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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된 황야만의 순수한 문화를 간직한 나라, 가봉을 여행하다

2026.01.09.김은희

무형의 영혼들, 정체를 알 수 없는 생물종들, 아직 전해지지 않은 이야기들이 존재하는 그 곳. 가봉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중앙아프리카의 중심이다.

가봉 해변의 숲 코끼리들.

땅과 하늘 사이 어딘가에는 말이 무의미해지곤 하는 보이지 않는 영역이 존재한다. 긴 원통 모양의 북을 두드리는 한 무리의 남자들이 원을 그린 채 모여 앉아 자비라고는 없는 적도의 태양 아래서 세차게 타악기를 강타한다. 신성한 오쿠메 Okoumé 나무의 끈적한 수액을 태우는 무페투 횃불(오쿠메 나무 수지와 야자 잎으로 만든 가봉 원주민들의 횃불)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가운데 황홀한 무용수들이 하얀 재로 피부를 칠했다. 수시간 동안 미쿠무 Mikumu 마을은 공포와 보호의 힘을 지닌 애니미즘적 존재 ‘ 마룸바 Marumba’의 영혼을 불러내기 위한 준비를 해왔다. 공포심, 경외감, 그리고 매혹을 동시에 불러일으키는 이 가면 무용은 공동체에게 깊은 의미를 갖고 있다. “누군가 죽었을 때 또는 축제가 있을 때 그를 부릅니다.” 우리의 방문을 주선한 현지 협력팀 기예르모 카사스노바스 Guillermo Casasnovas가 설명한다. “가끔 그분은 이유를 알 수 없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아카카 Akaka 강 위로 날아가는 큰 백로.

격렬한 함성이 이어지는 가운데 날카로운 숨을 들이켜는 소리와 함께 마룸바가 등장했다. 두껍게 겹쳐진 라피아를 몸에 두르고 깃털로 장식한 왕관과 붉고 검은 나무 가면을 쓴 그 요란한 존재가 골판지로 싼 철판 지붕을 기어오르며 모습을 드러냈다. 그가 나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나중에야 알게 되었지만, 그것은 일종의 기괴한 축복 방식이었다. 야자 잎을 휘두른 댄서들이 뒤로 공 중제비를 돌고 재주 넘기를 하며 움직이는 건초더미 같은 그 존재를 사방으로 몰아넣더니, 마침내 마룸바가 마지막으로 광란의 몸부림을 치며 잿빛 연기 구름 속으로 아스라이 사라졌다.

내가 목도한 이 의식은 뚫을 수조차 없는 울창한 숲에 뿌리내린 가봉의 영적 수행법 ‘부위티 Bwiti’로부터 왔다. 수도 리브르빌 Libreville 외곽에 자리 잡은 공동체인 미쿠무는 교육 센터, 전통 치료 클리닉, 청소년을 위한 사회 복지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 핵심에는 자연 세계와 문명 세계 사이의 소중한 연결을 보존하려는 결의가 담겨 있다.

미쿠무 마을의 부위티 의식 중 흰 재를 바른 무용수.

미국 콜로라도주 정도 크기의 이 중앙아프리카 국가는 전체 면적의 약 88퍼센트가 열대 우림으로 덮여 있고 인구는 2백50만 명이 채 되지 않는다. 흩어져 있는 몇몇 도시 지역을 제외하면 도로나 주요 마을도 없다. 상당히 고립된 환경 속에서 몇몇 종은 놀라운 특성을 발달시켰다. 동굴에 서식하는 악어는 주황색으로 빛나고, 맨드릴개코원숭이는 수백 마리가 모여 초대형 무리를 이루며, 하마는 파도를 타기도 한다. 비밀은 지켜지고 수수께끼는 풀리지 않은 채 남아 있다. 너무나 많은 것이 안타까울 정도로 알려지지 않은 중앙아프리카의 이 구역은 마치 중세 판타지 세계인 ‘중간계’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사람에 익숙해져 편하게 낮잠을 자는 저지대 고릴라.

나는 2023년에 가봉을 처음 방문했다. 당시는 온건파 독재자 알리 봉고 Ali Bongo가 여전히 권력을 잡고 있던 시절이었다. 42년간 이어진 아버지의 통치를 물려받은 플레이보이 왕자는 정권을 잡은 지 몇 달 되지 않아 군사가 들고 일어난 쿠데타로 축출됐다. 알리 봉고는 비록 많은 문제가 있는 인물이지만 부정할 수 없는 환경 보전론자였고 가봉을 환경적 진보의 길로 이끌었다. 한 예로 영국 출신의 전 환경부 장관 리 화이트 Lee White가 큰 틀을 잡은 계획을 통해 봉고 정부는 탄소 배출권 거래를 도입함으로써 수십 년간 이어진 석유 의존도를 끝내려 했다. 비영리 단체 네이처 컨서번시 The Nature Conservancy가 중개한 ‘채무-자연 교환’ 프로그램을 통해 국가 부채를 재조정해 해양 보전 활동에 자금을 투입했고, 이는 가봉이 “아프리카의 마지막 에덴”이라 불리는 명성을 계속 굳건하게 만들었다.

불평등이 만연한 도시 리브르빌로 차를 몰고 들어가던 중, 봉고가 가택 연금 중인 저택을 지나쳤다. 탱크 한 대가 여전히 밖에 세워져 있었다. 정권이 전복된 세태치고는 온화한 편이다. 최근 쿠데타 이후 첫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 새 지도자 브리스 올리기 응게마 Brice Oligui Nguema는 봉고의 사촌으로, 냉소적인 사람들은 특별히 달라진 변화가 없다고 결론지었다. 화석 연료로 부를 쌓은 나라라는 점을 생각하면 아이러니하기 짝이 없지만 리브르빌은 여전히 정전 사태에 시달리고 있다.

의식에 등장하는 행위가들.

가봉 여행은 어느 것 하나 순조롭게 흘러간 적이 없다. 수많은 여행사가 이곳을 아프리카의 마지막 진정한 야생지대라고 칭송하지만, 높은 비용과 열악한 인프라 그리고 불안정한 정치 상황으로 인해 장기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이들은 드물며, 이 나라의 ‘자연의 성배’를 제대로 파악한 사람도 거의 없다.

봉고 정권이 남긴 것 중 비교적 긍정적인 측면은 약 7백50만 에이커에 달하는 땅을 보호하는 견고한 국립공원 체계다. 2002년에 구축된 이 체계는 미국 자연학자 마이크 페이 Mike Fay 박사가 이끈 2천 마일, 4백56일간의 ‘메가트랜섹트 Megatransect’ 탐사 활동이 주요 계기가 되었다. 야생동물보존협회(WCS, Wildlife Conservation Society) 소속인 마이크 페이 박사는 콩고에서 활동하는 최대 국제 비정부 단체의 일원으로서 가봉에서 벌어지던 무분별한 벌목 산업의 확장과 생물다양성 손실을 우려했고, 그의 탐사는 봉고 정권과 세계에 경각심을 일으켰다.

부위티 의식의 정령인 마룸바.

13개 국립공원 중 로앙고 Loango는 단연 빛나는 보석이다. 리브르빌에서 남쪽으로 1백50마일가량 뻗은 대서양 연안을 따라 굽이쳐 흐르는 이곳에서는 열대 우림이 바다와 맞닿는다. 서로 다른 생태계가 온전히 보존되며 형성된 곳으로 마치 독특한 모자이크 같다. 웅장한 버팔로가 탁 트인 사바나 초원에서 풀을 뜯고, 저지대 고릴라는 얽히고설킨 맹그로브 숲을 누비며, 가죽등거북이는 황금빛 모래사장에 알을 낳고, 코끼리가 숲과 해변 사이를 자유로이 거닌다. 리브르빌에서 비행기로 35분 거리인 포트젠틸 Port-Gentil에서 도로로 접근할 수 있고, 가봉 내 몇 안 되는 편안한 숙소들이 운영되는 지역이기에 접근성이 비교적 좋은 편이다.

숲길 트레킹 중 휴식 중인 가이드.

국영기관인 가봉 전략투자기금 Gabonese Strategic Investment Fund의 자회사인 럭셔리 그린 리조트 Luxury Green Resorts가 소유하고 운영 중인 은돌라 캠프 Ndola Camp는 공원 북쪽 끝, 석호 가장자리에 자리하고 있다. 내가 묵은 나무 데크 위에 만든 욕실 딸린 텐트는 동아프리카 로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화려한 장식이나 치장은 전혀 없었다. 하지만 온수, 에어컨, 그리고 진토닉에 얼음이 부딪치는 소리는 가봉 전역에서 매우 제한적으로만 누릴 수 있는 사치다. 영어를 하는 가이드를 만난다는 것 또한 희귀한 경험이다. 식민지 통치의 잔재로 이곳의 주요 언어는 프랑스어이고, 그 외 약 40개의 토착어가 공존한다. 앞으로의 여정을 함께할 보린스 Borince라고도 불리는 가이드 울리히 보라 무수아미 Ulrich Bora Moussouami를 소개받기 전까지 나는 몸짓과 미소로만 의사소통을 해왔다.

막스 플랑크 연구소 덕에 인간이 익숙해진 로앙고 국립공원의 저지대 고릴라.

우리는 사파리 차량에 올라타 사바나를 가로질렀다. 초원을 달리며 동아프리카의 거칠고 위압적인 ‘빅 파이브’(아프리카 사파리의 대표적인 다섯 동물로 코끼리, 사자, 버팔로, 표범, 코뿔소를 일컫는다)의 버팔로 무리보다 색이 더 밝고 더 아름다운 숲의 버팔로들을 찾아 나섰다. 그 무리의 밤갈색 등 위로 순백의 소백로들이 깡충깡충 옮겨 다녔는데, 버팔로들이 털어내면 손수건처럼 팔랑이며 날아올랐다.

서서히 해가 지기 시작하자 우리는 모래 언덕에 차를 세우고 해안을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포효하는 파도가 밀려왔고, 밀물과 썰물 사이마다 반투명한 유령게들이 유리처럼 반짝이는 해변을 가로질러 재빨리 움직였지만 이내 몇 초 만에 그들의 존재는 흔적조차 씻겨 사라졌다. 부서지기 쉬운 산호 가지들의 잎사귀가 해변으로 밀려와 햇볕에 달궈지고 있었고, 그 옆에는 보티첼리의 비너스를 받쳐도 될 만큼 완벽한 형태의 가리비 껍데기들이 놓여 있었다. 그러나 바다가 뱉어낸 모든 것이 걸작은 아니었다. 플라스틱 슬리퍼, 병뚜껑, 버려진 음식 포장지들이 이웃한 나라 앙골라 Angola와 콩고 민주 공화국에서 해류를 타고 떠밀려온 석유화학 폐기물과 함께 디스토피아적 해안선을 이루고 있었다. 보기만 해도 끈적한 질감이 느껴지는 검은 기름 웅덩이들이 풍경을 더럽혔고, 산업용 석유 시추 시설에서 나온 오염 물질들은 저 멀리 수평선 너머에서 유독성 횃불처럼 타오르고 있었다.

숲속 땅에서 자라난 버섯.

“예전에는 우리 산림 감시원들이 이걸 치웠죠.” 오랫동안 숲에서 일해온 보린스가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새 정부가 들어선 이후부터는 제대로 급여를 받지 못했어요. 그래서 이제는 모두가 사무실에만 앉아 있죠.” 에덴이 보이는 그대로의 낙원이 아니라는 사실을 아무도 모른다. 사람들이 버린 쓰레기를 피해 숲 코끼리들은 여전히 해변을 찾았다. 사바나 코끼리보다 작은 몸집에 우윳빛 눈동자, 곧고 얄팍한 창처럼 생긴 상아를 가진 이들은 매일 저녁 나무가 만든 경계를 넘어 짠맛이 밴 초목을 찾아 나섰다.

가봉에는 약 9만 5천 마리의 숲 코끼리가 서식하고, 이는 전 세계 개체수의 약 65퍼센트에 달하기에 이곳은 이 멸종 위기종의 마지막 보루 역할을 하고 있다. 과거에는 밀렵이 이들을 위협했지만, 현재 가장 큰 위험 요소는 인간과 야생동물 사이의 갈등이다. “코끼리들이 우리 농작물을 망치니 사람들은 보복하죠.” 우리가 암컷 우두머리와 그 가족을 피해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으로 살금살금 움직일 때 보린스가 속삭이듯 설명했다. 이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비정부 단체 ‘스페이스 포 자이언츠 Space For Giants’는 이전 정권 당시 그들과 협력해 지역 사회와 농장을 보호할 수 있도록 이동식 전기 울타리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이 프로젝트는 성공으로 평가받았으나, 현재 약 20퍼센트로 추산하는 실업률 급증과 같은 사회 문제에는 정부가 그만큼의 예산을 동등하게 투자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비난을 받았다. 봉고가 사람보다 동물의 이익만 우선시한다는 인식도 있었다.

나무 위에 누운 저지대 고릴라.

지역 사회에 큰 위협이 되지 않는 동물은 서부 저지대 고릴라다. 연구자들은 콩고 분지에 이들이 최대 36만 마리쯤 서식할 것으로 추정하는데, 이는 산악 지역에 사는 사촌 격인 산악 고릴라 개체 수의 3백 배 이상이다. 사파리 차량으로 이동하며 무리를 찾고 소리에 귀를 기울였지만, 울창한 숲속에서 야생 고릴라를 발견할 가능성은 낮았다. 그러나 로앙고에는 연구를 위해 사람에게 길들여진 한 가족이 있다. 이른 아침 출발해 우리는 공원 내 습지와 맹그로브 숲에 위치한 연구 센터 야투가 Yatouga로 짧은 보트 여행을 했다. “이곳에서 고릴라가 인간에게 익숙해지도록 만드는 일은 훨씬 어렵습니다.” 2005년 프로젝트가 시작된 이후 이를 계속 관리해온 막스 플랑크 연구소 Max Planck Institute 출신 가브리엘 코탐 Gabrielle Cottam이 설명했다. 큰 장벽은 지형이다. 몇 달 동안 고릴라들은 습지와 바이(Bai, 콩고 분지 곳곳에서 발견되는 미네랄이 풍부한 수관 공간)에서 풀을 뜯는다. 코탐에 따르면 적합한 우두머리 수컷인 실버백 고릴라를 찾는 데만 4년이 걸렸고, 코끼리 이동 경로를 따라 세심한 추적 작업을 하는 데 추가로 7년이 걸렸다. 관광객과의 첫 만남은 2016년에야 시작됐다. 운이 좋게도 우리가 방문한 2월은 무화과 열매가 가장 많이 열리는 시기였고, 그 덕분에 17마리로 구성된 고릴라 한 무리가 연구 캠프 근처에 머물고 있었다.

석호에서 더위를 식히는 숲 코끼리.

추적자 사무엘 미코디 Samuel Mikodi와 주덱스 콤베 Judex Kombe는 숲을 꿰뚫어보는 듯한 육감을 지니고 있다. 30분도 채 되지 않아서 우리는 실버백 카마야 Kamaya와 새끼를 포함한 그의 가족을 찾아냈다. 평균적으로 4~5년에 한 번 새끼가 태어나기 때문에 이는 매우 드문 일이었다. 하루 한번, 최대 4명에게만 허용되는 트레킹에서 우리 일행은 가느다란 나무 줄기와 연둣빛 잎사귀 너머로 몸을 낮추었다. 거대한 케이폭 나무의 뿌리 사이에 지친 몸을 쉬듯 기대 앉은 어미 고릴라가 새끼를 품에 안고 있었다. 아기 고릴라는 마치 접착제처럼 어미에게 찰싹 달라붙어 있었다. 어린 고릴라들은 나무 위 캐노피에서 나른하게 누워 마치 빨랫줄에 널린 빨래처럼 팔다리를 축 늘어뜨리고 있었다. 그들의 눈빛에 비친 인간을 향한 친숙함은 정해진 7미터 규칙조차 잊게 만들었고, 눈빛 하나에 지난 1천만 년의 진화가 사라지는 듯했다. 로앙고에는 저지대 고릴라, 침팬지 그리고 아홉 종의 다른 영장류가 서식한다. 이들은 종종 먼 거리를 이동한다. 국립공원을 횡단하는 일은 인간에게 훨씬 더 어렵다. 해안 조류는 거세고, 도로가 이어져 있지 않아 헬리콥터를 띄우지 않는 이상 걸어가는 것 외에는 선택지가 없다. 우리는 판초를 두르고 오픈 보트에 몸을 웅크린 채로 모여 앉아 군집한 파피루스 초원이 꼭 벽처럼 느껴지는 수로를 따라 1시간가량을 질주했다. 폭풍우 치는 하늘 사이로 마치 천사처럼 나타난 망치머리황새, 물총새, 백로들이 우리를 안내했다.

은돌라 캠프에서 세테 카마로 가는 길에 있는 아카카 석호.

“숲은 지켜져야 합니다. 그게 우리의 뿌리니까요. 숲이 없으면 우리는 길을 잃어요.” 현지 마을 출신이자 사회적 감수성이 뛰어난 20대 청년 클락 이소쿠이 Clark Issogui가 명상하듯 말했다. 그는 사회 의식이 높은 사람으로 근처 로지에서 요리사로 일하고, 음악 작곡과 랩 가사를 쓰는 등 다양한 삶을 오가며 살고 있다. 햇살 같은 샛노란 반다나와 무릎까지 오는 다홍빛 양말 차림의 그는 활기찬 에너지를 뿜어냈고, 힙합 영상에서 배운 슬랭이 섞인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했다. 클락은 나를 데리고 공원 남쪽 끝까지 약 19킬로미터에 달하는 트레킹에 나섰다. 벌목 회사들이 만든 길을 따라 걸으면서 우리는 랜드로버 자동차의 엔진 카브레터 잔해와 반질반질해진 코끼리 두개골을 지나쳤다. 카누의 노만큼이나 커다란 씨앗 꼬투리들이 발밑에서 바스락 소리를 냈고, 벨벳처럼 부드러운 버섯이 썩은 통나무에서 돋아나 있었으며, 흙이 스며든 개울물이 붉게 흘렀다.

생명은 숲에서 시작해 숲에서 끝난다. 그 사이에 이야기와 전설이 녹아 있다. 땀과 갈증과 피로에 정신이 아득해질 때쯤 상상력이 깨어났다. 형태와 그림자가 새로운 모습으로 변했고, 뒤엉킨 리아나 덩굴 더미는 며칠 전에 만난 마룸바 영혼처럼 보였다. 더 신비로운 것은 침묵이었다. 내 거친 호흡 소리만이 방해 요소일 뿐, 검은관두루미의 거대한 날개가 스칠 때 나는 소리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이따금 들려오는 파도 소리만이 바다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알려주었다.

모래 위에 남은 하마 발자국.

가봉 국립공원 경계 밖, 은도고 Ndogo 강어귀에 위치한 세테 카마 Sette Cama는 가장 오래된 로지 중 하나다. 원래 사냥 허가 구역이었던 이 땅은 남아프리카 회사인 아프리칸 워터스 African Waters에 임대되어 지금은 주로 낚시 캠프로 운영되고 있다. 이 팀은 환경 보호와 지역 사회 보전에 헌신하며, 해변 정화 활동을 조직하고 낚시 허가 수수료와 공원 이용료가 보전 프로젝트에 사용되도록 관리하고 있다. 내가 도착했을 때, 낚싯대와 낚시 도구들이 테이블 위에 흩어져 있었고, 칠판에는 포획 시 방류 대상이자 지역의 주요 어종인 풀잉어의 개체수가 표시되어 있었다. 엄격한 규제와 해양 보호 구역 덕분에 수많은 생물 종이 번성하고 있고, 그중에는 황소상어도 포함되어 있다. 이곳은 또한 가봉의 유명한 ‘파도 타는 하마’를 관찰할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해변에 떠밀려온 산호.

새벽 4시, 나는 손전등을 들고 어둠 속에서 길을 떠나 도보로 2시간 정도 이동해 하마들이 방목지와 석호 사이를 오가는 이동수단으로 바다 조류에 몸을 맡긴다는 장소를 찾았다. 가이드들과 함께 걸으면서 숲속 공터에서 붉은강멧돼지 무리도 만나고, 해변에서는 공격적인 버팔로들과 대치하기도 하며 도착한 나무등걸에 앉아 하마를 기다렸지만, 그들은 결국 나타나지 않았다. 야생동물 관찰의 진정한 현실이란 무대에 오르는 배우처럼 큐 사인에 딱 맞춰 동물들이 등장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캠프에서 훨씬 가까운 곳에 자리한, 3백50여 개 섬이 있는 은도고 Ndogo 석호는 케냐 사파리의 거대 명소인 마사이 마라 Masai Mara에 맞먹는 크기로 수많은 종이 서식한다. 아프리카에서 가장 큰 매너티 군집 지역 중 한 곳이 조류로 가득 채워진 물밑에 숨어 있고, 거대한 천산갑 등의 희귀 동물도 방해받지 않은 채 돌아다닌다. 대부분 어디서도 쉽게 볼 수 없는 이 신비로운 생물들, 그중에서 수천 마리의 아프리카 회색 앵무가 나무에 머무르는 장관을 해 질 무렵 보트 투어 중에 목격할 수 있었다.

미쿠무 마을에서 만난 현지 소녀.

처음 몇 마리가 빠른 떨림 같은 울음 소리와 휘파람 소리를 내며, 오케스트라가 연주를 준비할 때 악기를 조율하듯 선창을 시작했다. 석양에 빛이 사그라지면서 그들의 음악은 점점 커져서 석호 전체가 그들의 교향곡에 푹 젖어들었다. 끝없이 이어진 나무 줄기들에 둘러싸인 채로 그 순간, 나는 내가 꿈꾸던 가봉을 발견했다. 무형의 영혼들, 정체를 알 수 없는 생물종들, 그리고 아직 전해지지 않은 이야기들이 있는 곳.

가봉은 당분간 미개발 잠재력을 지닌 땅으로 남을 것이다. 분명히 복잡한 문제와 안타까운 면이 존재하는 곳이지만, ‘야생 Wilderness’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하는 이들에게는 소중한 발견이다. 야생이라는 단어는 남용되고는 하나, 이곳에서만큼은 그 진정한 의미가 빛난다.

BOOKING DETAILS
아프리카 모험 전문 업체인 저니 바이 디자인 Journeys By Design은 가봉에서 개인 맞춤형 안내 탐험 여정을 제공한다. 세테 카마 로지 Sette Cama Lodge (africanwaters.net)에서의 숙박을 포함한 12박 탐험 일정은 그룹 규모와 전세기 여부에 따라 1인 약 1만8천5백 유로부터 시작한다. 또한 각 탐험마다 3천7백 유로가 가봉의 자선 활동을 지원하는 데 사용된다. journeysbydesign.com

Sarah Marshall
포토그래퍼
Alistair Taylor Yo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