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Q의 시니어 패션 에디터 양이 고(Yang-I, Goh)가 올잉글랜드 클럽을 누비며 전직 선수들, 패션계의 실세 스타일리스트들, 그리고 한 명의 톰 홀랜드와 이야기를 나눴다. 모든 센터 코트 룩이 완벽한 비결은 무엇일까?

매년 여름 방학, 톰 홀랜드와 세 명의 남동생이 집안에서 소란을 피울 때면, 그의 어머니는 단순한 한마디와 함께 아이들을 문 밖으로 내쫓곤 했다. “나가서 윔블던이나 구경 하고 와!” 홀랜드는 런던 교외의 킹스턴 어폰 템스에서 자랐고, 지금도 그곳에 살고 있다. 올잉글랜드 론 테니스 클럽, 즉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테니스 대회가 열리는 유서 깊은 경기장까지는 차로 단 10분 거리다. 긴 역사와 명성에도 불구하고, 윔블던은 관중들에게 가장 평등한 스포츠 이벤트 중 하나다. 대부분의 입장권이 공개 추첨제로 배포되며, 추첨에 실패하더라도 긴 줄을 서면 현장에서 입장을 기다릴 수 있다. 홀랜드 형제들은 그렇게 하루를 보내며 종종 라이브 경기를 볼 기회를 얻곤 했다.

“그때는 정말 그냥 깨끗한 옷만 입고 다녔어요.” 지난 토요일, 윔블던에서 몇 블록 떨어진 곳에서 열린 체이스 트래블 파티에서 홀랜드는 자신이 론칭한 무알콜 맥주 브랜드 ‘BERO’를 홍보하며 이렇게 말했다. “축구 유니폼이나 반바지 같은 거요. 윔블던은 특히 작은 코트 쪽은 진짜 가족 친화적이라 그냥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어요.” 그런데 우리가 TV나 SNS에서 보는 윔블던은 이와는 전혀 다른 이미지일지도 모른다. ‘테니스 스타일’은 최근 몇 년 동안 특히 영화 챌린저스의 흥행과 미우미우 같은 브랜드가 케이블 니트 베스트와 플리츠 스커트를 런웨이에 올리며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 스타일의 본거지가 바로 올잉글랜드 클럽이다. 이곳 센터 코트 관중석에는 완벽한 흰옷 차림으로 코트를 누비는 최고의 선수들, 그리고 멋진 옷차림의 영국 왕족과 셀럽들이 자리하고 있다.
이 모든 전통과 화려한 연출은 여전히 살아 있다. 윔블던에서 남자 복식 트로피를 세 번이나 들어올린 미국의 쌍둥이 형제 밥과 마이크 브라이언은 경기 중 완전히 흰 옷을 착용해야 한다는 규정 때문에 심판에게 혼난 기억이 있다고 회상한다. 2023년, 윔블던이 여성 선수의 흰 스커트 아래 짙은 색 속바지 착용을 허용한 것이 큰 변화로 여겨질 정도다. “규칙을 대충 넘기면 안 돼요.” 밥이 말했다. “셔츠에 색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몇 초 안에 워키토키를 든 관계자가 와서 코트 밖으로 끌어내요.” 하지만 브라이언 형제는 이런 규정을 억압적이라기보다, 오히려 윔블던 특유의 신비감을 더해주는 요소라고 말한다. “그 규칙이 바로 매력 포인트죠.” 마이크가 말했다. “윔블던에 들어서면 선수들이 가장 감동받는 게 바로 그 전통이에요. 오래된 건물, 녹색 유니폼의 선심들, 광고 없는 백보드. 그 모든 게 클래식하고 깔끔해요. 실망시키는 법이 없죠. 문을 들어서는 순간 소름이 돋거든요.”

지난 토요일, 3라운드 경기가 열리던 윔블던 현장을 직접 둘러보면서 나는 분위기가 얼마나 여유로운지에 감탄했다. 148년간 쌓인 노하우 덕분일까, 미국 스포츠 이벤트와는 확연히 다른 부드러운 흐름이 느껴졌다. 입장 대기줄은 빠르고 효율적으로 움직였고, 간식 메뉴도 수준이 달랐다. 매일 새벽 4시에 수확되는 ‘전설의’ 윔블던 딸기는 과연 소문대로 환상적이었고, 무엇보다도 음식과 음료를 직접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덕분에 관객들은 ‘헨먼 힐’에서 여유롭게 피크닉을 즐기고, 경기 도중 샴페인 코르크가 튀면 심판이 경고하는 풍경도 볼 수 있다. 머천다이즈도 훌륭했다. 고급스러운 랄프 로렌 캡슐 컬렉션부터, 일반용 모자와 폴로셔츠까지 다양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인상적인 건 관객들의 복장이었다. 일반 입장객에게는 공식적인 드레스 코드는 없지만, 로열 박스나 멤버 전용 클럽하우스를 방문하는 남성은 재킷과 넥타이를 착용해야 한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남성 관객들은 단정한 복장을 고수했다. 물론 후드티나 청바지를 입은 이들도 있었지만, 대체로 날렵한 수트, 멋스러운 스포츠 재킷, 혹은 시원한 리넨 셔츠와 깔끔한 슬랙스를 입고 있었다. 켄터키 더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화려한 모자나 파스텔 재킷처럼 과장되거나 작위적인 느낌은 전혀 없었다. 자연스럽고 편안하며 진짜 같았다. 패션 작가이자 브랜드 컨설턴트 잭 와이스도 동의했다. “블레이저와 넥타이를 잔뜩 입고 있어서 딱딱한 분위기를 예상했는데, 의외로 편하고 유쾌했어요. 분위기는 US 오픈만큼 활기차면서도 훨씬 세련됐죠.”
이번에 조지 클레벌리와 협업해 윔블던에서 영감을 받은 가죽 제품 컬렉션을 발표한 Weiss는, US 오픈에 누구보다 익숙한 인물이다. 그는 한때 티모시 샬라메와 카일리 제너가 아서 애시 스타디움에서 다정하게 앉아 있는 파파라치 사진의 전경에 포착된 적도 있다. 하지만 윔블던은 그의 첫 경험이었고, 남성복 수준에 놀랐다. “미국인 입장에서 윔블던에서는 옷을 차려입는 것이 일종의 코스프레처럼 느껴질 수도 있는데, 영국인들에게는 이게 진짜예요. 편안함이나 캐주얼을 추구하는 분위기가 적고, 그런 점이 정말 마음에 들어요. 전통을 지키는 유일한 대회고, 복장도 포함돼요.”
물론 이러한 스타일 기대감 덕분에 윔블던은 세계에서 가장 흥미로운 셀럽 패션 쇼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스타들과 그들의 스타일리스트는 윔블던의 전통적인 코드를 각자 나름대로 해석한다. 데이비드 베컴처럼 항상 완벽한 룩을 선보이는 이도 있지만, 데이브 그롤처럼 슈트를 입은 모습이 놀라운 인물도 있다. 스타일리스트 워렌 알피 베이커는 토요일에 글렌 포웰에게 프린스 오브 웨일스 체크 패턴의 브루넬로 쿠치넬리 수트를, 일요일에는 앤드류 가필드에게 랄프 로렌의 클래식 아이보리 룩을 입혔다. 그의 목표는 “전통을 존중하면서도 자연스럽고 시크한 룩”을 연출하는 것이다.
줄 서서 형제들을 챙기던 시절에서 센터 코트의 스타 관중이 된 톰 홀랜드의 스타일도 크게 변화했다. 2018년, 스파이더맨으로 자리잡은 지 몇 년 안 된 시절 그는 랄프 로렌 퍼플 라벨의 정장을 입고 등장했다. 어린 시절 축구 유니폼을 입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핑크색 JW 앤더슨 셔츠에 와이드 진을 입고 등장했다. 최근 그의 스타일이 더 여유롭고 편안해졌다는 것을 보여준다. “저는 편안함을 좋아하지만, 동시에 단정한 것도 정말 중요하게 생각해요. 윔블던은 두 가지를 다 만족시켜주는 완벽한 장소죠.” 가장 좋아하는 윔블던 패션이 무엇이냐고 묻자, 홀랜드는 활짝 웃었다. “젠데이아가 몇 년 전에 랄프 로렌 수트를 입고 왔을 때요. 정말 아름다웠고, 완전히 이곳 사람 같았어요. 제가 집처럼 느끼는 장소에 그녀가 그렇게 어울렸다는 게 저에게는 정말 의미 있었어요.”
‘자연스러움’은 이번 인터뷰 내내 계속 등장한 키워드였다. “역시 나이든 신사들이 룩을 제일 잘 살려요.” 와이스가 말했다. “스타일리스트가 손 본 셀럽들도 많았지만, 숙련된 인물들은 그걸 아주 쉽게 소화해내죠. 특히 어떤 남성 한 분은 완전 흰색 리넨 수트에 파나마 햇, 그리고 멋진 투톤 옥스퍼드 슈즈를 신고 있었는데, 마치 수십 년째 윔블던을 오고 있는 듯한 풍채였어요. 그런 분위기와 멋은 돈으로 살 수 없죠.” 결국 윔블던과 그 스타일의 가장 멋진 점은 바로 그 ‘일관성’에 있다. “우리 엄마는 60년대에 윔블던에서 뛰셨는데, 그때도 지금과 똑같은 규칙을 따랐어요.” 마이크 브라이언이 말했다. “그런 작은 규칙들이 당신을 챔피언의 계보에 연결해줘요. 만약 지금 사진을 흑백으로 바꾼다면, 1930년대나 지금이나 구분 못 할걸요.”
맞다. 이날 센터 코트에서 야닉 시너 같은 신성들과 노박 조코비치 같은 전설들이 승리를 거두는 환상적인 경기를 많이 봤지만, 내가 윔블던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박물관 안 케네스 리치 윔블던 도서관에서의 고요한 시간이었다. 수다 떠는 사서 몇 명 외에, 나와 아내뿐이었다. 우리는 194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의 윔블던 프로그램을 넘겼다. 어느 시대든 관중들은 멋지게 차려입고 있었고, 더 중요한 건, 자기답게 입고 있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