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다짐은 하지만, 저녁만 되면 손은 이미 결제 버튼 위에 있다.

바로 결제되는 구조
배달앱은 사람이 “아… 시킬까 말까…” 고민하기도 전에 이미 결제 화면에 도착해 있다. 주소도 자동, 카드도 자동, 쿠폰도 자동 적용이니 손가락이 뇌보다 빠르게 움직이게 된다. 분명 그냥 메뉴를 구경하러 들어갔는데, 정신 차려보면 “주문 완료” 화면을 보고 있다. 이쯤 되면 내가 시킨 건지, 앱이 시킨 건지 헷갈리는 수준이다.
쿠폰과 할인에 속는 소비
5천원 할인, 첫 주문 쿠폰, 무료 배달… 겉보기엔 너무 착한 문구들이다. 그런데 이 할인들은 돈 아꼈다는 착각을 심어주면서 “그럼 하나 더 시켜볼까?”라는 생각까지 불러일으킨다. 결국 안 시켜도 될 걸 시키고, 하나만 먹어도 될 걸 두 개 시키게 되는 것이다. 사람은 손해에는 민감하고, 이득에는 둔감한데, 배달앱은 이 심리를 정확히 이용한다.
즉시 보상 심리
배달의 유혹은 늘 우리가 가장 지쳐 있을 때 찾아온다. 퇴근 후, 야근 후, 비 오는 날, 감정적으로도 지친 날. 이때 뇌는 건강, 저축, 내일 아침 같은 건 전부 무시하고 “오늘 고생했으니 먹어야지”라는 즉시 보상 심리를 들게 한다. 이 순간 배달앱은 위로이자 보상이 되고, 그렇게 피로와 배달은 영혼의 단짝이 된다.
무뎌진 가격 감각
밖에서 2만원짜리 밥 먹으면 손이 덜덜 떨리는데, 배달에서는 이상하게 “생각보다 안 나왔네”라는 말이 튀어나온다. 이유는 간단하다. 음식값, 배달비, 수수료가 따로따로 나뉘어 보이기 때문이다. ‘음식은 9천원, 배달은 3천원’ 이렇게 쪼개서 보면 저렴해 보이지만, 현실은 그냥 한 끼 1만5천~2만원이다. 배달앱을 통한 간편결제는 여기에 아무 일도 없었다는 착각까지 얹어준다.

메뉴 추천 알고리즘
배달앱은 이용자의 주문 기록, 클릭 패턴을 바탕으로 반응하기 쉬운 메뉴만 계속 노출한다. 한 번 치킨을 시키면 앱은 내가 치킨을 좋아한다고 판단한다. 그다음부터 메인 화면은 치킨, 치킨, 또 치킨이 된다. 마라탕 한 번 시키면 마라 지옥이 열리고, 야식 한 번 시키면 밤마다 튀김의 유혹이 시작된다. 새로운 메뉴를 고민할 필요도 없이 손이 먼저 같은 메뉴를 누르게 되고, 이 자동성 때문에 지출은 더 빠르게 늘어난다.
착각에 의한 자기합리화
처음에는 “오늘만 시키자”였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이게 더 효율적이야”가 된다. 요리 안 해도 되고, 장 안 봐도 되고, 설거지도 안 해도 되니까. 그렇게 배달은 스스로 시간을 샀다는 위로로 포장된다. 특히 바쁜 사람일수록 이런 논리가 강해지고, 배달비는 사치가 아니라 고정비에 가까운 성격으로 바뀌어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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