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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지안 “좋은 이야기는 좋은 힘을 갖고 있다고 믿어요”

2025.07.25.신기호

끝없이, 새롭게 시작되는 원지안의 이야기.

드레스, 가브리엘라 허스트. 데님, 디젤. 구두, 케이트.

GQ 안 물어보고 싶은데 물어볼 수밖에 없어요.
JA (미소) <오징어 게임> 말씀이죠?
GQ 네, 그간 워낙 많은 질문을 받아보셨을 테니 <지큐>는 담백하게 묻겠습니다. 어땠어요?
JA 드디어 마무리가 됐구나, 시원섭섭했어요. 시즌 1이 공개된 지 벌써 4년 가까이 됐더라고요. 이런 우뚝한 작품에 감히 제가 그런 마음을 품었습니다.
GQ 최근에 서울광장에서 출연 배우들하고 만나는 자리도 있었죠.
JA 맞아요. 너무 오랜만에 만나는 자리였어요. 무엇보다 우리 타노스팀 멤버들 다 만나서 좋았고요.
GQ 아? ‘타노스팀’이라고 부르는군요.
JA 네, 우리 타노스팀하고 가장 많이 촬영했으니까 애정이 아무래도 좀 더 깊어요. 그리고 우리 시은이! 제가 시은이랑 동갑이거든요. 일하면서 친구를 처음 만나봤어요. 오랜만에 시은이 봐서 더 좋았고요.
GQ <오징어 게임> 이후에 공통된 주변 반응은 뭐였어요?
JA 잘했다, 같은. 저는 늘 감사한 마음이었어요. 잘 아시다시피 제 분량이 그렇게 많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기억해주시고, 잘 봤다고 말씀해주시는 분이 많아서 정말 큰 에너지를 얻었죠.
GQ <오징어 게임>이라는 커다란 작품을 통과하고 만난 새 변화에 대해 물으면 어떤 이야기들를 들려줄 수 있어요?
JA 너무 많죠. 전부요. 모든 반응이 새로웠거든요. 그래서 아직도 신기하고, 신기할 정도예요. 제가 올린 피드에 장난으로나마 민수나 남규가 댓글을 달아주면 그 반응들이 재밌어요.

코트, 맥퀸. 톱, 네헤라. 팬츠, 리이.

GQ 그런 중에 차기작이 줄줄이 예정돼 있고요. 맨 앞엔 9월 공개되는 <북극성>이 있고. <메이드 인 코리아>, <경도를 기다리며>도 연이어 대기 중이죠?
JA 네, 운이 좋게도 그렇습니다.
GQ <경도를 기다리며>는 <오징어 게임> 시즌 2 이후 커다란 관심 안에서 받은 주연 작품이라 그 의미가 또 새롭겠어요.
JA 무엇보다 잘 해내고 싶단 마음이 가장 컸죠. 새로 배우게 되는 점들, 발견하게 되는 모습들도 있었고요.
GQ 이를테면요?
JA 이를테면, 이전까진 연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뿐만이 아니구나’라는 걸 정말 많이 느꼈거든요. 스스로도, 선배님들을 통해서도요.
GQ 어쩌면 역할이 넓어지면서 만나게 되는 모습들일 수도 있겠어요.
JA 맞아요. ‘내 에너지가 현장에서 작게나마 영향을 미칠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을 새삼 하게 됐어요. 아주 작게나마 깨닫게 됐죠. 맑은 마음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런 에너지까지 고스란히 전달된다는 걸 느낀 순간,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들더라고요. 작은 부분까지, 연기 외적인 부분까지.

톱, 알라이아.

GQ 아까 이야기한 새로움은 어떤 내용이었나요? 작품에 관한 거겠죠?
JA 네, 스토리요. 흥미로웠던 건 한 관계의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다룬다는 것이었는데 그 부분이 어떻게 전달될까, 하는 기대가 정말 컸어요. 현재와 과거의 모습을 모두 보여주는 작품이니 어떻게 전달될지 궁금했거든요. 인물, 전개, 구성 모두 새로웠어요. 덕분에 나름 상상도 자주 해보고, 감독님하고도 이야기를 정말 많이 나눴어요. 그래서 배우로서는 나름 해소가 됐는데, 그럼 이제 남은 건 시청자분들은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봐주실까 하는 기대죠. 흐흐흐흫.
GQ 연기한 인물도 이전과는 확연히 다르고요.
JA 맞아요. 전에는 좀 어둡고, 슬프고, 그런 서사를 가진 인물들을 주로 연기했다면 <경도를 기다리며>라는 작품에선 전혀 다른 인물을 연기해요. 밝고, 밝고, 밝아요. 이전 작품들과는 좀 다르죠?
GQ 어쩌면 기다렸던 작품, 인물이었을 수도 있겠어요.
JA 그럼요. 당연히요. 더 다양하게 연기해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거니까요. 배우에겐 정말 감사한 일이죠.
GQ 살펴보면 지나온 작품이 꽤 많아요.
JA 짧게 짧게 나왔습니다.(웃음)

셔츠, 팬츠, 벨트, 슈즈, 모두 더 로우.

GQ 짧게 짧게 지나온 작품들을 통해 지안 씨는 어떤 배움을 얻은 것 같아요?
JA 음, 그때마다 얻은 배움이 분명 있었어요. 그걸 하나씩 전부 나열하면서 말씀드릴 순 없겠지만 이렇게 하나로 모아보면.
GQ 모아보면.
JA 전에는 일만 했어요. 그러니까 연기만, 내가 맡은 바, 이것만 잘하자는 마음이었어요. 그런데 작품을 하나씩 지나오면서 어느 순간엔 ‘이게 아닌가?’하는 마음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그 마음이 지금은 ‘아니구나, 다른 것까지 더 신경 써야 하는구나’로 바꼈어요. 이건 사람들하고 소통하는 부분이 가장 커요. 현장은 유기적이니까. 내 일, 그러니까 연기는 기본이고, 함께하는 사람들과 더 많은 공감, 소통을 해야 한다는 걸 배웠죠. 이 부분에 대해서는 스스로를 좀 칭찬해주고 싶어요. 제가 원래 이런 걸 되게 못 하거든요.
GQ 지안 씨의 그런 노력은 결국 어떤 변화를 선물처럼 가져다주던가요?
JA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버릇이 생겼어요. 이즈음부터요. 예전에는 집착하는 버릇이 좀 있었어요. 작품, 인물, 역할, 내 일, 이 모든 걸 어쩌면 짐처럼요. 그런데 지금은 흘러가는 대로 둬요. 생각의 기준을 ‘나쁘다, 좋다’로 구분짓지도 않고요. ‘그냥 그런가 보다’, 하는 태도. 이렇게 마음먹으니까 훨씬 편하고 좋더라고요. 배우로서도, 그리고 저 개인으로서도.
GQ 어떤 계기가 있었어요?
JA 좀 깊에 고민했던 때가 있었어요. 제가 또 하필이면 생각이 많아서, 어느 시기에는 온전히 좋게만 생각해보기도 하고, 어느 땐 힘들면 그냥 힘들어버릴 때도 있었거든요? 극과 극을 오가다 보니까 아, 알겠더라고요. 짐작인가? 아무튼. 그렇게 생각하게 됐어요. 이도 저도 내 마음대로 안 되는 구나. 뭐, 그럼 그런 거지 별수 있어? 같은 마음.
GQ 힘을 뺀 듯한 느낌이네요. 멋지고요.
JA 아녜요. 별수 없으니까, 그때마다 몸을 움직이려고 했어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려고 했고요. 명상도 도움이 됐어요. 내 마음대로 안 되니, 할 수 있는 걸 해보자는 단순한 마음으로요.

드레스, 막스 마라. 링은 스타일리스트의 것.

GQ 그러면서 좋아하하게 된 일은 뭐였어요? 연기 말고.
JA 저 기타요. 일렉기타. 작년에 한참 쳤는데 또 잠깐 놓고 있어요. 그리고 게임도 좋아하고요.
GQ 자연스럽게 슬럼프를 극복하는 방법도 알게 됐네요.
JA 그런데 저는 제가 정말 슬럼프라고 말할 수 있을 만한 경험은 아직 없는 것 같아요. 다행이죠? 물론 때때로 지난한 시간도 만나보긴 했지만.
GQ 단단한 거죠. 그럼 그 지난한 시간을 지나올 수 있었던 건 ‘무엇’ 덕분이었다고 생각해요?
JA 믿음?
GQ 좀 더 물어도 돼요?
JA 그럼요. 그건 제가 처음 연기를 시작할 때 품었던 믿음이었어요. ‘이야기는 가닿는다’는 믿음. 이런 유의 생각들.
GQ 그 믿음은 지안 씨 마음에 남아 어떤 힘이 되어주고 있고요.
JA 그럼요. 처음부터 지금까지 계속 가지고 있는 마음이에요. 제 희망, 꿈. 이 또한 여기에서 출발했죠. 그래서 증명하고 싶어요. 내가 믿은 이야기의 힘.
GQ 그 마음, 믿음이 혹시 달리 다가왔던 적도 있었어요?
JA 아니요. 바뀌어본 적 없어요. 좋은 이야기는 좋은 힘을 갖고 있다고 생각해요. 좋은 이야기는 좋은 사람들이 모여 만드는 거라고도 생각하고요. 그래서 제가 좋은 작품이다, 좋은 이야기다라고 여기고 임할 땐 진심으로 제 마음을 다하는 것 같아요. 음, 지금 다시 생각해봐도 내가 믿는 이야기에 충실하고 싶다, 이 마음을 잃어본 적은 없었어요.

드레스, 가브리엘라 허스트. 재킷, 모자, 모두 디젤.

GQ 지안 씨의 그런 단호함이 멋집니다.
JA 아닙니다. 이건 저 혼자만 완성할 수 있는 믿음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많은 도움을 받았고, 받으며 걷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GQ 이렇게 똑 부러지는 지안 씨를 두고 주변 동료들은 어떤 이야기를 하던가요? 이를테면 지금까지 나눈 인터뷰의 내용과는 정반대의 허당이라든지.(웃음)
JA 에? 그러게요. 이거 어렵네요. 그런데 말씀주신 허당, 종이 인형, 뚝딱이 이런 말들은 제가 10대 때부터 들어오던 말이라서.(웃음)
GQ 그럼 스스로를 가만 바라보면 원지안은 결국 어떤 사람인 것 같아요?
JA 이것도 어렵네요. 근데 제가 언젠가부터 저를 놨어요. 툭. 지금 생각해볼게요. 내가 누굴까, 내가 누구지? 아, 잘 모르겠어요. 그런데 저는 이도 좋은 것 같아요, ‘넌 이래’라는 말에 휘둘리지 않아도 되고, ‘난 이래’라고 스스로 가두지 않아도 되고요. 그래서 저를 두고 이런저런 이야기 해주시는 거, 전 좋다고 생각해요. 전혀 다른 이야기가 들려오면 그건 그대로 재밌을 것 같고요.

    포토그래퍼
    김선혜
    스타일리스트
    황중원, 황해정 at 인트렌드
    헤어
    최은영
    메이크업
    최수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