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머무는 자리.
5층 건물 전체를 감싸는 아치형 파사드를 통해 좁고 긴 햇빛이 부드럽게 스미는 곳. 유리와 석재, 절제된 비례로 완성된 이곳은 청담동 큰 길가에 새롭게 자리한 브루넬로 쿠치넬리의 플래그십 스토어다. 고귀한 캐시미어처럼 부드러운 베이지 색조의 건물은 마치 자로 재고 칼로 도려낸 듯 빈틈없이 단정하다. 이 바르고 올곧은 매장 곳곳에는 브루넬로 쿠치넬리가 끊임없이 강조해온 인본주의적 철학과 함께, 르네상스 건축의 주요 원칙인 견고함 Firmitas, 기능성 Utilitas, 아름다움 Venustas이 반영되어 있다.

먼저 건축을 기술이 아닌 인간을 위한 인문학이라 설명한 철학자이자 건축가 레온 바티스타 알베르티의 이론에 근거해, 가장 처음 마주하는 입구를 건물의 얼굴이자 손님을 맞이하는 첫인사라고 여겼다. 그런 맥락에서 브루넬로 쿠치넬리 청담 플래그십의 전면부에는 고대부터 유럽의 여러 도시들이 방문객을 맞이하는 관문을 상징하는 웅장한 아치 디자인을 적용했다. 브루넬로 쿠치넬리는 지난 2014년, 2500년의 역사를 지닌 고대의 관문 ‘에트루리아 문’의 복원을 추진한 바 있는데, 이번 청담 플래그십 스토어 파사드 디자인에 이 프로젝트가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세로로 섬세하게 분절된 파사드의 형태는 자연의 바람과 빛을 활용해 천연 직물과 가죽을 제작하던 이탈리아 중세 시대 수공업 공방의 로지아 목조 지붕 구조에서 착안했다. 외부 곳곳을 장식한 사이프러스 상록수는 로마 시대부터 아이의 탄생을 기념하며 심어온 나무로, 삶과 지속되는 아름다움을 상징한다.
아치형 관문을 지나 매장 내부로 들어서면 이탈리아 솔로메오로 순간 이동하게 된다. 내부 공간은 브루넬로 쿠치넬리의 근간인 솔로메오 특유의 차분하고 포근한 분위기를 고스란히 담아냈다. 테이블과 소파 같은 주요 가구부터 작은 장식 오브제, 은은한 벽면의 색조와 소재에 이르기까지 이탈리아 전역에서 수집한 값진 피스들로 구성, 브랜드 특유의 취향과 미감을 여지없이 드러낸다. 내부는 총 5개 층으로 설계되었다. 1층은 가장 개방적인 공간으로, 시즌을 대표하는 컬렉션과 함께 가방, 슈즈, 스카프, 아이웨어 등 핵심적인 아이템만 선별해 제안한다. 2층은 여성 컬렉션 공간으로 응접실을 연상시키는 단정하고 편안한 분위기로 연출했다. 남성 컬렉션이 자리한 3층은 라운지 형태의 휴식 공간을 더해 품격 있는 아지트 같은 장소로 완성했다. 4층에선 그간 국내에서 만나기 어려웠던 아동 컬렉션과 함께 테이블웨어, 쿠션, 담요, 오브제 등 풍요로운 라이프스타일 아이템을 선보인다. 5층은 VIP를 위한 전용 라운지로 외부와 차단된 프라이빗한 방식으로 운영된다. 그리고 청담동 거리가 시원하게 내려다보이는 6층의 루프톱까지, 이 반듯한 건물 안엔 브루넬로 쿠치넬리의 인본주의적 철학과 삶의 낭만이 견고하게 담겨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