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식탁, 소개 자리, 갑작스러운 상견례 비슷한 모임. 수저는 들었는데 말은 안 나온다. 반찬은 많은데 공기는 묘하게 건조하다. 이럴 때 필요한 건 유머 감각도, 화려한 입담도 아니다. 어색함을 푸는 방법 7가지.

음식으로 시작
정치, 사회, 경제, 문화, 종교 같은 주제는 자칫 위험할 수 있다. 차라리 음식 이야기가 안전하다. “이거 직접 만드셨어요?” “요즘 두쫀쿠가 유행이라던데, 기억에 남는 가게 있어요?” 음식은 모두가 공유하는 소재다. 누군가를 평가하지도 않고, 사생활을 침범하지도 않는다. 자연스럽게 레시피, 취향, 요즘 자주 가는 식당 이야기로 번질 수 있다. 말문은 대개 이런 데서 열린다.
닫힌 질문 대신 열린 질문
“요즘 바쁘세요?”는 “네” 한 마디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대신 “요즘 가장 시간을 많이 쓰는 일이 뭐예요?”라고 묻자. 답할 거리가 생긴다. “취미가 뭐예요?”보다 “최근에 빠진 게 있어요?”가 낫다. 대화는 예·아니오를 피하는 순간부터 부드러워진다.

과거 대신 현재를 묻기
오랜만에 만난 친척에게 “언제 결혼할 거니?” 같은 질문은 금물이다. 좋은 사람을 소개해 주거나 축의금으로 1,000만 원을 낼 게 아니라면 묻지 말자. 사생활을 묻거나 선을 넘는 질문은 분위기를 빠르게 식힌다. 대신 “요즘 가장 재밌는 일은 뭐예요?” “최근에 다녀온 곳 중에 좋았던 데 있어요?”처럼 요즘 어떤지 묻는 게 낫다. 사람은 자신의 현재를 존중받을 때 편안함을 느낀다.
공통점을 빠르게 확보하기
오랜만에 보는 친척, 처음 만난 사람은 어색하고 거리감이 있는 게 당연하다. 이럴 때는 작은 공통점을 잡자. “저도 그 동네 가봤어요.” “저도 아침 커피 없으면 못 버텨요.” 대단한 취향 공유가 아니어도 된다.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라는 감각이 생기면 긴장이 확 줄어든다. 지식 자랑, 허세는 하지 말자. 공감은 경쟁이 아니다.
침묵을 두려워하지 않기
어색함은 침묵 때문이 아니라, 침묵을 불안해하는 태도에서 커진다. 잠깐의 공백은 자연스럽다. 물을 한 모금 마시고, 반찬을 권하며 숨을 고르자. “이 바나나 먹으면 나한테 반하나?” 같은 억지 농담으로 공기를 채우려다 미묘해지는 경우가 더 많다. 여유는 말의 속도에서 드러난다.

선택지를 제안하기
식사 후 어디 갈지 애매할 때 “어디 가실래요?”는 책임을 떠넘기는 질문처럼 들린다. 대신 “근처에 카페가 두 군데 있는데, 조용한 곳과 딸기 타르트가 맛있는 곳 중에 어디가 좋으세요?”처럼 두 개 이상의 선택지를 주자. 상대가 센스있다고 느낀다. 작은 배려가 대화의 흐름을 만든다.
속도를 맞춰서
그저 함께 시간을 보내는 자리다. 모든 대화를 완벽하게 이끌 필요도 없다. 중요한 건 상대를 평가하지 않고, 호기심을 갖고, 속도를 맞추는 태도다. 어차피 어색함은 금방 사라지지 않는다. 천천히 풀려야 자연스럽다. 그 과정을 견디는 사람이 결국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든다. 밥은 따뜻하고, 대화는 조금 느려도 괜찮다. 오랜만에 모인 친척들, 좋은 사람과 좋은 시간, 이것만으로도 꽤 괜찮은 식사 자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