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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감기가 환절기 탓? 무시하면 안 되는 몸의 신호

2025.09.24.유해강

‘환절기라 그런가?’, ‘운동을 안 해서 그런가?’, ‘이게 직장인의 숙명인가?’… 어영부영하다가 지나치기 십상인 번아웃 초기 신호. 알아두고, 놓치지 말자.

내 얘기가 될 줄은 몰랐다. ‘번아웃 증후군(Burnout syndrome)’. 처음엔 그저 ‘한반도의 흔한 직장인 증후군’인 줄 알았다. 하지만 일주일 연차를 쓰고 쉰 뒤에도 피로가 풀리지 않고, 자주 아프고, 잘 못 자고, 그런 상태가 반년 넘게 이어졌다. 휴직하고 회복에 전념하면서 알았다. 번아웃이었다. 박세진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번아웃 증후군이 심해질 때 심한 우울증으로 연결되고, 만성적인 증상으로 심화할 수도 있다”며 경고한 바 있는데. 그렇다면 이 무시무시한 번아웃 초기에는 어떤 증상이, 왜 나타날까?

잦은 감기

내겐 2년에 한 번 걸릴까 말까 한 게 감기였다. 희한하게 자주 걸렸다. 나을 만하면 목이 아프고, 나을 만하면 머리가 아프고… 마스크와 단짝이 됐다. 잦은 감기는, 번아웃 초기 증상 중 하나일 수 있다. 심한 스트레스는 몸의 염증 반응을 유발하는데, 만성 염증은 몸의 면역 체계를 망가뜨려 감기에 걸리기 쉬운 상태로 만들기 때문이다.

불면

어떤 경우에도 잠 하나는 잘 자는 것이 나의 자랑 아닌 자랑이었는데. 휴직 전에는 아무리 누워 있어도, 휴대전화를 멀리 치우고 눈을 감아도, 잠에 들 수 없어 괴로웠다. 노동자의 스트레스와 번아웃을 연구하는 안소니 휠러 와이드너대 교수에 따르면, 불면은 번아웃의 흔한 전조 증상이다. 과도한 스트레스는 교감신경을 자극해 신체를 흥분 상태로 만들고, 이로 인해 밤이 깊어도 숙면이 어려워지는 것이다.

과식 또는 식욕부진

먹어도 먹어도 허했다. 계속 뭔가를 입에 넣고 씹어야 마음이 덜 부대꼈다. 마치 끝없는 굶주림의 저주를 받은 에리식톤처럼, 깨서부터 자기 전까지 뭔갈 먹었다. 번아웃은 종종 비만으로 이어진다. 스트레스가 증가하면 코르티솔 분비가 늘어나는데, 이 코르티솔 수치는 과체중과 연관이 있다. 역으로, 식욕이 극도로 줄어드는 경우도 있다.

비관주의

휴직 직전에는 나를 둘러싼, 나라는 사람과 내가 해온 모든 일이 무의미의 집합체로 보였다. 이젠 망할 일만 남은 것 같았다. 심리학과 행동과학을 연구한 캐럴 베른슈타인 박사에 따르면, 번아웃에 빠진 사람은 업무나 관계뿐 아니라 세상 모든 일에 분노한다. 혹은 냉소한다. 이것이 심해지면 삶 자체에 목적도 의미도 없다고 여기게 되며 행복이나 희망 등 긍정적 감정을 잊게 된다.

번아웃 막는 방화벽

번아웃이 한번 심하게 오면, 회복에 수개월에서 수년이 걸릴 수도 있다. 그러니 초기 신호를 인식하고, 예방하는 게 중요하다. 번아웃 예방법으로는 정신건강 전문의 상담·취미 생활 확보·사회적 연결 유지 등이 있다. 업무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큰 경우, 회사에 부서 이동이나 업무 교체 등을 요청하는 것도 방법이다.

“매일 일상이 행복하지 않다면 퇴사도 고려할 만하다.” 진로 전략가인 애나 고너는 말했다. “일이 당신의 시간과 에너지를 너무 많이 빼앗고, 가족이나 친구와 시간을 보낼 여유조차 잃는다면 위험 신호다. 현재 직장이나 업무를 떠날 때가 왔다는 뜻이다.” 당신의 일은, 당신 자신만큼 소중하지 않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