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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옷 잘 입고 싶으면 참고, 남성 패션 위크에서 최고의 명장면 21

2025.07.14.조서형, Samuel Hine

진짜 패션이 돌아왔다. GQ의 새뮤얼 하인이 파리와 밀라노에서 열린 2026년 봄 남성복 컬렉션에서 인상 깊었던 하이라이트를 공유한다.

며칠 전, 파리 거리에서 두 번이나 이목을 사로잡는 장면을 목격했다. 첫 번째는 생기 넘치는 왼쪽 강변 빈티지 숍 앞에서 회색 긴 바지와 하얀 하바이아나스 플립플랍을 신은 남자였고, 두 번째는 버스정류장에서 양복 차림임에도 넥타이가 거꾸로 매듭 지어져 레이블이 바깥으로 드러난 남자였다. 택시도 세우고 싶을 만큼 충격적이었다. 내가 결론은 단 하나였다. 패션이 돌아왔다.

남자 패션, 돌아왔는가?

2026년 봄 남성 패션쇼 초반, 나는 “지금 패션은 멋지지 않다”고 주장했다. 브랜드들이 고객을 당연하게 여기고, 창의성과 영감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매출이 떨어지고, 많은 명품 브랜드가 새로운 디자이너를 영입했다. 그러나 밀라노와 파리 패션위크는 개인 스타일 자체에 대한 생기 넘치는 축제 같았다. 디자이너들은 새로워진 남성복 비전을 통해 우리의 심장을 다시 뛰게 했다.

시즌의 주요 트렌드 중 하나가 ‘맨들(mandals, 남성용 샌들)’이었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나도 호기심에 발가락 끼우는 샌들을 신어보고 그 난리의 이유를 직접 확인해보았다. 그래서였을까. 파리 길거리에서, 마치 오라리 런웨이에서 바로 걸어 나온 듯한 남성을 봤을 때 그렇게 놀라지 않았던 게. 디자이너 이와이 료타는 반발력 있는 열대 울 소재의 바지에 화려한 플립플랍 샌들을 매치했다. 우리가 쇼에서 본 옷들은 아직 6개월은 더 있어야 출시되겠지만, 그 남성은 기다릴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지금 봤다면, 당장 입는다. 이는 럭셔리 남성복의 부활을 보여주는 증거 같았고, 동시에 매력적인 아이디어들이 점점 더 쉽게 다가오고 있다는 느낌을 주었다.

거꾸로 맨 넥타이도 런웨이에서 현실로 스며든 작은 사례 중 하나다. 조너선 앤더슨의 디올 첫 컬렉션에서는 넥타이를 일부러 거꾸로 맨 룩이 여러 개 등장했는데, 그에 대해 앤더슨은 이렇게 말했다. “어떤 솔직함, 진정성이 느껴지는 룩을 원했어요. 해방감을 주는 느낌이랄까… 파리든 세계 어느 도시든, 그곳에 실제로 있을 법한 인물처럼 보이길 바랐죠.”

그렇다. 디올의 옷들은 매장에 들어오면 아마도 엄청난 가격표가 붙을 것이다. 내가 본 ‘넥타이 남’은 마치 광고 회사에 다니는 20대 초반의 크리에이티브처럼 보였는데, 실제로 디올 옷을 사게 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가 넥타이를 단순히 거꾸로 맨 그 방식 하나만으로도, 조너선 앤더슨의 디올에 대한 애정을 말없이 보여주는 듯했다. 그리고 이는 뒤틀린 앵글로-프레피 스타일이 앞으로 남성복을 이끌어갈 하나의 패러다임이 될지도 모른다는 뜻 있는 신호였다. 오라리의 샌들과 디올의 ‘헝클어진 모범생’ 스타일링은 이번 패션위크에서 내가 본 가장 인상적인 것 중 둘이었다. 내 마음을 흔든 순간들은 그보다 훨씬 많다. 우리가 앞으로 옷 입는 방식을 규정할 듯한 룩들, 그리고 소의 화려함 사이사이에서만 느낄 수 있었던 소소하지만 잊히지 않는 경험들까지—예를 들면, 보디의 인형의 집 프레젠테이션에서 빌 찰랩이 아버지의 쇼튠 곡들을 연주하던 감동적인 순간, 자크뮈스가 연 베르사유 오랑주리의 서늘한 공기, 밀라노에서 폭우 쏟아지던 하루가 끝나고 맛본 올리브오일에 푹 젖은 바닷가재 한 접시까지. 몇 달 간 회자될 만큼 굵직한 순간들과, 소셜미디어용 화려함 틈새에서 마법처럼 번졌던 찰나들.

여기 내가 패션위크 동안 경험한 가장 좋았던 룩, 최고의 음식, 순간들을 느슨한 연대기 순서로 정리했다.

내가 본 최고 순간, 시간 순으로 정리한 하이라이트 12

Pietro D’Aprano/Getty Images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실크 바지
마치 바람에 떠다니는 듯, 시원하고 부드러운 터치의 바다빛 실크 팬츠가 런웨이를 날아다니듯했다.

Courtesy Umit Benan

우밋 베난의 밀라노 신매장
크롬과 마호가니로 꾸며진 고급스러운 매장은 비공개 라운지에서 하루 종일 머물고 싶은 장소였다.

Pietro S. D'Aprano/Getty Images
Pietro S. D'Aprano/Getty Images

프라다의 면 피코트
브리튼한 쇼트팬츠가 주목받았지만, 나는 워시드 코튼 피코트가 진짜 하이라이트라 생각했다.

던힐의 보르조이 개들
긴 주둥이를 가진 실토독들을 런웨이에 등장시켜, 블루블러드 스타일의 왕족스런 엉뚱함을 표현했다.

밀라노 ‘트라토리아 델 페스카토레’의 랍스터 카탈란
밀라노 패션위크 때마다 나는 이 레스토랑에 들러 풍성한 랍스터 요리를 주문한다. 그리고 다음 해에 반드시 다시 방문한다.

Courtesy The Row

더 로우의 슬럽 저지 언더웨어
내가 본 가장 완벽한 반장기 스타일의 언더웨어로, 라운지웨어와 리조트룩의 경계를 푼 대표작이었다.

Courtesy Auralee

오라리의 뉴 버킷백
샌달과 토가 주목받는 사이 은은한 시트러스 컬러와 핑크 가죽 디테일의 백이 멋을 뽐냈다.

ORAN, CIRCA 1950 / ©️ Fondation Pierre Bergé – Yves Saint Laurent

테니스 치는 YSL 사진
앙투아니 바카렐로의 무드 보드에 들어간 1950년대 젊은 이브 생 로랑의 테니스 사진. 내 여름 스타일 보드에 당장 추가.

르메르의 히피 감성
언제나 정제된 르메르지만, 이번엔 좀 더 자유분방하고 신비로운 매력을 뿜어냈다.

Courtesy Balenciaga/Annik Wetter

널찍한 우아함, 발렌시아가 by 덤나
덤나가 주도한 발렌시아가의 오피어쇼 컬렉션은 이제 시대가 변했다는 선언처럼, 패션은 근본적으로 혁신적이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GEOFFROY VAN DER HASSELT

드리스 반 노튼의 루 리드 사운드트랙
“Street Hassle”, “Perfect Day” 등 루 리드 뮤직이 러닝 타임 내내 흐르며, 마지막 피날레에 갑작스러운 코러스가 울려 퍼져 전율이 일었다.

스티브 하비의 아미리 착장
그의 말처럼, “내 스타일 그 자체”였다.

요지 야마모토의 ‘마이크로플라스틱’ 로브
입장 시 나눠준 에비앙 미니 병보다도 더 많은 의미를 담은 옷이었다.

Courtesy OWENSCORP

릭 오웬스
이번 패션위크에서 가장 재미를 느낀 디자이너였다. 강력한 오프닝 쇼와 팔레 갈리에라 회고전, 심지어 자신의 발 전용 OnlyFans 런칭까지.

빌 찰랩의 보드 쇼케이스 공연
보드의 인형 무대에서, 그의 아버지 피터 팬 쇼튠의 완벽한 피치 리듬을 선보인 연주는 패션위크의 기계적 분위기에 인간미를 더했다.

청바지 + 블레이저 스타일
디올, 준야 와타나베, 카틱 리서치, 셀린느에서 선보인 90년대 공항 스타일에 새로운 생명이 돌았다.

리아스의 디올 워치파티
본 시리즈엔 초대받지 못했던 인플루언서 Lyas가 현지 바에서 주최한 디올 생중계 시청 파티. 수백 명이 모였고, 다음 시즌 디올 초대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Gorunway

크레이그 그린의 튜닉 쇼츠
비틀즈와 개 가슴줄에서 영감을 받아 선보인 사이키델릭한 짧은 튜닉 스타일의 쇼츠.

AWGE의 무서운 판사
리한나 쇼를 기다리다, 팀 버튼 스타일의 판사(슈퍼모델 겸 아빠 조나스 메이슨)가 등장해 런웨이를 장악했다.

자크뮈스 쇼 장
긴 패션위크를 마무리하며, 베르사유 궁 오랑주리의 시원하고 어두운 공간은 프랑스 시골의 겸손한 스타일에 대한 애정이 묻어났다.

셀린느의 플랫 슈즈
시즌 ‘잇 슈즈’로 떠오른 레페토풍 말랑말랑 플랫 슈즈는 샌달의 시대를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