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은 다 쓰는데 나만 아끼는 것 같아 괜히 민망한 지점들. 지금은 사소하고 창피할 수 있어도 꾸준히 아껴두면 중장기적으로 삶에서 엄청난 격차로 돌아온다. 돈 뿐 아니라 삶의 여유, 자신감, 선택지 같은 눈에 보이지 않는 형태로 찾아온다.

트렌디한 소비
우리는 소비가 곧 나의 가치처럼 느껴지는 사회에 살고 있다. 도시에는 너무 많은 사람이 살을 부대끼며 살기에 나도 모르게 옆 사람이 입고 가진 것을 보게 되며, 인터넷에 떠도는 ‘월급별 지갑 계급도’ 짤을 보니까. “동료들은 출근할 때 명품 스니커즈, 명품 향수, 명품 가방인데 나만 브랜드 없는 아이템이네. 없어 보이려나?” 생각이 들기 쉽다. 가치를 느껴 진짜 소비하고 싶을 때가 아닌, 따라 사고 싶을 때 참으면 나중에 자기가 진짜 좋아하는 걸 빚 없이 살 수 있는 여유를 가지게 된다. 그때 휩쓸려 소비하지 않은 것은 든든한 자기 중심이 된다.

점심과 커피값
다들 만 오천원 짜리 점심 먹고 7천원 짜리 음료 마시는데 나만 텀블러에 커피 담아오고 도시락 싸 오면 좀 이상해 보이니까.” 현실은 이렇다. 하루 2만원 차이는 한 달이면 60, 1년이면 600만 원이 된다. 이걸 모아서 재테크하는 사람과 그때그때 기분값으로 쓰는 사람은 중년에 통장 내역이 다를 수밖에 없다.
낡은 인테리어
‘친구들 SNS 보니까 전세 살아도 깔끔하게 인테리어 하고 최소 신축 오피스텔에 살던데 나만 벽지까지 오래된 원룸에 사는 것 같아. 초라해 보일까봐 누구 초대 못하겠다.’ 집은 내 안전과 건강을 책임질 수 있으면 된다. 남에게 근사하게 보일 필요까지는 없다. 목표를 위한 수단으로 생각하면 그렇게 아낀 돈으로 몇 년 뒤 전세금을 마련하거나 투자 자금으로 삼을 수 있고 내 집 마련의 발판이 되기도 한다. 남들이 보여주는 공간에 돈을 쓰느라 새로 인테리어를 하고, 북유럽풍 가구를 새로 사고, 분기별로 오브제를 들여놓는 동안 나는 미래 자산을 쌓아 나간다.

오래 사용한 스마트폰
“요즘 통신사 끼고 폰 사면 할부도 없어. 너도 하나 새로 바꿔라.” 모임에서 각자 휴대전화를 꺼냈는데 내 것만 구형 모델일 때. 다른 사람들의 최신 갤럭시와 아이폰과 달리 나의 것은 앱 반응이 느리고 사진 퀄리티가 떨어질 때 창피하다. 그러나 최신이든 구형이든 내가 평소 기본적인 기능만 사용한다면 본질적 효용의 차이는 거의 없다. 1년만 참으면 가격이 떨어지는데 굳이 매번 최신형을 사용할 필요는 없다. 지금 참은 사람은 이자 없는 할부 대신 이자가 붙는 통장을 가지게 된다.
나만 국내 여행
여름 휴가 기간, 나는 국내 여행을 다녀왔는데 직장 동료들과 친구들은 모두 도쿄, 방콕, 발리, 다낭 심지어 일주일 유럽까지. ‘나는 SNS에 올릴 사진도 없고 나눠 줄 기념품도 없네.’ 아니다. 해외 여행만 여행이 아니고 남들 간다고 나도 여행 갈 필요는 없다. 매일 그냥 할인하는 비행기표를 구경하지는 말자. 마음의 허전함을 카드값으로 채우면 결국에 현실의 삶은 비게 된다. 지금 남과 다른 창피함을 이겨낸 사람은 나중에 가고 싶은 곳이 생겼을 때 진짜로 즐길 수 있다. 더 풍요롭고 다채롭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