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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여름에 뭐 신지? 한여름 샌들과 슬리퍼 추천과 스타일링 꿀팁

2025.07.15.조서형, Samuel Hine

제니의 발가락 신발은 우연이 아니다. 이미 남성 패션계에도 뜨거운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파리 패션위크에서 가장 핫한 신발은, 사실 신발이 아니다. 그건 아주 마이크로한 샌들이다.

파리 남성 패션 위크에서 오라리와 퍼렐의 루이 비통이 플립플롭을 선보인 이후, 디자이너들은 하나같이 극도로 미니멀한 샌들, 거의 발가락에 끈만 있는 샌들을 런웨이에 올리고 있다. 처음 이 트렌드를 봤을 때는 솔직히 회의적이었다. 여성복에서 차용한 스타일링 트렌드라 느껴졌고 그저 하나의 순간으로 여겼다. 더 로우의 700달러짜리 고무 플립플롭이 출시 직후 바이럴을 탔고 그 이후 소매점에서 샌들 판매가 활발해졌다는 보고를 보고도 무브먼트라 느끼지 못했다. 남성 패션계는 최근에서야 겨우 발가락이 덜 드러나는 어부 샌들을 받아들이기 시작했을 뿐이다. 단정하고 견고한 디자인으로, 통풍 잘 되는 옥스퍼드처럼 보이는 그 신발 말이다.

그러던 수요일, 팔레 갈리에라에서 열리는 회고전 오프닝 직전 릭 오웬스를 만났다. 휴가 중임에도 그는 늘 그렇듯 검은색 플랫폼 부츠를 신고 있었지만, 조용한 박물관 안에서 오웬스는 최근 발을 위한 OnlyFans 계정을 열었다고 털어놨다. 그리고 곧바로 우리는, 그의 발이 해골을 어루만지는 짧은 필름 설치 작품을 함께 보았다. “흠…” 나는 생각했다. “이거 진짜 발가락의 시대가 온 건가?” 오웬스 정도 되어야 발 페티시즘에 대한 관심 혹은 적어도 발 사진을 파는 데 대한 관심을 솔직히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그건 시작에 불과했다.

목요일에는 드리스 반 노튼 데뷔 쇼에서 가죽 플립플롭이 등장했다. 졸업파티나 결혼식 다음 날 해변에서 해돋이를 바라보는 헝클어진 우아함이 느껴졌다. 한편 르메르는 발에 소박한 끈으로 묶는 가죽 플랫 슈즈를 선보였다. 크리스토프 르메르는 이를 “일종의 새로운 시대의 남자, 새로운 히피 같은 이미지”로 설명했다.

드리스 반 노튼 2026 S/S

또 다른 디자이너 키코 코스타디노프는 오키나와에서 신혼여행을 보내며 “거칠고, 굉장히 더운” 일본 섬에서 받은 영감을 바탕으로 쇼를 구성했다. 토요일 아침, 그의 모델들은 일본식 재단이 들어간 비즈니스풍 수트를 입은 채, 실내에 직접 운반해온 모래 바닥 위를 걸었다. 그들의 발에는 발가락 양말을 신은 채 퓨처리스틱한 레인보우 샌들 스타일의 신발이 있었다. 이건 해변이 아닌 도시를 위한 열대 샌들이었다.

이 발가락 끈 트렌드는 대형 브랜드와 수공예 브랜드, 실험적인 레이블을 모두 아우른다. 같은 날 오후, 에르메스의 남성복 디자이너 베로니크 니샤니앙은 파리든 생트로페든 상관없이 신을 수 있는 고급 가죽 샌들을 선보였다. 어디서든 가장 깐깐한 지배인에게도 통할 만큼 럭셔리한 디자인이었다. 쇼가 끝난 뒤, 니샤니앙은 밝게 말했다. “그냥 여름이에요! 도시에 있는 멋진 남자, 시원하고 행복한 사람!” 그녀는 프랑스어로 말했고, 내 귀에는 “섹시 아 라 플라주(sexy à la plage)!”가 들렸다.

그쯤 되자 내 개인적인 회의감은 완전히 녹아내렸다. 문자 그대로. 파리 패션위크 후반부는 끓어오를 만큼 더웠다. 프랑스답게 대부분의 쇼장은 에어컨이 없고, 패션위크답게 사람들로 꽉 차 있었다. 금요일 저녁, 윌리 차바리아 쇼장에서 모델이 지나가면서 만들어진 한 줄기 바람이 반가울 정도였다. 꼼 데 가르송 쇼장에 도착했을 땐 “2열에서 땀범벅이 된 채 시체로 발견되면 어떡하지” 하는 상상이 들었다. 그러자 그 계절의 발가락 끈 샌들이 매우 매력적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마침 나는 여행 가방에 샌들을 한 켤레 가지고 있었다. 사실, 패션위크 이후 마르세유에서 휴식을 취할 생각으로 가방에 베드록 하이킹 샌들을 넣어왔던 것이다. 미주리 몬태나에 기반한 브랜드답게 바닥이 종이처럼 얇은 이 샌들은 미우미우보다는 등산 느낌에 가깝다. 그런데… 혹시? 일요일이 되자, 나는 양말에 땀 범벅이 되는 것이 지긋지긋했다. 결국 이 난리를 왜 겪는지 몸소 체험해 보기로 했다.

물론 모든 사람이 이 ‘맨들(mandal, man + sandal)’ 트렌드를 실제 일상에서 소화할 수 있을 거라 믿지는 않는다. “누구나 플립플롭을 신을 수 있는 건 아니에요. 이런 더운 날, 샌들과 반바지를 같이 신으면? 그건 진짜 아웃이죠,” 라고 스트리트 스타일 사진계의 베테랑 토미 톤은 말한다. 그는 지난 수십 년간 신발 트렌드를 가장 먼저 포착해온 인물이다. 참고로 그는 발렌시아가 크록스를 선호한다. 그러면서도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패션위크에 운동화 신고 오는 게 한때는 금기였던 걸요. 그래서, 한편으로는 괜찮지 않나요? 바꿔보는 거죠. 물론 취향 좋게 입는 게 전제긴 하지만요.”

나는 과연 제대로 신었을까? 마지막 쇼 날이라 휴가 온 사람처럼 보이고 싶지 않아, 플레어 데님과 버튼 셔츠에 베드록 샌들을 매치했다. 하지만 기온이 치솟자 아무래도 상관없어졌다. 마레 지역에서 쇼룸 미팅을 뛰어다니며 나는 발바닥 아치 아래로 흐르는 바람을 느꼈다. 데이비드 베컴에서 영감을 받은 컬렉션을 소개하던 디자이너 데이비드 코마는, 다음 주 베를린 쇼에서는 모든 룩에 맞춤 제작한 고무 하바이아나스를 매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완전 천재! 

크레이그 그린 쇼를 마치고 나올 때쯤, 나는 내 자신에게 만족하고 있었다. 다른 이들의 발은 조그마한 가죽 오븐 속에 갇혀 있었고, 나는 그들이 안쓰러웠다. 심지어 마지막 네 명의 모델은 신발 없이 런웨이를 걸었다. 그들의 발엔 아무것도 없었고, 대신 눈부신 추상적 플로럴 파카가 있었다. 발가락의 시대는, 이제 시작이다.

그리고 그 순간, 쇼장을 나서다 거리 스타일 포토그래퍼들 앞에서 발가락을 찧었다. “아야…” 사람들이 동시에 신음했다. 토미 톤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 “봐요, 그래서 패션위크에 샌들 신으면 안 되는 거예요.”

Samuel Hine
이미지
Getty Images
출처
www.gq.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