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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 잘 입는 남자들이 빈티지 파타고니아 찾기에 집착하는 이유

2026.01.09.조서형, Leon Hedgepeth

화강암에 긁힌 럭비 폴로부터 그물망 나일론 배기스까지. 파타고니아의 윤리적 기능성은 아웃도어 스타일의 판을 다시 짰다.

아웃도어 브랜드의 판테온에서, 돌에 새겨진 것이 아니라 알루미늄 초크와 방풍 플리스 재킷에 새겨진 이름이 있다. 바로 파타고니아다. 이 브랜드는 암벽 위에서 단련되고, 반항 속에서 다듬어졌으며, 결국 엘 캐피탄부터 에스프레소 줄까지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존재로 정제됐다. 그리고 그 정신은 파타고니아가 무엇을 만드는지뿐 아니라, 어떻게 만드는지까지 확장돼 왔다.

볼보가 안전벨트를 독점 기술로 묶어두지 않기로 한 것처럼, 파타고니아 역시 플리스에 대해 똑같이 개방적인 접근을 택했다. 1979년 말든 밀스, 현재의 폴라텍와 함께 개발한 플리스는 배타성을 위한 것이 아니라, 업계 전반의 성능과 지속가능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공유됐다. 이후 1985년에 이르러서 파타고니아는 자사의 신칠라 라인을 상표로 등록했다.

솔직히 말하면, 나 역시 한동안 이 브랜드를 일정 거리 두고 바라봤다. 파이낸스·테크 업계의 조끼 유행, 스냅-T 인터넷 경쟁, 그리고 고프코어과잉 사이 어딘가에서 말이다. 하지만 결국 실용성이 이겼다. 몇 시즌 전의 로스 가토스 플리스 한 벌이 계기가 됐고, 검증된 기본 아이템 몇 가지를 거치며 파타고니아는 늘 그렇듯 조용히 회의감을 충성도로 바꿔놓았다.

Patagonia

매 시즌 파타고니아는 아카이브를 뒤져 오리지널 피스를 다시 꺼내 대중에게 선사한다. 물론 이제는 더 윤리적인 방식으로 말이다. 내가 아주 아웃도어적인 사람은 아니라고 먼저 밝혀두고 싶지만, 좋은 디자인과 분명한 가치를 지닌 브랜드에는 마음이 간다.

플리스 프로그램, 배기스, 블랙 홀 가방 시리즈가 파타고니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일지 모르지만, 사실 브랜드의 첫 번째 라이프스타일 아이템은 럭비 폴로였다. “당시 문제는 암벽 등반 시기에 화강암에 계속 긁혀도 버틸 수 있는, 정말 두껍고 내구성 강한 원단을 찾는 것이었죠.” 파타고니아 라이프스타일 에센셜 카테고리 시니어 디렉터 마크 리틀의 말이다. 강렬한 색상은 가시성을 위한 것이었다. 암벽 위의 등반가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어야 했고, 그 색상들은 종종 남은 원단에서 나왔다. 리틀의 설명에 따르면, “초기 컬러 히스토리의 상당 부분은 다른 생산 라인에서 남은 원단을 활용하면서 만들어졌고, 그게 결국 컬렉션에 주입된 거죠.”

현재의 럭비 폴로는 따뜻한 재활용 울 혼방으로 업데이트됐는데, 이는 파타고니아의 진화를 깔끔하게 요약한다. 리틀은 이를 이렇게 설명한다. 브랜드는 “합성 소재에서 만들어졌을 법한 역사적 아이코닉 실루엣을, 100% 내추럴 혹은 내추럴 비중이 높은 소재라는 관점으로 재해석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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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타고니아에는 의심의 여지 없는 명작들이 몇 가지 있는데, 배기스는 그 대표 사례다. 7인치 포지 그레이 컬러의 내 배기스는 더운 계절엔 시야에서 사라지는 법이 없다. 그 인상이 워낙 강렬해 아버지께 아버지날 선물로 블랙 컬러를 사드렸고, 이제 아버지는 그릴 앞에 설 때마다 그걸 입고 있다. 하이킹이든, 서핑이든, 손님에게 미디엄이냐 미디엄 레어냐를 묻는 순간이든, 이 반바지는 다기능의 정의다.

브랜드의 또 다른 클래식은 레트로-X다. 아이코닉한 외형과 보온성, 그리고 사이키델릭과 하이커 감성이 뒤섞인 에너지는 거의 복제 불가능에 가깝다. 물론 많은 브랜드가 시도하고는 있지만 말이다. 겉감은 버진 폴리에스터에서 재활용 폴리에스터로 진화했지만, 리틀의 설명에 따르면 “소재 구성 안에는 재활용이 불가능한 멤브레인이 포함돼 있었고, 그게 사용 후 순환성에 영향을 줬다.”

이걸 입을 때마다 나는 OG가 자랑하던 방풍 성능을 그대로 느낀다. 다만 이제는 멤브레인의 뻣뻣함이 없다. 멤브레인은 더 부드러워졌고, 여전히 엄청나게 따뜻하다. “멤브레인을 제거한 것만으로도 비재활용 제품이 재활용 가능해졌고, 이는 실질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리틀은 성능 저하는 전혀 없었다고 덧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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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타고니아의 가장 무형적이면서도 인상적인 강점 중 하나는, 원 웨어 같은 프로그램과 더 넓은 세컨드핸드 생태계를 통해 여러 세대를 연결하는 능력이다. “그걸 할 수 있는 브랜드는 많지 않아요.” 리틀의 말이다. 파타고니아 공식 채널 외에 가장 훌륭한 리세일 사이트 중 하나로는 올드 스쿨 아웃도어가 있는데, 197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빈티지 파타고니아로 가득한 일종의 타임머신이다.

카일 크리시텔로는 태평양 북서부 전역의 수많은 등반 여행을 함께한 리버스 파일 재킷을 원 소유자로부터 구매하면서, 브랜드의 세대 간 흡인력을 직접 목격했다. “더 많은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판매자에게 메시지를 보냈는데, 그분은 지난 40년 넘게 그 재킷과 함께한 모험담을 정말 기쁘게 들려주셨어요.” 크리시텔로의 말이다.

세컨드핸드 시장에서 크리시텔로는 스스로를 ‘파타고니악(파타고니아 마니악)’이라 부르는 여러 하위 문화가 존재한다는 것도 발견했다. 모두 비슷한 아이템을 수집하지만, 이유는 조금씩 다르다. “예를 들어 1990년대 프린트 신칠라 스냅-T 플리스가 있죠.” 그는 말한다. “어떤 수집가는 보온성과 기술적 효용 때문에 찾고, 다른 이들은 기괴하고 펑키한 프린트에 끌립니다.” 또 그는 덧붙인다. “미국 생산을 중시하는 사람도 있고, 순수한 향수 때문에 찾는 사람도 있어요. 가족 중 누군가가 입었던 기억이 있거나, 캐스트 어웨이에서 톰 행크스가 입은 모습을 기억하는 경우죠.”

왜 특히 파타고니아 플리스가 세컨드핸드 시장에서 그렇게 인기가 많은지 묻자, 그는 브랜드의 초기 시절로 화살을 돌렸다. “1970년대에 파타고니아는 고객이 브랜드를 정의하도록 내버려두겠다는 매우 의도적인 결정을 내렸습니다.” 실제 고객이 보내온 사진으로 채워졌던, 그리고 지금도 그런카탈로그와 광고를 가진 회사로서, “커뮤니티가 브랜드의 목소리와 미학, 그리고 문화적 존재감을 사실상 형성해왔습니다.” 크리시텔로의 말이다. 파타고니아는 옳은 일을 하는 것이 성장을 가로막는 게 아니라, 가장 오래 가는 모델이라는 사실을 조용히 증명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