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em

올여름 반바지 뭐 사지? 기장과 디자인 딱 이렇게, 남자 팬츠 추천 12

2025.07.09.조서형, Tyler Watamanuk

타이트하게 허벅지를 드러내야 할까, 길고 헐렁한 스타일이 답일까? 남성 패션계의 뜨거운 논쟁이 다시 불붙는다. 패션 전문가들이 말하는 반바지 추천.

여름이 오면 몇 가지 확실한 현상이 나타난다. 형형색색의 스프리츠가 테라스를 점령하고, 요란한 블록버스터 영화들이 극장가를 뒤덮으며, 낮이 찬란하게 길어진다. 그리고 남성복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해마다 반복되는 ‘위대한 반바지 논쟁’이 다시 시작된다. 밤 외출에 반바지는 실례일까? 사무실에 반바지를 입고 가는 건 괜찮을까? 어느 정도 길이부터 너무 짧거나 긴 걸까? 젊은 시절의 해리슨 포드처럼 입는 게 멋있을까, 아니면 90년대 조르지오 아르마니 스타일이 정답일까? 생각만 해도 머리가 복잡해진다.

요즘 남성복의 핵심이 ‘비정형 실루엣’이라면—오버핏 수트와 날렵한 스니커즈처럼—반바지의 길이와 볼륨에 대한 논쟁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주제가 되었다. 최근 몇 년간 반바지는 극단적인 방향으로 진화해왔다. 무릎 아래로 늘어진 헐렁한 반바지가 있는가 하면, 고전 영화 <끝없는 여름> 속 1960년대 수영복을 연상시키는 짧은 반바지도 있다. 올여름엔 어떤 스타일이 우세할까? GQ는 업계 전문가들과 열정적인 반바지 애호가 6인에게 의견을 물었다.

닉 우스터, 패션 컨설턴트

닉 우스터는 “남자가 반바지를 입는 걸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안다”고 말한다. 프랜 레보위츠의 반바지에 대한 악명 높은 비판을 언급하며, “그런데 난 다르게 생각한다. 난 반바지를 정말 좋아한다. 내 옷 중에서 제일 좋아하는 카테고리야”라고 덧붙인다. 그는 진심이다. 그의 반바지 컬렉션은 100벌이 넘는다. “그건 지나치다는 걸 인정한다”고 말하면서도, 다양한 길이와 폭, 포켓, 핀턱 등 각기 다른 구성으로 다채롭게 갖춰져 있다고 설명한다. 그에게 반바지의 핵심은 ‘길이’가 아니라, 전체 룩을 얼마나 잘 조화롭게 완성하느냐에 달려 있다. “문제는 반바지가 아니야. 나머지를 얼마나 잘 입느냐가 중요하지.”

예를 들어, 반짝이는 반바지엔 블랙 티셔츠와 블레이저를 매치하거나, 패치워크 반바지엔 같은 톤의 운동화와 양말을 맞추는 식이다. 양말의 중요성을 다시 강조하며 일본 브랜드 Tabio를 추천한다. 좋아하는 브랜드는 드리스 반 노튼, 꼼 데 가르송, 그리고 블랙 울 반바지를 주력으로 하는 사카이, 엔지니어드 가먼츠, Kolor 등이다.

그렉 오카와치, Brother & Brother 공동대표

로스앤젤레스 부티크 Brother & Brother의 운영자 그렉 오카와치는 반바지 길이에 대한 논쟁에 “이제는 좀 지쳤다”고 말한다. “바지 길이에 대한 토론은 이제 충분히 했어요. 핵심은 착용자가 어떤 핏을 원하느냐에 있어야죠.” 그는 여전히 종아리까지 오는 청반바지를 고수하는 사람들이 있겠지만, 더 많은 스타일 감각 있는 남성들이 균형 잡힌 핏을 선호할 거라고 예상한다. 특히, 빈티지 아웃도어풍과 프레피 스타일의 부활을 예고한다. 예를 들면, 파타고니아가 최근 5인치, 7인치 인심의 오리지널 스탠드업 쇼츠를 재출시했고, Yellow Rat의 미드센추리 감성 반바지도 주목할 만하다. 그는 여름철 만능템으로 나일론 소재 ‘배기 쇼츠’를 추천하며, Ocean Pacific, Makaha, Katin 같은 클래식 서프 브랜드의 코듀로이 쇼츠도 탐색해보라고 조언한다.

사미르 사두(Sameer Sadhu), 음반 산업 관계자

사미르 사두 역시 닉 우스터처럼 ‘블랙 반바지 충성파’다. 그의 기본적인 여름 룩은 “블랙 반바지 + 양말 + 로퍼.” 그는 “아무 생각 없이 이것만 입어도 나머지는 매우 쉽게 매치할 수 있다”고 말한다. 사두는 너무 짧지도, 너무 길지도 않은 반바지를 선호하며, 더 로우, Stòffa, 윌리 차바리아, 보데 등의 테일러드 반바지를 즐겨 입는다. 특히 질감에 민감하며, 소재와 재단만으로도 각기 다른 분위기를 낼 수 있다고 말한다. 그의 최근 수확은 꼼 데 가르송의 폴리에스터-리넨 혼방 반바지로, 은은한 광택감이 특징이다. 짧은 인심에 넓은 바지통을 갖춘 보데의 반바지도 애정한다.

데이비드 헬크비스트, 스타일리스트 겸 에디터

그는 “이번 여름에는 루즈하면서도 편안한 실루엣이 강세일 것”이라고 전망한다. 단, “너무 헐렁하거나 오버사이즈는 아니고, 적당히 여유 있는 핏”을 말한다. 작년 여름의 초미니 쇼츠는 일시적인 유행이었다는 의견. 긴 반바지는 우아하고 구조적인 매력을 준다고 말하며, 현대적인 카고 쇼츠도 스트리트웨어 분위기를 더해줄 수 있다고 설명한다. 특히 스웨덴 브랜드 Our Legacy의 두 가지 반바지를 이번 여름의 대표 스타일로 꼽았다.

피트 맥니, 애드섬 창립자 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뉴욕 기반 브랜드 Adsum의 창립자 피트 맥니는 도시와 야외 모두에서 잘 어울리는 기능성 남성복을 지향한다. 그가 가장 자랑하는 반바지는 사이트 쇼츠로, 파타고니아 배기 쇼츠보다 더 구조적이고 튼튼하게 만들고자 한 제품이다. 전면 지퍼 포켓을 덮는 플래킷, 내구성과 속건성을 고려한 원단, 짧지만 수영복처럼은 아닌 적절한 길이감이 특징이다. 또 다른 인기 아이템은 CIL 쇼츠. 그는 “많은 치노 반바지가 너무 짧거나 너무 타이트하다고 느껴서” 중간 길이의 클래식한 핏을 만들었다고 한다. 맥니 본인은 평일에는 CIL 쇼츠를, 주말엔 사이트 쇼츠를 입는다고.

콜린 스톡스, 작가 겸 에디터

콜린 스톡스는 반바지를 진지하게, 하지만 즐겁게 탐험하는 인물이다. 10여 년 전부터 ‘재미있는 반바지’를 모으기 시작했고, 현재 그의 컬렉션은 르네 마그리트 프린트 쇼츠, 하라고의 크로셰 쇼츠, 시몬 로샤의 레이스 쇼츠 등 눈을 사로잡는 스타일로 가득하다. 그는 말한다. “캠프 셔츠처럼, 반바지도 눈에 확 띄는 스타일이 될 수 있어요.” 그 역시 하나의 실루엣에 집착하지 않는다. 단, 애매한 길이는 피한다. “짧게 가든가, 길게 가든가. 단, 그 짧은 반바지가 뭔가 특별할 때에 한해서요.” 그는 예전엔 가죽 반바지를 시도했다가 실패했지만, 여전히 꼼 데 가르송의 퍼 쇼츠를 노리고 있다는 고백도 덧붙였다. 이상적인 반바지를 향한 여정은 끝나지 않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