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현지 1,200만 관객 동원, 오스카 국제장편영화부분 후보까지. 독보적인 시선으로 ‘진정으로 아름다운 것’을 조명하는 재일동포 3세 영화감독 이상일에 대하여.

영화 ‘국보’는 이상일 감독의 아름다운 것에 대한 동경으로 시작되었다. 야쿠자 집안 출신의 소년 키쿠오가 아버지를 잃고, 가부키 명문가에 맡겨지면서 아들 슌스케와 함께 성장해가는 과정을 담고있다. ‘국보’의 소재인 온나가타는 가부키 극에서 여성을 연기하는 남성배우를 의미한다. 세상의 단 하나뿐인 자리를 향해 달려가는 두 소년, 관계와 감정의 내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일본을 넘어 전세계인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다.
경계인이라는 정체성
일본 니가타에서 재일동포 3세로 태어난 이상일 감독 고등학교까지 조선학교에서 교육 받은 후, 일본 대학에 진학해 경제학과 영화를 공부했다. 그는 여러 인터뷰에서 자신의 뿌리는 한국에 있지만 일본 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밝혔다. ‘일본 영화를 만드는 한국인 감독’이라는 그의 정체성은 관객들에게 다양한 해석과 시선을 여지를 준다. 그래서 더 특별하다. 실제로 그는 경계인이자 아웃사이더로서의 정체성이 영화 안에 녹아들며 영화를 만들고 싶은 이유가 되기도 한다고 밝혔다. 외부인이 함부로 정의할 수 없는, 경계에서 그만이 느낀 고뇌와 문화가 그의 작품의 감상 포인트이기도 하다.
배우들의 증언
영화 <국보>에서 슌스케 역을 맡은 요코하마 류세이는 이상일 감독을 두고 “타협 없이 영혼을 쏟아붓는 분”이라고 표현했다. 영화 <유랑의 달>에서 함께했던 히로세 스즈 역시 마지막 장면 촬영 당시 감독에게 따로 불려가 “이 영화를 망칠 거야?”라는 말을 들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원로 배우 에모토 아키라는 그를 “뭔가 보일 때까지 밀어붙이는 끈기 있는 사람”이라고 평했다.
이처럼 그는 냉정하고 건조해 보이지만 그래서 배우들의 역량을 극한까지 끌어올린다. 그의 작품에 참여한 배우들은 흔히 고통스럽고 외롭지만, 그래서 행복한 작업이었다고 말한다. 그가 인간의 내면과 사회의 심연까지 깊이 파고들어 영화를 만들어결국 명작들이 탄생한다.
국보 신드롬
‘국보’의 기록이 더욱 특별 이유는 실사 영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증명했기 때문이다. 애니메이션 기반 실사 영화가 고도로 발달한 일본에서 소설 원작 실사 영화로 역대 흥행 수입 1위라는 성과를 냈다는 점은 놀라울 만하다. 원작은 이상일 감독과 협업해 온 요시다 슈이치의 동명 소설로, 작가가 실제로 3년간 가부키 분장실에서 스태프로 일하며 얻은 생생한 경험이 소설에 녹아 있다. 여기에 이상일 감독 특유의 집요함과 이를 성실하게 구현해낸 배우들의 열연이 더해지며 작품이 힘차게 극장가를 누비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