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없다는 것은 단순한 외로움으로 끝나지 않는다. WHO에 따르면 외로움은 심혈관질환이나 우울증 등의 위험을 키운다고 한다. 건강한 몸과 감정을 만들기 위해선 마음을 터놓고 우정을 쌓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❶ 커리어에 집중
대부분의 20대는 자신의 커리어와 일 보다 다양한 경험을 쌓는 데 시간을 쓴다. 30대가 되어서는 사회적 자아를 확립하고 커리어의 정점을 향해 달리기 시작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친구와의 만남 보다 일로 만나는 사람이 자연스럽게 늘어나게 된다. 자칫 친구와의 만남은 생산적이지 못한 ‘시간 낭비’로 치부되고 퇴근 후 남은 에너지는 오로지 휴식과 재충전에 쓴다. 한마디로 앞만 보고 열심히 달리는 때이기 때문에 친구와는 멀어질 수밖에 없다.
❷ 물리적 거리가 만드는 감정의 거리
고향을 떠나지 않고 사는 사람은 몇 명이나 있을까? 성인이 되어서는 직장 때문에 거주지를 옮기거나 결혼 후 가족 중심의 생활로 친구들과 물리적 거리가 멀어지는 사람이 많다. 왕복 두 시간 이상 걸리는 거리 찾아가 주말을 할애하는 것은 30대 남성에게 엄청난 기회비용을 요구하는 일이 된다. 이러므로 “언제 한번 보자”라는 인사로 대신하는 날이 많아지며 점차 멀어지게 되는 것이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 말처럼, 일상을 공유하는 공간이 사라지면 남는 것은 학창 시절 추억뿐이다.
❸ 조건부 관계로의 변화

조금 슬픈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학창 시절의 무조건적인 우정과 달리, 30대 이후의 관계는 ‘가치’라는 냉혹한 기준이 적용된다. 만남을 위해 시간과 비용을 쓸 때 “이 만남이 나에게 어떤 즐거움이나 유익을 주는가”를 무의식적으로 따지게 되는 것이다. 공동의 관심사가 사라진 옛 친구보다는 당장의 비즈니스 파트너나 비슷한 자산 규모를 가진 집단과의 교류가 더 효율적이라 느껴지기도 한다. 이러한 만남은 서로의 조건이 달라지는 순간 모래성처럼 쉽게 무너진다. 우정의 자리에 ‘인맥 관리’가 들어서는 순간 남자는 외로워진다.
❹ 활동 중심의 관계
심리학적으로 남성의 우정은 무언가를 함께 하는 형태를 띤다. 게임, 운동, 술자리 등 공유하는 활동이 있을 때는 끈끈해 보이지만, 그 활동이 중단되는 순간 관계를 지탱할 힘이 급격히 약해진다. 고민이나 감정 공유가 부족한 남성에게 활동 없는 만남은 어색함과 침묵이 많다. 나이가 들며 체력이 떨어지거나 취미가 바뀌면 그 취미를 함께하던 사람과도 자연스럽게 멀어지게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❺ 서로 다른 인생의 속도
30대가 되면 같은 나이, 같은 학교 출신이어도 인생의 속도가 극명하게 갈린다. 누구는 결혼해 아이가 있고, 누구는 여전히 독신이고, 누구는 이혼해 다시 혼자다. 결혼한 친구와 독신 친구가 만나면 공통 화제가 줄어든다. 한쪽은 육아 얘기를 하고 싶고, 다른 쪽은 그 얘기에 공감이 안 된다. 공감대가 얇아지면 만남의 이유도 함께 희미해진다. 친구가 사라진 게 아니라, 각자의 시간이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면서 자연스럽게 멀어지는 것이다.
❻ 남성성의 보편적 문화

‘남자가 뭘 우울해? 어깨 펴고 살아야지’, ‘남자답게 씩씩해야지’라는 문화 역시 친구가 없는 이유가 된다. 평균적인 남성 사회에는 자신의 약점이나 외로움을 드러내는 것을 금기시한다. 친구에게 “외롭다”라거나 “도움이 필요하다”라는 말하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다 보니, 관계는 늘 즐겁고 유쾌한 모습만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을 받는다. 진지한 대화보다 농담과 허세로 가득 찬 대화가 주를 이루면 깊은 수준의 친밀감을 형성할 수 없다. 괜찮으니, 친구와 솔직하고 깊은 속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해 보자. 한번은 어렵지만 두 번부턴 쉽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