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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 만든 거 아님! 스와치가 시계의 ‘3’과 ‘9’ 자리 바꾼, 혁명적 이유

2026.01.20.유해강

1시 다음은 2시다. 2시 다음은? 3시 아니고 9시. 8시 다음이 3시다. 무슨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냐고? 스와치가 작년 발매한 모델 WHAT IF…TARIFFS?의 다이얼 상에서는 시간의 순서가 그렇다. ‘3’ 자리에 ‘9’가 있고, ‘9’ 자리에 ‘3’이 있다. 어찌 된 영문인지 알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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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스와치 스위스 매장과 일부 공항 매장에서 약 24만 원에 판매된 이 한정판 시계는, 단시간에 주문량이 폭주하며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당시 스와치는 공식 웹사이트를 통해 WHAT IF…TARIFFS?의 구매가 폭주해 배송이 1~2주가량 지연될 수 있다고 안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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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델은 말했다시피, ‘3’과 ‘9’의 위치가 뒤바뀐, 얼핏 보면 ‘제조 불량 아닌가’하는 의심이 솟을 법한 디자인으로 만들어졌다. WHAT IF… 시리즈의 정체성이나 다름없는 정사각형 케이스도 숫자의 배치에 압도돼 무난할 지경. 거기다 케이스백의 배터리 덮개에는 ‘%’ 기호가 덩그러니 새겨져 있어 시계 자체가 하나의 수수께끼 혹은 메시지처럼 느껴지는데.

‘3’, ‘9’, ‘%’… 열쇠는 ‘관세(TARIFFS)’가 쥐고 있다!

지난해 8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스위스가 미국으로 수출하는 제품 가격의 ‘39%’를 관세로 미국에 내도록 했는데.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다른 유럽연합 국가들에 적용한 관세보다 월등히 높은 수준이었다. 스위스는 고급 시계를 만들어 수출하는 산업의 비중이 큰 국가인 만큼, 관세의 영향을 많이 받는 상황. 이에 스와치가 39%의 관세율을 풍자하기 위해 이러한 시계를 만들었고, 소비자들은 구매를 통해 그 메시지에 호응한 셈이다. 덧붙이자면 시계는 ‘조건부’ 한정 판매였다.

스와치 측: “미국이 스위스에 매긴 관세를 변경하면 즉시 이 시계 판매를 멈추겠다!”

결과는? 지난해 말 스위스 정부는 미국과 양해각서를 체결, 스위스 기업들이 2028년까지 미국에 2천억 달러(약 291조 원) 규모의 직접 투자를 하는 조건으로 관세율을 15%로 낮추기로 합의했다. 고로, 현재 WHAT IF…TARIFFS?는 중고 시장에서만 구매할 수 있다. 2026년 1월 기준 네이버 쇼핑에 등록된 판매처에는 중고 모델이 평균적으로 100만 원 정도에 올라와 있다. 이는 정가의 약 4배로, 희소성과 역사·정치적 의미를 두루 갖춘 모델인 만큼 소장 가치를 인정받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WHAT IF…TARIFFS?는 단순 마케팅을 넘어, 관세라는 다소 뻣뻣한 정치적 사안을 재치 있는 디자인으로 풀어낸 사례로써 시계사에 기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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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상징적인 쿼츠 시계의 41.8mm 케이스는 바이오 세라믹 소재로 제작됐으며 두께는 10.5mm다. 러그 투 러그는 33.25mm로 착용 시 안정감을 준다. 스트랩은 실리콘으로, 버클은 바이오 세라믹 소재로 만들었다. 색상은 베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