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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팝 데몬 헌터스’ 감독, 매기 강 “내가 보고 싶은 걸 만들고 싶어요”

2025.09.18.전희란

“쓰고자 하면 영감은 어디에서든 와요.“ <케이팝 데몬 헌터스> 매기 강.

셔츠, 팬츠, 모두 막스마라. 이어링, 네크리스, 브레이슬릿, 모두 불가리. 슈즈, 크리스찬 루부탱.

GQ 그동안 남산은 너무 뻔한 장소라는 생각이 들어 촬영 장소로는 기피해왔는데, 오늘만은 이곳에서 만나고 싶었어요.
MK 좋았어요. 서울의 스카이라인에 되게 중요한 아이콘이잖아요. 시애틀에는 스페이스 니들, 파리에는 에펠탑, 토론토에는 CN타워, 그리고 서울 하면 N서울타워 아니겠어요? 저희 영화에서도 중요하게 등장하는 공간이고요. 저기 자물쇠 벽에 제가 단 자물쇠도 몇 개 있어요.
GQ 몇 개라면···.
MK 친구랑도 했는데. 이상해요? 아하핳.
GQ 첫 촬영치곤 포즈나 태도가 남달랐는데, 원래 잡지를 즐겨 봐요?
MK 매거진도 좋아하고, 어릴 때부터 패션을 워낙 좋아했어요. 아방가르드한 의상도요. 한때는 패션 디자이너를 꿈꾸기도 했어요. 인형에 옷 입히는 것도 좋아했고, 제 옷을 직접 만들어 입기도 했어요. 제가 손재주가 좀 있거든요.(웃음) 구조를 만드는 것에 관심이 되게 많아서 나중에 기회가 되면 오트쿠튀르도 배워보고 싶어요.
GQ 역시.
MK 잡지에서 모델 화보를 보면서 연구도 많이 했어요. 이렇게 하면 쿨하게 보일 수 있을까?
GQ 그 작전, 성공이었네요. 영화에서도 루미처럼 내면의 약한 면을 드러내는 쿨한 여성이 등장하죠. 감독 스스로는 어떤 성격이에요?
MK 대체로 긍정적이고, 고민을 하더라도 다 잘될 거라 생각하는 편이에요. 그리고 저는 되게 솔직해요. 거짓말을 못 해요. 어릴 때부터 거짓말하면 엄마한테 호되게 혼났거든요.
GQ 저는 솔직함도 용기라고 생각해요. 솔직함이 감독에게는 어떤 무기가 되는 것 같아요?
MK 동료들에게 솔직하게, 다이렉트하게 피드백을 줘요. 다이렉트한 방식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있지만, 좋아하는 사람이 더 많아요. 저도 아티스트일 때 감독이 원하는 바를 잘 알고 싶었거든요. 상대가 무엇을 원하는지 잘 듣고, 더 잘하고 싶었어요. 감독이 원하는 바를 잘 모를 때는 어떻게 해야 더 잘할 수 있는지 알 수 없어 답답했고요. 시원하게, 솔직하게 말하는 게 성격에도 맞고, 그래야 더 좋은 결과가 더 빨리 나오더라고요.

재킷, 스커트, 슈즈, 모두 페라가모.

GQ 중요한 결정은 빨리 하나요, 미뤄두고 나중에 하는 편인가요?
MK 스토리에 관해선 너무 많이 생각하지 않고 일단 먼저 해보는 편이에요. 일단 해보고, Let’s See. 아니면 다른 아이디어로 넘어가면 되니까요. 좋을지 나쁠지, 머릿속으로만 생각하는 것보다 직접 보고 판단하는 게 저한테는 더 잘 맞는 과정이에요. 
GQ 실제 성격도 일할 때처럼 저질러보는 스타일이에요?
MK 영화에선 그러는데, 제 인생에서는 생각을 되게 많이 해요. 둘이 좀 다른 것 같아요. 
GQ 일적으로는 좀 더 쿨한 스타일인가요?
MK I hope so.(씨익) 
GQ 감독은 어떤 식으로든 영화에 자신이 투영되고는 하잖아요.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만들고 나서 보니 자신의 모습이 투영되었다고 느낀 지점이 있었나요?
MK 애니메이션에는 스토리를 만든 다음 배우들이 연기하기 전 작업인 ‘스크립트 다이얼로그’라는 과정이 있는데, 제가 직접 다이얼로그 작업을 했어요. 저에게는 루미, 미라, 조이 같은 타입의 여자 캐릭터를 만드는 게 굉장히 중요한 일이었거든요. 그러면서 세 여자 주인공의 태도, 성격에 제 모습이 자연스럽게 많이 반영된 것 같아요. 실제로 영화를 본 주변 친구들이 루미를 보면 딱 저라고 하더라고요. 진우와 남산 데이트를 하고 마지막에 “오케이, 바이” 하고 당당하게 걸어가는 신이 있는데, 그걸 보고 친구들이 그러더군요. “딱 너네”. 그런데 제가 봐도 좀 비슷해요.(웃음) 
GQ 스스로 쿨하다, 멋있다고 생각하는 면은 어떤 부분이에요?
MK 자신감이 좀 많은 것 같아요.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시작하면서 반문을 많이 했어요. 내가 진짜 재능이 있긴 한가? 대단한 영화를 만들 수 있나? 그런데 만들면서, 그리고 완성하고 결국 성공을 하고 나니까 더 자신감이 붙은 것 같아요. ‘나 진짜 좀 괜찮게 하네?’ 

셔츠, 막스마라. 네크리스, 불가리. 더피 인형, 넷플릭스.

GQ 영화가 성공하기 전에도 자신감이 기반이 되었어요?
MK 스토리 아티스트는 감독, 프로듀서, 아티스트 앞에서 자신의 작업을 보여주는 일을 해요. 자신의 퍼스널한 작업을 보여주고 평가 받는다는 게 실은 되게 무서운 일이거든요. 그런데 그런 일을 20년 가까이 하다 보니 이런 배짱이 좀 생겼어요. ‘안 되면 그만이지 뭐’. 스토리 아티스트는 자신의 아이디어가 옳다고 푸시할 줄 아는 자신감, 말하자면 뻔뻔함이 좀 있어야 돼요.
GQ 스토리를 만들면서 가장 행복한 순간은 언제예요?
MK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 엄청 흥분돼요. 머릿속으로 생각한 아이디어와 직접 보는 건 다를 수 있어서 아이디어를 시각화한 뒤에도 재미있으면 기분이 엄청 좋아요. 재미있는 스토리 포인트나 웃긴 모먼트가 떠오르면 크루에게 공유하고, 반응이 좋으면 기분이 ‘짱’ 좋고요.
GQ 영감이 떠오르는 특별한 순간이 있어요?
MK 특별한 하나의 순간이 있는 건 아니에요. 영화를 만들 때는 영화 생각만 해요. 지난 6년 동안은 주말에도, 밤중에도 영화 생각으로 머리가 꽉 차 있었어요. 재작년 연말 한창 바쁘던 시기에 LA에서 일본으로 가는데 12시간 비행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요. 영화도 안 봤어요. 만들고 있는 영화 생각으로 머릿속이 꽉 차서 다른 인포메이션이 들어가지 않았거든요. 여기서 더 재미있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이 이야기는 어디에 끼워 넣지?
GQ 듣다 보니 궁금한데요. 온전히 쉬는 시간이 있나요?
MK 쉬어도 100퍼센트 쉬는 시간이 아니에요. 퇴근하고 집에 오면 엄마 역할을 해야 하니까, 그래서 힘들었죠.(웃음) 지난 몇 년은 쭉 그랬어요.
GQ 어쩌죠. 앞으로는 넷플릭스가, 세상이 더 가만두지 않을 것 같은데요.
MK 음, 그래도 제가 받는 스트레스는 행복한 스트레스예요. 일을 너무 좋아해서, 일을 안 하면 그게 더 스트레스예요.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 된다는 건, 감독이 된다는 건 그 일에 미쳐야 하는 것 같아요. 이것을 만들지 않으면 진짜 못살겠다. 이번 영화도, 다음에 하고 싶은 프로젝트도 그런 마음이 들거든요. 거기서 오는 힐링이 있어요. 그래서 계속하고 싶어요. 아무리 힘들어도.

베스트, 원피스, 모두 와이씨에이치. 이어링, 네크리스, 브레이슬릿, 모두 불가리. 슈즈, 생 로랑 by 안토니 바카렐로.

GQ 한국 문화에 대해 알아갈 것이 더 많다고 이야기했는데, 요즘 흥미롭게 보는 한국 문화 코드가 있어요?
MK 오늘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유홍준 관장님이 달항아리에 대해 설명해주셨어요. 전에는 달항아리의 스토리나 디테일에 관해 잘 몰랐는데 이야기를 들으면서 많은 아이디어가 떠올랐어요. 미완성이 이토록 아름답다는 것도 처음 알았죠. 저는 항상 스토리에 대해 생각하고 있어서 이렇게 작은 모먼트들, 주변 모든 것이 영감이 돼요.
GQ 감독 스스로를 지켜주는 수호신 같은 존재가 있어요?
MK 멋있는 답을 하고 싶은데···.
GQ 멋있지 않아도 괜찮아요.
MK 저는요, <케이팝 데몬 헌터스>도 그렇고, 앞으로 만들 작품도 남을 위해서가 아니라 제 자신을 위해서 하는 거예요. 다 내가 좋아하는 일이고, 내가 보고 싶은 걸 만들고 싶어서 해요. 이 영화도 열두 살 때부터 보고 싶었던 영화였고, 이 모든 과정이 저를 지켜주는 것 같아요.
GQ 결국 무언가를 보고 싶다는 마음이 작품을 만드는 힘이 되는군요.
MK 네. 그것이 가장 큰 힘이 돼요. 내가 내 스스로에게 가장 혹독한 비평가가 되자고 늘 다짐하거든요. 이것보다 더 잘할 수 있는데, 잘하고 싶은데, 늘 그런 마음이 들고, 그것이 저를 움직여요.

재킷, 스커트, 모두 에르뎀.

GQ 마침내 넷플릭스에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오픈되었을 때 어떤 마음이었어요?
MK 막 울었어요. 7년 동안 매달려온 작품이 이제 나왔구나, 전 세계 사람들이 넷플릭스를 통해 이걸 보고 있구나, 너무 감동이었어요. 엄청 기다린 순간이었거든요.
GQ 스스로에게 가장 혹독한 비평가였을 자신에게 이제는 칭찬을 해줄 때가 됐네요.
MK 영화를 만들면서 진짜 후회 없이 하자고 마음먹었어요. 아무리 힘들어도 힘든 건 지금 이 순간뿐이다. 크리스 아펠한스 감독님하고 항상 이렇게 이야기했죠. “우리는 사라져도 영화는 영원하다, 그러니 지금 우리가 최선을 다해서 대단한 일을 남기자.” 그런 의미로 만들었고, 진짜 아무런 후회 없이 했어요.
GQ 루미, 혹은 매기 강 자신에게 한마디해주신다면.
MK 자, 고생한 보람을 이제 맛보게 될 거야.

포토그래퍼
강혜원
스타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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