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시계 브랜드 니바다 그렌헨이 이런 시계를 만든 이유가 있다. 날지 못하는 새들의 개체 수 유지에 매우 진지하기 때문.

끊임없이 쏟아지는 만우절 AI 영상, 음모론, 출처 없는 루머, 딥페이크 영상 사이에서 인내심은 이미 바닥난 상태다. 나는 이미 인터넷에서 본 것은 여러 출처를 확인하기 전까지 믿지 않도록 스스로를 훈련시켰는데, 여기에 하루 종일 장난을 더 권장하는 날이라니. 정말 충분하다. 그래서 오늘 아침, 스위스 브랜드 니바다 그렌헨이 새로 내놓았다는 시계, 케이스백에 두 마리 펭귄이 서로의 어뢰 같은 몸을 탐색하는 오토마톤이 들어간 모델을 처음 봤을 때, 나는 곧바로 저급한 장난이라 생각하고 넘겨버렸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웃음거리가 된 건 우리 쪽이었다. ‘안타르틱 에로틱’이라는 이름의 이 시계를 여러 번 보게 되자, 결국 브랜드 PR 담당자에게 메일을 보내 진짜인지 확인했다. 돌아온 답은 이랬다. “전혀 농담이 아닙니다! 다만 유머는 충분히 담겨 있습니다.”

실제로 존재하는 니바다 그렌헨 안타르틱 에로틱은 꽤 진지한 기반에서 출발한다. 안타르틱 모델은 1926년 스위스 그렌헨에서 설립된 이 브랜드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핵심 라인이다. 니바다 그렌헨은 견고한 툴 워치로 잘 알려져 있는데, 그중에서도 안타르틱은 그 정신을 가장 잘 보여주는 모델이다. 1954년, 브랜드는 이 시계를 리처드 버드 제독과 미 해군 탐험대에 제공했으며, 이들은 ‘오퍼레이션 딥 프리즈 I’이라는 이름의 남극 탐사 임무에 착용하고 나섰다. 이 시계는 혹독한 환경에서도 견딜 수 있어야 했다. 얼음물에 던져져도 버텨야 했고, 폭설 속에서도 기능해야 했다.
이처럼 본격적인 탐험용 시계를 기반으로, 니바다 그렌헨은 그 미 해군 대원들이 남극에서 ‘마주쳤을지도 모를’ 세계까지 확장해 해석했다. 다이얼은 작게 적힌 ‘Erotic’이라는 필기체를 제외하면 매우 단정하고 기능적인 모습이지만, 케이스백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펼친다. 시계를 뒤집으면 만화처럼 표현된 두 마리 펭귄이 교미하는 장면이 등장하고, 태엽을 감으면 이 장면이 실제로 움직인다.
사실 시계에 이런 장면이 들어간 역사는 꽤 오래됐다. 160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에로틱 포켓 워치들이 존재하며, 그 목적도 다양했다. 사교 자리에서의 장난일 수도 있고, 보수적인 지배층을 풍자하기 위한 장치일 수도 있으며,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되기도 했다. 오늘날처럼 잡지를 침대 밑에 숨겨둘 수 있기 전, 사람들은 숙련된 시계 제작자에게 자신의 상상을 구현해 달라고 의뢰하곤 했다. 이번 안타르틱 에로틱은 살몬, 에그셸, 턱시도, 브라운, 화이트, 블랙 등 다양한 다이얼 옵션으로 출시된다.

과거 율리스 나르댕 미국 영업 총괄을 맡았던 넬슨 루세로는 2021년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이런 제품을 살 수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취향에 맞춘 작품을 주문했습니다. 연인이든 배우자든 말이죠.” 물론 두 마리 인어가 등장하는 율리스 나르댕의 클래식 모델처럼 다소 유머러스한 사례들도 있지만, 레슬리 노프가 좋아할 법한 ‘펭귄 두 마리’ 장면은 좀처럼 보기 힘든 유형이다.



새로운 안타르틱 에로틱의 가격은 가죽 스트랩 기준 236만 원, 메탈 브레이슬릿 버전은 267만 원이다. 그리고 이 이야기를 끝까지 밀어붙인 듯, 니바다 그렌헨은 이 시계 판매 수익의 일부를 펭귄 서식지를 보호하는 단체 오셔나이츠에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생각해보면 이것 역시 이 유머의 연장선이다. 펭귄 개체 수를 늘리고 유지하려면, 결국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