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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하면 꿀잠? 전문가들이 말하는, 잠자기 전 운동에 대한 모든 것

2025.07.15.조서형, Phil Hilton

퇴근하고 저녁에 운동하고 싶은데, 수면을 방해할까 고민이 된다면? 잠자기 전 운동하기 좋은 시간부터 강도까지 모든 것을 정리했다.

Kelsey Niziolek; Getty Images

운동은 간단해야 한다. 운동을 해서 몸을 피곤하게 만들고 땀을 흠뻑 흘린 다음, 샤워하고, 자면 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전혀. 한때 나는 일주일에 적어도 두 번은 퇴근 후 킥복싱 수업에 갔다. 숨이 턱턱 막히고, 시간이 빨리 가기만을 바라는 그런 강도 높은 수업이었다. 저녁 8시 30분이면 샤워하고 옷까지 다 갈아입은 상태였고, 11시 30분이면 침대에 누워 있었지만 눈은 말똥말똥, 원치 않는 에너지로 몸이 들떠 있었다.

운동과 수면의 관계는 복잡하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이 문제를 어떻게 보는지 알아보기로 했다. 케빈 모건 교수는 20년 전 러프버러 대학교에 임상수면연구소를 설립해, 수면 연구에 전념해왔다. 그는 말한다. “운동선수는 몸이 피곤해 깊이 잘 잘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아요. 특히 엘리트 선수들은 오히려 더 못 잡니다. 몸이 쑤시고, 근육이 경련을 일으키고, 원래 성격도 예민한 편이죠. 좋은 수면을 위한 길은 엘리트 선수처럼 훈련하는 것이 아닙니다.” 잠자기 전 운동에 대한 권고는 두 가지 요소에 따라 달라진다. 바로 운동 강도와 규칙성이다. 모건 교수는 내가 겪은 무술 수업 후 불면이 이상한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예상대로, 격렬한 운동일수록 잠드는 능력을 해친다.

“강도 높은 운동은 좋은 수면으로 가는 길이 아니에요. 만성 불면증을 가진 사람들 중 ‘나는 정말 다 해봤어요’라고 말하는 이들 대부분이, 그 ‘다’에 격렬한 운동을 포함시킵니다.” “운동과 수면의 관계는 선형적이지 않습니다. 만약 정말 이렇게 단순한 관계였다면 불면증이 존재할 수 없었을 거예요. 런던 마라톤 결승선에서 잠든 사람 본 적 있나요?” 운동 시간에 관한 연구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예전에는 잠들기 3시간 전엔 운동하지 말라는 것이 일반적인 지침이었지만, 최근에는 좀 더 부드럽고 Zone 2 수준의 운동은 훨씬 늦게까지도 괜찮다고 여겨진다.

“잠자기 직전 운동하는 건 안 된다는 얘기를 예전엔 많이 들었죠. 지금은 그렇게 나쁜 습관이라는 근거가 그렇게 강하지 않아요. 예를 들어 진지하게 10km 달릴 예정이라면 자기 한 시간 전은 피하는 게 좋습니다. 몸이 식는 데 시간이 걸리니까요. 하지만 좀 더 가벼운 운동이라면 문제가 되지 않아요.” 내가 한 시간 넘게 라운드하우스 킥이나 다리 휩쓸기 같은 동작을 하며 몸에 스트레스를 줬던 게, 각종 각성 호르몬을 분비하게 해 수면을 방해했던 것이다. 가이즈 앤 세인트 토마스 NHS 트러스트의 수면 및 호흡기 전문의 요한 뮈얼링은 이렇게 말한다. “운동은 몸을 피곤하게 만들지만, 교감신경계를 자극해 에너지 부스트 효과를 줍니다. 그래서 잠이 오더라도 잠드는 시간이 늦어지거나 수면의 질이 떨어질 수 있어요.”

그는 낮 동안의 운동이 오히려 수면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덧붙인다. “운동은 여러 방면에서 도움이 됩니다. 불안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고, 낮에 하는 운동은 멜라토닌 분비를 촉진시켜줍니다. 멜라토닌은 뇌 속의 수면을 조절하는 주요 호르몬이죠.” 멜라토닌은 밤에 상승하고 낮에 감소하는 호르몬으로, 수면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는 종종 보충제로 처방된다.

하지만 운동과 수면의 타이밍에서 진짜 핵심은 ‘언제 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규칙적으로 하느냐’일 수 있다. 수면 과학자들은 ‘차이트게버(zeitgebers)’, 즉 ‘시간 제공자’라는 개념을 이야기하는데, 이는 1950년대에 발견된 것으로, 우리 몸에 언제 깨어 있어야 하고 언제 잠들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신호다. 이 중 가장 강력한 것이 ‘빛’이고, 그다음으로 강력한 것이 ‘운동’이다. 매일 비슷한 시간에 운동을 하면, 생체시계를 훈련시켜 원하는 시간에 에너지를 내고, 필요할 때는 쉴 수 있도록 만들 수 있다. 2023년에 발표된 연구 ‘인간의 생체리듬에 미치는 운동의 영향’에 따르면, 근육 자체에도 체내 시계가 존재하며, 규칙적인 움직임이 수면과 건강 전반에 영향을 준다고 한다. 연구는 이렇게 밝혔다. “정오~오후에 하는 신체활동은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률 및 심혈관 질환 사망률을 낮추며, 오전 운동은 암 발생 위험을 줄이는 것과 연관돼 있다.”

그리고, 운동 시기를 결정하는 마지막 요인이 하나 있다. 모건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운동을 하기로 결심하고, 실제로 그것을 지켜냈다는 사실은 자신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갖게 합니다. 운동은 우리를 편안하게 만들어요. 저는 책상에서 나와 자전거를 타면, ‘아, 오늘 뭐 하나 제대로 했다’는 기분이 들거든요. 이 성취감과 자기 효능감은 전반적인 웰빙을 높이고, 수면에도 기여합니다.” 결국 이상적인 운동 시점은 몸이 식을 수 있는 충분한 여유를 두고, 동시에 자기만족의 뿌듯함을 그대로 안은 채 잠자리에 들 수 있을 만큼 늦지도 않은 그 시간이다.

Phil Hilton
출처
www.gq.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