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유명한 시계 수집가가 이제는 자기의 시계를 만들고 있다. 3년의 개발 끝에 선보이는 타임피스. 마크 초의 템포럴 웍스다.

2023년 4월 워치 앤 원더스가 열리는 제네바의 대형 컨벤션 센터의 건조한 홀에서 마크 초를 우연히 마주쳤다. 짧게 대화를 나누면서 그가 곧 자기 시계 브랜드를 출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모르는 사람을 위해 덧붙이자면 그는 명성 높은 테일러 숍 ‘The Armoury’의 공동 창업자이자 자신의 작품만으로 경매를 구성할 정도로 유명한 시계 수집가다.
어제 전화 통화에서 그와의 그 만남을 떠올리자 마크는 “기억력이 좋으시네요.”라고 말했다. “벌써 준비만으로 3년이 되었네요. 2년 전에는 거의 다 되었다고 생각을 했는데요. 마음에 안 드는 것들이 계속 눈에 보이더라고요.”
템포럴 웍스는 더 아머리의 시계 협업을 담당하는 엘리엇 해머와 마크 초가 함께 만드는 브랜드다. 수년간의 조정과 실험 끝에 첫 모델인 Series A를 출시하며 시작하게 되었다. 첫 번째 라인업의 기반은 네이비와 블랙 컬러의 두 가지 피스로, 가운데 원과 12·3·6·9시 방향의 네 줄이 특징인 단순한 섹터 다이얼을 사용한다. 세 번째이자 마지막 시계는 다이얼 위의 모든 것을 긁어내고 분홍빛 레드의 마라스키노 체리 같은 마감만 남긴 모델이다. 가격은 모두 2,500달러이며 편안한 가죽 스트랩이 기본으로 제공된다. 단, 12월 내에 주문한 제품에 있어서는 250달러짜리 메쉬 메탈 브레이슬릿이 무료로 포함된다. 구매는 더 아머리를 통해 할 수 있다.

마크가 정장 전문가로서 쌓아온 노하우는 장식적인 요소 없이 집요하게 다듬어진 시리즈 A의 구조에서 확실히 느껴진다. 마크는 말한다. “재킷 모델이 완성되면, 그때부터 텍스처나 소재를 변형해 놀 수 있고, 그때마다 완전히 다른 느낌이 나죠. 하지만 그 틀, 기반 자체가 올바르게 잡혀 있어야 해요.”
특히 섹터 스타일 다이얼을 제대로 만드는 건 어려운 일이다. 마크는 이 디자인이 때때로 너무 과학적 느낌을 줄 수 있고, 큰 인덱스나 숫자가 들어가면 금세 과밀해진다고 걱정했다. 개발 중 한 단계에서, 그는 시제품을 랄프 로렌의 아들이자 영화 프로듀서로 일하고 있는 앤드류 로렌에게 보여주었다. “이거 꽤 멋진데요, 근데 다이얼에 왜 이렇게 많은 것이 들어가 있죠?” 당시 다이얼에는 큰 숫자, 섹터 라인, 브랜드 로고까지 모두 들어 있었다. 로렌의 피드백 이후, 마크는 다이얼 및 페이스를 단순화해, 1960–70년대 우주 시대 디자인을 떠올리게 만드는 조각적 케이스에 초점을 맞추게 했다.

시계 바디는 파텍 필립 칼라트라바 565에서 영감을 받았다. “565를 앞에서 보면 굉장히 곡선적일 것처럼 보여요. 그런데 옆에서 보면 실제로는 매우 평평하고, 뒤쪽에 무브먼트를 담기 위한 큰 엉덩이가 있죠. 그래서 시계가 손목에서 떠 있는데, 그게 썩 기분 좋은 느낌은 아닙니다.”
시계를 체감해보기 위해, 마크는 세 모델 모두를 내게 보내주었다. 통화를 마치고 나서 나는 블랙 섹터 다이얼을 착용한 채 시계를 옆에서 바라보았다. 처음에는 가장 덜 손이 갈 것 같았는데, 결국에 가장 좋아하게 된 모델이다. 내가 귀가 얇은 편인지 모르겠지만, 마크가 의도한 바를 보기 시작했다. 옆에서 보면, 이 시계는 파티를 시작하려고 대기하는 외계인들이 타고 있는 UFO처럼 보인다.
템포럴 웍스의 놓치기 아까운 멋진 포인트

이 시계들은 자라츠 폴리싱으로 마감된다. 이는 대부분 사람들이 그랜드 세이코와 연관시키는 기술로, 거울 같은 표면을 만든다. 정말 거울 같은 표면이다. 시리즈 A를 거울 삼아 이에 고춧가루가 끼었는지 확인할 수 있을 정도다. 시계 초침과 분침의 디자인은 만년필 닙의 형태에서 따왔다. 이는 마크와 더 아머리의 고풍스러운 우아함과 잘 맞아떨어진다. 울 글렌 체크 재킷 소매 아래에서 이 시계를 꺼내 시간을 확인한 뒤, 파커 51 만년필로 연애 편지를 쓰는 모습을 상상해보라.
이 브랜드의 시계에서 내가 가장 흥미롭다고 느꼈던 점은 마크의 과학적인 접근 방식이다. 그는 한때 여러 해에 걸친 설문을 진행해 ‘이상적인 시계 크기’를 정의하려 했고, 올해 초에는 시계 수집의 12가지 원칙의 최종 버전을 발표했다. 그는 데이터와 그에 따른 행동 규범을 갖춘 사람이다.
특히 “남성들은 시계 크기를 얼마나 원하나”에 대한 그의 설문은 매우 유용했다. “그 덕분에 37mm가 좋은 선택이라는 확신이 생겼어요.”라고 마크는 말한다. 언젠가 그는 시계를 34mm로 더 줄이고 싶은데, 이는 그의 개인적 선호에 가깝기 때문이다. “하지만 37mm가 훨씬 많은 사람들에게 잘 맞고, 상업적으로도 좀 더 쉬울 거라고 생각해요.”
오랜 수집가이자 의류 제작자로서 마크가 시계를 디자인하며 가진 가장 큰 강점은, 어떤 것이 어떻게 착용되어야 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오데마 피게 로열 오크 34mm 버전과 크리스티안 클링스의 작품을 언급하며, 이것들이 “내가 시계가 어떻게 느껴지길 원하는지 기준을 세워줬다”고 말했다. 나 역시 많은 시계를 착용해보는 사람으로서, 템포럴 웍스 시계를 착용하며 가장 즐거웠던 점은 이것이다. 내가 시계를 차고 있다는 사실을 잊을 만큼 편안했다는 것. 그동안 나는 사진 속에서나 언박싱을 할 때 잠깐 사랑에 빠졌다가, 몇 시간 뒤 너무 무거워서 결국 벗어버리게 되는 시계를 많이 경험했다. 시리즈 A는 충분히 편안하다. 시간을 확인하거나, 시계에 대해 질문하는 사람에게 자랑하는 등 정말 필요할 때만 그 존재를 떠올릴 수 있다. 그것은 좋은 시계의 기준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