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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지 “저는 웃길 때 진짜 예쁜 것 같아요”

2025.05.23.전희란

수지는 웃길 때 제일 예쁘지.

드레스는 스타일리스트의 것.

GQ 생각보다 화보를 즐기시네요?
SJ 저 태어나서 처음 느꼈어요. 이게 맞나, 싶은 기분이요.
GQ 왜요? 아닌 것 같았어요?
SJ 뭔가 예술을 한 것 같은 느낌이에요. 예술 작품 보면 ‘이게 맞아? 이 작품이 정말 1억이라고?’ 싶은 생각이 들 때 있잖아요. 너무 재밌었어요, 좋은 의미로. 그 전까지의 화보는 주로 밝은 콘셉트, 조금 달라도 시크하거나 무표정한 정도였는데, 오늘은 컷마다 콘셉트가 계속 바뀌었잖아요. 어떤 의상에서는 3세 여아처럼 머리를 묶어주시는데, 그게 또 분위기가 ‘찰떡’인 거예요. 화보 작업이 되게 재미있는 거구나, 제대로 느꼈어요.
GQ 9천원짜리 은색 비닐 포장지로 드레스를 만들었으니, 예술이 맞긴 하죠.
SJ 안 그래도 오늘 의상 실장님 보면서 캐릭터 따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GQ 그새 또 하나를 습득했어요? 관찰은 직업병이에요?
SJ 어릴 때부터 주변 관찰하는 거 되게 좋아했어요. 카페에 앉아서 앞사람이랑 이야기하면서도 귀는 뒤까지 다 열려 있었죠. 오늘 의상 실장님 캐릭터 보면서 생각했어요. 귀하다, 귀해.
GQ 어떤 캐릭터를 만들고 싶어요?
SJ 쓰레기, 재활용품 모아서 의상으로 입혀놓고 “와, 지금 되게 멋있다, 예쁘다” 손뼉 치면서 칭찬하는 거예요. 귀에 페트병 붙이고, 박스로 옷 입히고.(웃음) 코미디는 현실보다 더 가야 되거든요. 다들 본인만의 색깔, 캐릭터가 확실해서 너무 좋았어요. 평범하면 눈이 잘 안 가거든요. 메이크업 선생님께 여쭤봤어요. 몇 살 때부터 잘하는 걸 아셨어요? 언제부터 손재주 있다고 느꼈어요? 헤어 팀은 전부 노란 머리더라고요. 그래서 물었죠. 헤어 팀에 들어가려면 일단 탈색부터 해야 하나요?

원피스, 올인. 팬츠, 빈티지.

GQ 다양한 콘셉트를 즉각 소화하는 이수지도 굉장하다 느꼈습니다.
SJ 천재죠.
GQ 본인이 천재인 건 언제 아셨어요?
SJ 천재가 아니에요 저는.
GQ 1초 만에 말을 바꿔요?
SJ 아하하하. 천재인데 노력형이에요. 따라올 사람이 없나 봐요. 휴. 죄송해요. 요즘 교만해지려고 해서 조금 누르도록 하겠습니다.
GQ 아까 스태프들이 그랬어요. 캘빈클라인 언더웨어를 드러낸 컷 업로드할 때 블랙핑크 제니 SNS 계정 태그하자고요.
SJ 저 진짜로 태그하려고요. 차단하진 않으시겠죠?
GQ 그런가 하면 의상 준비를 위해 사이즈를 여쭈어봤을 때는 이렇게 답하셨죠. ‘엉덩이 사이즈는 킴 카다시안’.
SJ 그건 확실해요. 제 엉덩이 진짜 커요.
GQ 저는 정말로 수지 씨가 예쁘거든요?
SJ 저도요. 근데 이거 혹시 조롱이에요?
GQ 그럴 리가요. 백상예술대상 소감에서 “이수지는 웃길 때 가장 예쁘다”라고 한 말이 너무 마음에 와닿았어요.
SJ 저는 웃길 때 진짜 예쁜 것 같아요. 예쁜 척하고 있으면 안 예뻐요. 여성스럽기만 한 저를 잘 못 보겠어요. 개그미가 들어가야 예뻐져요.
GQ 요즘 거울 보면서는 무슨 생각해요?
SJ 거울 볼 시간이 별로 없어요.
GQ 아까 모니터 보면서는 무슨 생각했어요?
SJ 잘한다.

케이프, 구찌. 티셔츠, 빈티지. 팬츠, 루단.

GQ 휴먼 다큐 <사람이 좋다>에서 남편이 “이수지가 철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는데, 그 말이 너무 아름답게 들렸어요. 어떤 마음인지 짐작이 되지만, 그럼에도 이수지의 언어로 듣고 싶어요.
SJ 도덕적, 인격적으로는 성장하더라도, 개그에 있어서만은 어린아이처럼 순수했으면, 부끄러워하거나 정제되지 않고 날것을 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그런 표현을 했을 것 같아요.
GQ 철들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해요?
SJ 저는 원체 부끄러움, 수치심이 별로 없어요. 그래서 절 드러내는 데 거리낌이 없어요. 친구랑 대중목욕탕 갈 수 있으세요? (그다지 즐기지는 않습니다만) 그렇죠? 저는 친한 사람들과 목욕탕 잘 가거든요. 저를 드러내는 데 부끄러움이 없어요. 정이랑 선배랑도 사우나 가서 맥주 마시며 놀고 그래요.
GQ 평소에는 낯을 많이 가린다고 들었는데, 다른 두 면이 공존하는 거군요?
SJ ‘이제 시작한다’ 하고 스위치를 바꾸면 달라져요.
GQ 지금은 인터뷰하는 코미디언을 연기하는 거예요, 아니면 인간 이수지예요?
SJ 저예요 저.

재킷, 마수. 이너웨어, 캘빈클라인. 안경, 블루엘리펀트. 팬츠와 슈즈는 이수지의 것.

GQ 좋아하는 사람이 화나는 포인트가 같은 사람이라고 들었어요. 남편 이야기인가요?
SJ 남편은 제가 화나는 포인트를 다 맞춰줘요. 만약 휴게소에 ‘맥반석 오징어’라고 전단지를 붙여놨는데, 막상 갔을 때 그게 완판됐잖아요? 그럼 사장님은 그 전단지를 왜 안 떼셨을까, 화가 나요. 맥반석 오징어 사러 가는 길이 얼마나 설레는데···. 그러면 착한 남편은 같이 화를 내주죠. 사장님, 그래도 이건 너무 하셨어요 하고.(웃음)
GQ 최근에는 무엇에 화가 나요?
SJ 요즘은 화가 잘 안 나요. 20대보다는 30대가 좀 덜 화나고, 30대보다는 40대가 덜 화나고. 시간이 흐를수록 화낼 에너지가 조금씩 사라지는 것 같아요. 뾰쪽한 부분이 둥글어지는 느낌. 아, 공복일 때는 진짜 화나요.
GQ 저 그거 좋아해요. 인스타 스토리에 “감자탕 먹기 좋은 시간”, “라면 먹기 좋은 시간” 하면서 몇 시 몇 분 적어서 업로드하잖아요. 그게 제겐 힐링이에요. 지금 먹으면 안 돼, 오늘은 참아야 해. 대체로 사람들은 ‘먹으면 안 되는 시간’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니까.
SJ 맞아요. 저는 진짜 긍정적인 사람인 것 같아요. 자존감도 높고, 제가 너무 소중해요. 일을 진행할 때 실패를 잘 생각하지 않고, 좋은 면만 보고 가거든요. 사기 당하기 딱 좋은 캐릭터죠.
GQ 그동안 코미디언을 여럿 인터뷰했는데, 늘 궁금해요. 맨날 웃기는 사람들은 웃기는 기쁨이 점점 무뎌지지는 않을까? 저는 웃겨본 적이 없어서요.
SJ 안 무뎌져요. 무대에 있는데 웃음이 터지지 않으면 얼른 등 돌리고 집에 가고 싶거든요. 그런데 뭐 하나 터지잖아요? 그러면 (양팔을 디바처럼 힘 있게 쭉 뻗는다) 막 이렇게 돼요. <SNL 코리아>는 정말 희열 덩어리예요. 관객들이 에너지를 다 합해 웃어주시면 보답받는 느낌이에요. 중독인 것 같아요.

트렌치 코트, 구찌.

GQ 이수지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지닌 특징이 있나요?
SJ 잘 먹어요. 식욕 없는 분들하고는 가까이 못 지내요. 흥이 안 나죠. 다른 부분 다 좋은데 식욕이 없다? 아, 안 돼요. 같이 먹을 때의 시너지가 있거든요. 그리고 밝은 사람 좋아해요. 제가 사람한테 영향을 진짜 많이 받아서요.
GQ 이수지가 생각하는 좋은 사람은 어떤 모습을 지녔어요?
SJ 선한 사람. 말이나 행동, 어디서든 선하고 친절한 사람은 드러나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조정석님. 조정석님이 <SNL 코리아>촬영 끝나고 저에게 닭다리를 하나 권하시는 거예요. 그래서 느꼈죠. 귀하다, 이 사람.
GQ 방송에서 사람들을 인터뷰하기 위해 요즘 사람에 대한 관심, 호감을 많이 가지고 있다고요. 주로 무엇을 궁금해하고, 물어요?
SJ 연기하는 걸 좋아해서 배우분들에게 궁금한 게 너무 많아요. 최근에 이민정 언니에게는 어떻게 그렇게 빨리 우는지 물어봤어요. 그 연기할 때 무슨 생각했어요? 어떻게 힘 빼고 연기해요? 연기 테크닉에 대해서도 많이 물어봐요. 소심해서 개인적인 얘기는 잘 못 물어보는데, 궁금한 건 못 참죠.
GQ 오늘 이야기 나누면서 백두 장군(이수지 유튜브 채널 <핫이슈지>에 등장하는 무당 캐릭터)의 아주 용한 표정이 몇 번 비쳤거든요? 그러니 묻겠습니다. 백두 장군께서는 이수지의 2025년이 어떻다 말씀하십니까?
SJ (머리카락이 어딘가에 빨려 들어가는 것처럼 양 눈꼬리가 천천히 올라간다) 순탄하게 간다 하신다~

포토그래퍼
장기평
스타일리스트
임진
헤어
유동호
메이크업
이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