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계는 경매로 팔린 롤렉스 시계 중 세 번째로 비싼 시계가 되었다.

2017년 5월, 베트남 응우옌 왕조의 마지막 황제였던 응우옌 푹 빈 투이가 가지고 있던 시계가 팔렸다. 약 506만 달러, 한화 약 71억 원에. 황제의 존칭을 따서 ‘바오다이’ 위대함의 수호자라는 뜻으로 불리는 이 시계는 흔히 볼 수 있는 롤렉스 스포츠 모델이 아니다. 36mm 옐로 골드 케이스에 다이아몬드 인덱스가 박힌 희귀한 블랙 다이얼을 갖춘 복잡한 트리플 캘린더 시계라서 더욱 특별히 여겨졌다. 이 시계는 ‘필립스 제네바 워치 옥션: 파이브’에서 판매되었으며, 당시 경매에서 팔린 롤렉스 중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곧 폴 뉴면의 데이토나에게 왕좌를 내주게 되었지만 말이다.
‘바오다이’는 매우 희귀한 모델이다. 아니 세상에 단 하나 뿐이다. 다섯 개의 다이아몬드 인덱스와 비대칭 롤렉스 왕관 로고를 가진 구성을 하고 있다. 그렇다고 블랙 다이얼과 다이아몬드 인덱스 조합을 가진 유일한 시계는 아니다. 사실은 나머지 두 개가 더 있다. 그중 하나가 최근 모나코 레전드 그룹 경매에서 약 620만 달러, 88억 원에 낙찰되었다. 황제의 소유였던 ‘바오다이’처럼 왕실의 혈통을 가진 것은 아니지만, 역대 세 번째로 비싼 롤렉스 시계가 된 것이다.
이 시계는 여섯 개의 다이아몬드 인덱스와 정품 옐로 골드 롤렉스 브레이슬릿을 갖추었으며, 상태가 매우 뛰어나다. 추정가는 300만 달러였지만 이를 가볍게 뛰어넘으며, 익명의 전화 입찰자에게 낙찰되었다. 이 시계는 이전에도 1991년 런던 소더비의 “Good Clocks, Watches, Wristwatches and Barometers” 경매, 2006년 앤티쿼럼경매에 등장한 바 있으며, 오스발도 파트리지의 저서 ‘Collecting Rolex Wristwatches’의 표지에도 실릴 만큼 유명했다.
그 아름다움 외에도, 레퍼런스 6062는 그 제작사 롤렉스 덕에 더욱 특별하게 여겨진다. 롤렉스는 파텍 필립이나 오데마 피게처럼 복잡한 드레스 워치를 만드는 브랜드가 아니다. 서브마리너나 GMT-마스터처럼 단순하고 튼튼한 스포츠 워치를 만드는 브랜드로 이름을 알렸다. 하지만 1940년대 후반부터 1950년대 초반까지, 롤렉스는 트리플 데이트-문페이즈 기능을 갖춘 두 가지 복잡한 시계를 제작했다. 그것이 바로 6062와 8171이다. 이 두 모델은 문페이즈 기능을 가진 유일한 빈티지 롤렉스 레퍼런스로, 희귀성과 역사적 가치 덕분에 오늘날 수백만 달러의 컬렉터 아이템으로 자리잡았다. 몇 년 후 롤렉스는 이 두 모델의 생산을 중단하고, 대신 서브마리너, 익스플로러, 그리고 이후의 GMT-마스터 같은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툴 워치를 개발하게 된다.
6062 레퍼런스는 방수 기능의 오이스터 케이스, 자동 와인딩 퍼페추얼 무브먼트, 풀 캘린더 디스플레이를 결합한 모델로, 옐로 골드, 핑크 골드, 스테인리스 스틸의 세 가지 금속으로 단 수백 점만 생산된 것으로 추정된다. 다이얼 종류도 다양했는데, 별 모양 인덱스가 있는 ‘스텔린 다이얼’이 특히 유명하다. 하지만 가장 희귀한 것은 이번에 언급된 것처럼 블랙 다이얼에 다이아몬드 인덱스가 있는 버전이다. ‘바오다이’의 다이아몬드 인덱스는 짝수 위치에 배치되어 있는 반면, 이번에 판매된 신기록 시계와 또 다른 한 점의 인덱스는 홀수 위치에 배치되어 있다.
팬데믹 이후, 매트 다이얼의 서브마리너 5513 같은 중간급 빈티지 롤렉스의 가격이 다소 약세를 보였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 경매를 통해 희귀한 롤렉스 모델에 대한 수요가 여전히 강력함이 증명되었다. 롤렉스가 현대적인 이미지를 정립하기 전, 과도기적 시기에 만들어진 이 레퍼런스 6062는 단순히 아름다운 디자인 오브젝트일 뿐만 아니라, 롤렉스와 시계 제작 역사 전체에서 중요한 이정표로 남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