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ctorial

미스터 포터 X 에릭남 ‘헬스 인 마인드’ 캠페인

2019.12.13GQ

에릭남이 미스터포터와 남성의 정신 건강을 위한 ‘헬스 인 마인드’ 캠페인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가 일과 휴식, 삶의 균형에 대해 이야기를 꺼냈다.

이민 2세로서 미국에서의 생활은 어땠나? 학교에서 뒤처지지 않고, 친구 사이에서 소외되지 않기 위해 스스로 노력해야 했다. 대학 생활을 돌이켜보면, 내가 좋아하는 음악과 사회 봉사를 추구할 기회나 여유가 없었다. 부모님은 돈을 먼저 벌고 나서 사람을 도우라고 하셨고, 음악은 현실적이지 않으니 생각조차 말라고 하셨다. 그때는 부모님 말을 착하게 들었다. 결국 대학을 졸업한 뒤, 봉사 활동을 위해 인도로 떠났다.

음악 활동을 위해 한국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 나를 외국인으로 여기지 않는 유일한 나라니까. 나도 음악 신에서 동등한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한국에서 일을 시작할 때 소속사에 가장 먼저 부탁한 건? TV 출연이든 뭐든 시키는 일은 다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음악에 관해서는 내가 모든 것을 컨트롤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아니면 다시 미국으로 떠나버릴 생각이었다. 나는 한국에 음악을 하러 왔고, 행복하지 않은 마음으로 음악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뮤지션으로서 얼마나 성공하고 싶나? 저스틴 비버, 저스틴 팀버레이크 혹은 샘 스미스만큼 유명해지지 않아도 괜찮다. 이미 향후 5년, 10년, 15년 안에 일어날 문화적 변화에 일조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열세 살짜리 아이가 지금의 나를 보면서 ‘나도 동양인이지만 노력하면 저렇게 유명해질 수 있을 거야’라는 생각을 가질 수 있으니까.

배우 제안을 거절했다고 들었다. 단 한 가지라도,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뭔가를 더한다면 죽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지금도 이 많은 일을 대체 어떻게 해내고 있는 건지 나 자신조차 잘 모르겠다. 하지만 하루하루를 살면서 있는 그대로를 느끼고, 그 느낌들을 받아들이려고 노력한다. 너무 욕심을 내거나 심각해지지 않으려는 마음가짐이 어깨의 짐을 덜어내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한국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는 언제였나? 처음 한국에 왔을 때, 소속사는 맘껏 음악을 만들어도 된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할 수 없었다. 정체성의 큰 혼란을 겪었던 시기다. 미쳐버릴 것 같아 진지하게 정신과 전문의에게 상담을 받아야 할지 고민했다. 그 생각을 털어놓았을 때, 소속사는 내 상태가 대중들에게 알려지는 것을 걱정하며 만류했다. 정신과 상담에 대한 한국 사회의 편견 때문이었다. 한번은 소속사에서 내게 “아무도 모르도록 아주 멀리 있는 정신과 전문의에게 가자”고 제안했다. 그래서 물었다.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어요? 왜?”

한국 사회에 바라는 게 있나? 사람들이 자유롭게 정신 건강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었으면 한다. 유명인들도 정신적인 문제를 겪어본 경험과 해결한 과정에 대해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대화를 아예 회피하거나, 낙인 찍는 분위기가 없어져야 한다.

갑자기 휴가가 생긴다면 뭘 하고 싶나? 휴식은 내가 정말 못 하는 일 중 하나다. 일상에서 일을 완전히 분리해 내는 것을 정말 못 한다. 그래서 지금도 잘 쉬기 위해 노력 중이다. 가능하다면 일주일 정도 조용한 숲 근처에서 머물며 책도 읽고 잠도 자고 간식도 마음껏 먹으면서 시간을 천천히 보내고 싶다.

미스터 포터 매거진 ‘ 더 저널’에서 에릭남 인터뷰 보기

    에디터
    이재위
    포토그래퍼
    김윤우
    스타일리스트
    Otter Hatchett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