들의 모임, 전 직장 동료의 승진, 럽스타그램 등을 보며 좌절한다. 뉴스에 나온 타인의 사고 소식에 과도하게 분노하거나 슬퍼지기도 한다. 감정 조절이 잘 되지 않고 외부 자극에 과민해졌다는 신호다.
대처법
“요새 왜 이렇게 사는 게 재미가 없지?”, “나는 왜 이렇게 쓸모없는 사람일까?”, “그냥 다 내려놓고 싶다”, “지금 이 감정을 누구에게도 말하고 싶지 않아”, “다쳐서 회사 안 가고 싶다.” 이런 말이 마음속에서 반복된다면 조용하게 다가오는 비정형 우울증일 수 있다. 감정 변화와 수면 패턴, 식사와 활동량을 일주일 정도 기록해보자. 변화가 눈에 보일 것이다. 하루 10분이라도 햇볕을 꼭 본다. 우울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고 과학적으로 입증된 바 있다. 가장 가깝고 편하게 지내는 사람한테 요즘 내가 이상하다고 말해본다. 의외로 마음이 정리되는 효과가 있다. 앞의 모든 것을 다 해봤는데도 여전히 예전과 같지 않아 힘들다면, 정신건강의학과 상담을 망설이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