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와 편집자들은 연말에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어떤 책을 건넬까?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초 각종 만남 일정은 선물을 필요로 한다. 동료, 지인, 친척과 애인에게 줄 작고, 단순하고 저렴한, 그러나 의미는 가진 선물 말이다. 안전한 선택지는 화려한 상자에 담긴 비싼 초콜릿, 와인이나 올리브 오일 한 병이겠지만, 다른 선택지도 있다.

초콜릿과 와인, 올리브 오일, 핸드크림 모두 충분히 괜찮지만, 또 다른 길도 있다. 바로 책이다. 책은 비교적 저렴하고, 재킷 주머니에서 꺼낼 수 있을 만큼 휴대성도 좋다. 저녁 모임에 책을 들고 가는 건 늘 똑같은 와인 한 병을 들고 가는 것보다 조금 더 상상력이 느껴진다. 특히 사려 깊고 박식해 보이고 싶은 자리라면 더더욱 그렇다. 책 앞장에 짧은 메시지를 적을 수도 있는데, 요즘처럼 아날로그와 개인화된 감성을 모두가 갈망하는 시대에 꽤 근사한 마무리다. 여기 GQ팀 편집자, 유명 소설가들, 런던에서 가장 핫한 문학 낭독회를 리딩하는 이들의 추천을 함께 모았다.
아니카 제이드 레비, 『Flat Earth』의 저자

『La Cuisine est un Jeu D’enfants』. 아이들을 위한 미드센추리 프랑스 요리책이다. 절판됐지만 구하기는 어렵지 않다. 특히 1960년대의 낡은 판본들은 매력이 각별하다. 아이가 있든 없든, 호스트에게 선물로 주기 충분히 아름다운 오브제다. 다채로운 일러스트, 자유분방한 타이포그래피, 그리고 실용적인 주방 팁들로 가득하다. 누구에게나 매혹과 기쁨을 보장한다.

Michel OLIVERLa Cuisine est un Jeu D’enfa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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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시 애트킨슨, GQ 시니어 커머스 라이터

GQ의 기프트 가이드를 총괄하는 사람으로서, 내 일은 온라인에서 어떤 것이 등장했을 때 그것이 a) 대부분의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지, 혹은 b) 가성비가 좋은지를 알아보는 것이다. 이 두 조건의 벤 다이어그램 가운데에 정확히 들어맞는 선물을 찾는 건 드문 일인데, 타셴의 사랑스러운 미니 커피 테이블 북은 바로 그 경우다. 3만 원이면 모네부터 호쿠사이, 호크니까지 수십 종의 아름다운 미술 레퍼런스 북 중 하나를 살 수 있다. 세련된 크리스마스 선물이자, 스타킹 필러, 혹은 사무실 시크릿 산타용으로도 제격이다.

Christoph HeinrichM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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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 파커, GQ 사이트 디렉터

작년 크리스마스에 데이비드 설레이의 이 책을 읽을 때 ‘부커상 수상작’이라는 말은 한 번도 떠오르지 않았다. 이 소설은 헝가리 남성 이슈트반의 이야기를 다룬다. 그의 초기 성적 경험부터 군 복무 시절, 그리고 다소 우연적이고 뜻밖의 방식으로 런던 경제 엘리트 계층에 편입되기까지의 여정을 그린다. 설레이 특유의 절제된 문체는 주인공의 내면 독백이나 대화를 거의 허용하지 않는다. 대신 우리는 거의 완전히 분리된 시점에서 이슈트반의 트라우마, 승리, 그리고 간간이 마주하는 도덕적 딜레마를 경험하게 된다. 『Flesh』가 문학 소설의 초점에 다시 남성성을 올려놓았다고 말하는 건 단순화에 가깝다. 2020년 수상작 『슈기 베인』이 이미 훌륭하게 해낸 바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이 최근 몇 년 사이 가장 기묘하면서도 반가운 수상작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하루면 충분히 읽어낼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David SzalayFle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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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스타릿, 『Drayton and Mackenzie』의 저자

올해 초 그녀가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제인 가담이라는 작가를 전혀 몰랐다는 사실이 부끄럽다. 그런데 그 이후로 문학계에서는 어떤 흐름이 생긴 듯하다. 전혀 다른 분야의 책 사람들 여러 명에게서, 최근 그녀의 걸작 『Old Filth』를 읽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 작품은 지금 사람들이 쓰는 글의 주류와는 완전히 다른 지점에 있다. 식민지 관리의 자녀들에 대한 이야기이자, 이제는 사라진 영국적 감수성에 대한 애가다. 문화적 기억 속에서는 여전히 알아볼 수 있지만, 더 이상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감수성 말이다. 읽기 시작한 지 열 페이지쯤 만에 내 마음을 산산조각 냈고, 마지막 페이지까지 몰아붙였다.

Jane Gardam Old Fil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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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베카 돌런, GQ 피처 에디터

영국의 음식 미디어 세계는 다툼이 잦은 곳이지만, 잠시나마 모두가 의견을 모으는 순간이 있다. 바로 루비 탄도의 신간 『All Consuming』에 대해서다. 지난 75년간의 식문화를 날카롭게 분석한 이 책은 정말 훌륭하다. 한때 『그레이트 브리티시 베이크 오프』 출연자였던 그녀는, 이제 『뉴요커』에 글을 쓰고 책을 출간하는 매우 고급스러운 음식 평론가다. 그녀는 문장 감각이 뛰어나고, 틱톡 줄 서기 문화부터 디지털 레시피 쓰레기까지 현대 음식 세계의 기묘함을 풀어내는 데 있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매 생일과 크리스마스마다 요리책을 선물하던 사람에게, 올해는 이 책을 대신 건네라. 그들의 요리 실험을 보완해주는 종합서쯤으로 생각하게 될 것이다.

Tandoh, RubyAll Consum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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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클라크, GQ 시니어 스타일 에디터

『버진 수어사이드』를 2000년대 초반으로 옮기고, 유령 들린 집 대신 플로리다 늪지를 배경으로 삼는다면, 디즈 테이트의 『Brutes』에 꽤 가까워진다. 십 대 청소년 한 무리가 지역 텔레복음 설교자의 통제 불능인 딸의 실종 사건에 점점 집착하게 되는 이야기를 담은 소설. 미스터리이자, 인터넷 이전 밀레니얼 시대의 추함을 비추는 거울 같은 작품이다. 기묘한 기분을 느끼고 싶다면 읽어볼 것.

Dizz Tate Bru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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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윌리스, 소호 리딩 시리즈 설립자

만약 누군가가 나에게 훌륭한 연말 저녁 식사를 차려줬다면, 나는 헬렌 드윗의 『The Last Samurai』를 선물할 것이다. 고대 그리스어 학습을 매우 재미있게 보이게 만드는 책인데, 그 자체로 대단한 성취다. 나는 고대 그리스어를 다섯 번이나 배우려다 실패했다. 그래도 최소한 이 완전히 압도적인 천재성의 작품을 영어로 읽을 수는 있다. 성장소설이자 모험소설이고, 우울의 소설이자 교육에 관한 이야기까지 모두 담긴 책이다. 만약 그 저녁 모임의 주최자가 야망 있고 노력하는 젊은이라면, 스탕달의 『적과 흑』을 선물하겠다. 그 단숨에 읽히는 두꺼운 책에는 중요한 교훈이 가득하다.

Helen DeWitt The Last Samur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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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이아 고거티, GQ 기고가

책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주는 깊은 의미의 선물이 아니라, 가벼운 선물일 경우에는 짧고 웃긴 것이 최고다. 아무 생각 없이 친한 친구를 수백 페이지의 철학적 산문 속으로 끌어들이며 죄책감을 안기고 싶진 않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올해 나는 여러 사람에게 크리스티안 크라흐트의 『Eurotrash』를 선물했다. 이 소설은 2025년 인터내셔널 부커상 롱리스트에 올랐다. 노년으로 접어든 노망 난 어머니와 아들이 스위스를 가로지르는 기묘한 로드 트립을 떠나며, 무기 산업 투자로 벌어들인 그녀의 재산을 나눠주려 한다는 이야기다. 200페이지가 채 되지 않고, 가장 새까만 블랙 유머로 흠뻑 젖어 있다. 와인과 칠면조로 흐릿해진 연말 분위기를 단번에 깨기에 딱이다.

Christian KrachtEurotr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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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신 래니건, 『I Want to Go Home But I’m Already There』의 저자

그레이던 카터의 『When The Going Was Good』은 재미있고 자극적이다. 동시에, 작가들이 말도 안 되는 경비를 쓰고, 모두가 충분한 돈을 벌어 매일 밤 재미있고, 자극적이고, 소문 무성한 파티에 다니던 시대의 유물이다. 역사 기록의 일부이자, 『허영의 불꽃』 팬픽 같고, 동시에 베니티 페어의 잠시나마 신성시되던 홀을 거쳐 간 모든 작가와 셀럽의 이름을 가차 없이 늘어놓는 작품이기도 하다. 마지막에는 세련된 호스팅을 위한 보너스 가이드도 실려 있는데, 촌스럽지 않게 행동하는 법을 알려주는 리스트를 좋아하는 나 같은 사람에게 특히 좋다.

Carter, Graydon , Fox, JamesWhen the Going Was G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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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비아 베일, GQ 기고가

나는 이번 크리스마스에 멜 로빈스의 『The Let Them Theory』를 남자친구의 여동생에게 선물할 예정이다. 그녀는 대학 생활 한복판에 있는데, 형편없는 친구들, 엉망인 썸 관계, 청소에 알레르기라도 있는 것 같은 룸메이트들로 인한 혼돈이 서서히 그녀의 정신을 잠식하고 있다. 내가 몇 년간의 시간과 비극적으로 많은 양의 와인을 거쳐 깨달은 보편적 진실을 그녀도 깨달아 가는 중이겠지. 바로, 어떤 사람들은 그냥 별로라는 것. 이 자기계발서는 내가 설명하는 것보다 훨씬 잘, 삶을 바꾸는 대처 전략을 풀어낸다. 로빈스의 이 문장이 그녀가 성인 생활의 오르내림을 헤쳐 나가는 나침반이 되길 바란다. 그 나이의 나는 에코 폴스 와인과, 생각을 속으로만 간직할 최소한의 분별력밖에 없었다.
폴 조너선, Deleted Scenes 설립자

이번 크리스마스에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1월 22일에 출간되는 롭 도일의 대담하고 방탕한 세 번째 소설 『Cameo』를 미리 예약 주문하는 것이다. 그 사이에 두 번째 작품 『Threshold』를 선물한다면, 연말 연휴 동안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짜릿한 독서 경험을 선사하는 동시에, 새해를 기다릴 이유까지 만들어줄 수 있다.

CameoRob Doy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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