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의 작품을 연상하는 까르띠에 크래시가 그래미 수상자의 손목을 장식했다. 동시에 시계 수집가들의 궁극의 목표물이 되었다.

2년 전, 우리는 이런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 까르띠에 크래시의 전성기는 이미 정점을 찍은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한 건 우리뿐만이 아니었다. 호딩키 창립자 벤 클라이머, 다임피스의 브린 월너 같은 저명한 시계 업계 인사들 역시 크래시에 다소 싫증을 느끼고 있었다. 밤늦은 행사 등장, 포토월 노출, 코트사이드 착용이 반복되면서, 1960년대의 아이코닉한 이 타임피스는 어느새 특별함보다는 익숙함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건 2년 전 이야기다. 그 자리를 위협할 또 다른 스위스산 성배가 등장하지 않는 한, 크래시는 돌아온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이것이다. 저명한 시계 애호가이자 이번 주의 비공식 주인공인 배드 버니가 목요일 슈퍼볼 60 하프타임 쇼 기자회견에서 플래티넘 까르띠에 크래시를 착용한 모습이다. 그리고 솔직히 말해, 꽤 잘 어울렸다. 막 그래미 시상식을 휩쓴 직후라서였을 수도 있고, 일요일에 1억 3천만 명 앞에서 공연을 앞두고 있어서였을 수도 있다. 아니면 더블 브레스티드 핀스트라이프 수트에 퍼 코트, 그리고 토끼 모자를 매치한 스타일링 덕분이었을지도 모른다. 이유가 무엇이든, 전체적인 그림은 완벽하게 작동했다.
여기에 그가 선택한 크래시가 그중에서도 최고 수준의 모델이라는 점도 한몫했다. 플래티넘 케이스에 루비 카보숑 크라운, 토프 컬러 가죽 스트랩을 갖춘 이 초희귀 버전은 런던 뉴 본드 스트리트에 위치한 까르띠에 매장에서 극소량만 판매됐다. 2023년 출시 당시 가격은 한화로 약 7천3백만 원 수준으로 비교적 합리적으로 책정됐지만, 극도로 제한된 생산량 탓에 현재는 중고 마켓에서만 구할 수 있다. 그마저도 거래 가격은 가볍게 수억 원대, 약 5억 원에 달한다.

1960년대 후반 약 12개 정도만 제작된 크래시는 수십 년에 걸쳐 다양한 케이스 소재, 다이얼 타입, 컬러 조합으로 여러 차례 변주를 거쳐왔다. 희소성과 멋을 떠나, 크래시가 지닌 독창성과 단순함의 조합은 왜 까르띠에가 20세기 시계 제작의 전설로 불리는지를 완벽하게 보여준다. 부인할 수 없을 만큼 희귀하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멋진 이 시계는 극소수의 부유하고 인맥이 탄탄한 사람들만 손에 넣을 수 있다. 다시 말해, 커리어의 정점에 오른 아티스트에게 더없이 잘 어울리는 선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