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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젠트 푸꾸옥에서 보낸 그 나날

2023.03.23김은희

짙게 남은 잔상을 더듬어줄 그곳.

리젠트 푸꾸옥이 선사하는 경외로운 순간 중 하나, 세레니티호. 해안 크루즈, 선셋 크루즈, 프라이빗 항해의 시간이 마련돼 있다.

여행자로서 충만해지는 순간은 언제인가. “번잡하지 않은 로비를 지나면 아름다운 라군과 정원이 고요한 분위기로 당신을 맞이합니다”, “오렌지빛 석양이 보랏빛으로 물들 무렵”, “이곳에는 따스한 미소가 있습니다”, “일상의 잡음은 사라지고 영혼이 다시 깨어나는 곳”…. 건조한 도심 빌딩에 앉아 턱을 괴고 읽어 내려간 모니터 속 호텔 소개글이 온전히 현실로 펼쳐지는 그때, 단 몇 시간만의 비행으로 비현실적이고도 초현실적인 일상이 당연하다는 듯 존재하는 세계로 들어서는 그때, 이 여행자는 예감한다. 이곳에서 보내는 하루는 일생일대의 잔상이 되리라는 것을. 베트남 남서부, 서울에서 5시간여 비행 거리인 푸꾸옥은 99개의 봉우리와 20곳의 맑은 해변으로 이루어진 섬이다. 섬의 절반 이상이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보호되는 이곳에서도 20킬로미터에 이르는 길고 고운 해변 롱 비치 Long Beach에 오늘의 여행지 리젠트 푸꾸옥 Regent Phu Quoc이 자리하고 있다. 자연을 벗 삼은 고급 리조트가 으레 그러하듯 고요하고도 정갈하게, 그 내실은 우아하고도 생기 넘치게. 리젠트 푸꾸옥에는 파노라믹 전망과 프라이빗 풀을 갖춘 고급 스위트와 빌라가 리조트 전역을 채우고 있고, 긴장을 풀어주는 스파와 활기를 돋우는 최신 테크노짐 장비를 갖춘 피트니스 센터가 환대하며, 섬에서 나오는 수준 높은 식재료를 바탕으로 한 정통 현지 요리부터 미려한 파인 다이닝까지 여섯 곳의 미식 공간이 허기를 느낄 새 없이 온기를 전한다. 각각이 온전한 휴식의 방점과도 같은 이 면면을 호텔 곳곳에 배치된 QR코드가 아우르는데, 이름하여 리젠트 익스피리언스 에이전트 Regent Experience Agent. 인 룸 다이닝, 버기 호출, 하루 세 벌 무료 드라이클리닝 등 쉼을 채워주는 서비스를 스마트폰으로 손쉽게 애용할 수 있는 첨단이다. 리젠트 푸꾸옥에서는 스마트폰과의 단절을 염원하지 않게 된다. 평화로운 환경은 너그러운 여유를 불러온다.

리조트 내 스파의 쿼츠 샌드 트리트먼트 룸. 따뜻한 석영 모래로 배드를 채웠다.

해변 백사장에 맞닿아 있는 킹 베드룸 클럽 비치 풀 빌라.

푸꾸옥 유일의 오마카세 아틀리에 오쿠 Oku의 셰프 앤디 후인.

리젠트 클럽. 루프톱 인피니티 풀과 바가 있다.

석양이 드리운 메인 풀.

온전한 휴식을 좇아온 여행지에서는 일상에서와는 다른 경험, 새로운 감각을 탐미하는 재미가 있다. 예를 들어 이런 것. 리젠트 푸꾸옥의 요트 세레니티호 Serenity Yacht에 올라 롱 비치 해안을 따라 항해하는 방랑. 초록색 통통한 현지 전통 고깃배들을 지나 세계 최장 길이로 꼽히는 푸꾸옥 케이블카가 아스라이 보이는 안 토이 군도 An Toi Archipelago 앞바다에 잠시 머물며, 상냥한 요트 승무원이 내어주는 패들 보트를 타고 잔잔한 물결 위를 부유하다가, 내키는 대로 풍덩 물속을 헤엄치다가, 다시 요트에 올라 바스락거리는 햇빛에 금세 마른 손으로 낚싯대를 쥐어보는 호기. 비록 만선의 꿈은 이루지 못하고 빈손으로 항해를 마쳐도, 옳다구나, 다른 이가 건져 올린 제철 재료를 탐닉하러 가면 된다. 푸꾸옥의 유일한 오마카세 아틀리에 오쿠 Oku에서는 베트남에서 태어나 캘리포니아에서 자라고 레스토랑 노부 NOBU에서 손끝을 야무지게 다진 셰프 앤디 후인 Andy Huynh이 오마카세 뜻 그대로 책임지고 그날의 테이블을 아름답게 채워준다. 오늘의 요리는 가다랑어포를 곁들인 니스식 샐러드 Salad Niçoise와 불에 그을린 메로 Seared Patagonian Toothfish, 녹진한 푸아그라 차완무시 Foie Gras Chawanmushi와 푸꾸옥 야생 개미의 바삭한 식감을 곁들인 진기한 디저트의 향연. 절로 감탄이 쏟아지던 요리들이 더 존재했으나 꿈속을 걷듯 미감에 취한 식객은 이름이 기억나는 몇몇 미식만 톺을 뿐이다. 정통 퀴진의 기본인 프렌치에 셰프의 재패니스 스타일이 더해져 기대되던 새로운 미각은 극진하고 신선한 재료와 함께 풍요로워졌다. 만선의 꿈은 채워졌다. 그리고 이 하루가 끝나는 것이 아까워 잠들지 못하던 밤. 다시 열리는 새 하루가 기대되어 앞바다에 트는 동보다 먼저 뜨이던 눈. 이럴 줄 알았다. 짙게 남은 잔상을 더듬으며 그곳, 리젠트 푸꾸옥에서 마주한 열기를 그리워할 줄을. 나의 그림자는 아직 그곳에 남아 있다.

피처 에디터
김은희
이미지
리젠트 푸꾸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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