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배를 부여잡고 간신히 해장했는데,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 해장의 기본은 자극적이지 않고, 무겁지 않으며, 편안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일어나자마자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면 당장은 수분을 보충하는 것 같지만, 오히려 수분을 빼앗아 가는 행동이다. 카페인은 이뇨 작용을 촉진해 술로 인해 이미 부족해진 체내 수분을 추가로 배출시키며, 이는 두통을 더욱 심하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 숙취에는 유자차나 보이차, 꿀차 등이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니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해장한 다음 먹어도 늦지 않다.
매운 짬뽕
과음한 다음 날이면 ‘짬뽕!’을 외치며 눈을 뜨게 된다. 얼큰한 국물로 땀을 빼야 속이 풀리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이는 위 점막에 불을 지르는 행위일 수 있다. 알코올로 이미 예민해진 위벽에 캡사이신과 같은 자극적인 성분이 들어가면 위염이나 역류성 식도염을 유발할 뿐 숙취 해소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간이 알코올을 분해하느라 바쁜 상황에서 매운 성분의 대사까지 떠맡게 되면 회복은 더뎌질 수밖에 없다. 그간 흘렸던 그 땀은 아마도 간이 지르는 비명이었을 수도 있다.
피자와 햄버거
해외에서는 피자나 햄버거로 해장하는 사람이 많다. 기름진 음식을 먹으면 속이 쑥 하고 내려가는 느낌이 들어서지만, 술 마시기 전이라면 몰라도, 마신 후에는 최악의 선택 중 하나다. 기름진 음식은 소화되는 속도가 매우 느려 위장에 큰 부담을 주며, 알코올 대사로 지친 간에 피로를 더할 뿐이다.

해장라면
국민 해장 아이템인 해장라면. 유튜브에서도 다양한 해장라면을 소개하고 있지만, 사실 라면은 진짜 해장에 필요한 수분을 말끔하게 빼앗아 간다. 알코올은 체내 수분을 배출시키는데, 여기에 나트륨 함량이 높은 라면 국물이 들어가면 세포 속 수분까지 끌어다 쓰게 되어 탈수 현상이 심해진다. 다량의 첨가물과 조미료 역시 간이 해독해야 할 짐을 늘려 피로감을 연장한다. 전문가들은 라면 대신 차라리 맑은 콩나물국이나 북엇국처럼 아스파라긴산이 풍부하고 자극이 적은 국물을 마실 것을 권장한다.
귤
겨울철엔 집에 귤이 흔히 놓여 있다. 숙취에 입이 텁텁해 상큼한 과일을 먹었다면 앞으로는 그렇게 하지 않는 편이 좋다. 빈속에 귤과 같은 강한 산성 성분의 과일을 먹는다면 알코올로 인해 손상된 위 점막을 자극해 속쓰림과 통증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특히 숙취로 인해 위산이 역류하는 상태에서 산도가 높은 감귤류를 섭취하면 증상이 악화할 수 있다. 숙취 시에는 산성 과일보다는 칼륨이 풍부하고 산도가 낮은 바나나를 섭취해 전해질을 보충하는 것이 훨씬 해장에 좋다. 바나나가 없으면 바나나 우유도 좋다.
크림 파스타
한때 ‘크림 파스타 해장’이 유행해 맞는 사람들은 최고의 해장음식이라며 엄지를 치켜 세운 적이 있었다. 크림의 유지방이 위 점막에 막을 형성해 알코올 흡수를 늦출 수는 있으나, 이미 흡수된 알코올을 해독하는 데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소화 과정에서 가스를 많이 발생시켜 더부룩함과 복부 팽만감을 유발하고, 대사 과정에서 간에 부담을 준다. 간은 알코올을 분해하는 동안 지방 연소 기능을 잠시 멈추기 때문에, 이때 들어온 크림파스타와 같은 고지방 식사는 그대로 지방간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해장술
술은 술로 풀어야 한다며 해장국집에서 술을 시키는 사람이 있다. 해장은 맥주가 좋다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다. 당연하게도 술은 해장에 도움 되지 않는다. 오히려 경계해야 한다. 해장술을 마시면 일시적으로 알코올이 중추 신경을 마비시켜 숙취 통증을 못 느끼게 할 뿐, 실제로는 간이 해독해야 할 총량을 늘릴 뿐이다. 개인에 따라 다르지만 성인 남성 기준 소주 1병을 마셨을 때 간이 해독하는 시간은 7~10시간 정도로 알려져 있다. 과음했다면 하루는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이 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