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이치 싱글 몰트부터 타케츠루 퓨어 몰트까지. 재패니즈 클래식 위스키, 닛카의 서사를 따라가본다.
닛카, 좋지 아니한가! 지금 전 세계적으로 위스키 판을 다이내믹하게 흔들고 있는 닛카 위스키는 재패니즈 위스키의 본질이다. ‘일본 위스키의 아버지’라 불리는 타케츠루 마사타카는 일본인 최초로 위스키 유학을 떠나 스코틀랜드에서 위스키 기술을 배웠다. 그리고 일본으로 화려하게 귀환. 곧장 요이치와 미야기쿄 증류소를 세우며 독자적인 위스키 문화를 일구어내기 시작했다. 전통적이며 가장 진보적인, 재패니즈 뉴 클래식 위스키. 닛카는 장인의 집념이 녹아든 깊은 풍미로 지금도 쉴 새 없이 전 세계 애호가들의 입 속으로 초대되는 중이다.
요이치 싱글 몰트
닛카 위스키 90년 역사의 출발점인 요이치 증류소. 이곳은 타케츠루 마사타카가 스코틀랜드 유학 후 일본 전역을 뒤진 끝에 택한 장소다. 곁에는 강이 흐르고, 눈앞에 바다가 펼쳐지는 요이치는 연중 서늘하고 촉촉한 기후를 유지한다. 새벽이면 낮은 구름과 안개가 깔려 신비로운 공기를 입김처럼 뿜는 이곳은 스코틀랜드가 고향인 타케츠루의 아내마저도 고향을 떠올리던 지역이다. 요이치 증류소는 1900년대 초반 타케츠루가 배워온 전통 제법을 지금까지도 지켜오고 있다. 피트 향을 입힌 몰트를 사용하고, 석탄 직화 가열 방식을 고집한다. 1000도 이상의 불길이 증류기를 달구어 태어난 원액은 묵직하고 강건한 캐릭터를 지닌다. 해풍이 스며드는 숙성고의 오크통 속에서 시간을 겹겹이 쌓아 탄생한 요이치는 짙은 바디감, 스모키 풍미, 바다의 염미가 어우러지고 과일 향과 달콤한 바닐라가 해풍처럼 잔잔히 불어온다.
미야기쿄 싱글 몰트
미야기쿄는 울창한 숲의 기운 속에 사계절 내내 서늘하고 습윤하다. 계곡을 따라 쌓이는 안개, 숙성고를 감싸는 풀 향은 우아하고 경쾌하게 춤을 춘다. 주요 수원인 닛카와 新川의 물 맛은 몹시 부드러운데, 오죽하면 타케츠루가 물을 맛보자마자 이곳에 공장을 짓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증기로 부드럽게 증류하는 원액 스타일 역시 한층 더 섬세하고 세련된 위스키를 완성할 수 있게 해준다. 요이치와 대비되는 색으로 닛카 위스키의 풍미 스펙트럼을 활짝 넓혀주었다. 미야기쿄 싱글 몰트위스키는 청명하고 우아하다. 잘 익은 사과가 떠오르는 과일 향, 은은하게 깔리는 꽃과 풀의 뉘앙스, 곡물에서 오는 달콤함이 더해져 맑고 산뜻한 인상을 남긴다. 숙성 과정에서 오크통은 숲과 강이 빚어낸 풍경과 시간을 축적해 부드럽고 조화로운 바디감을 만들어낸다.
프롬 더 배럴
1985년, 창업자 타케츠루 마사타카의 아들 타케츠루 타케시가 사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아버지의 유산을 이어받는 데 머무르지 않고 오래도록 변치 않을 닛카의 정체성을 단단히 구축하고자 고민했고, 그 알찬 결실이 ‘프롬 더 배럴’이다. 증류소 실험실에서만 접할 수 있던 원액의 농도, 풍미를 유지하면서도 누구나 즐길 수 있도록 균형을 찾기 위해 실험을 거듭한 끝에 ‘51.4’라는 절묘한 도수가 도출되었다. 거기다 블렌딩을 마친 원액을 도치기의 숙성고 오크통에 옮겨 담아 추가 숙성하는 매리지 과정을 거쳤다. 코페이 증류기에서 생산한 그레인 위스키가 깊이를 한층 더한다. 디자이너 사토 타쿠가 창조한 독창적인 병은 강렬한 개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역시, ‘작지만 강렬하다’는 평이 아깝지 않다.
타케츠루 퓨어 몰트
2000년 닛카 위스키의 창업자 이름을 건 ‘타케츠루 퓨어 몰트’가 세상에 공개되었다. 창업자의 이름을 걸었다는 건, 평생 바쳐온 철학에 대한 헌사이자 자존심을 걸고 던진 호기로운 출사표라는 뜻. 사실 ‘타케츠루’라는 이름은 제품 개발 훨씬 전부터 상표로 등록되어 있었는데, 언젠가 반드시 가문의 이름을 위스키에 붙이겠다는 창업자의 의지였던 것이다. 그 강건한 의지는 결국 기업의 토대가 되었다. 실험실에는 수백 가지의 샘플이 쌓여가고 블렌더들은 끊임없이 향을 맡고 블렌딩을 거듭했으며, 마케팅 팀은 소비자 설문을 통해 얻은 데이터를 실험실로 끊임없이 전달했다. 실험실의 감각과 시장의 목소리가 교차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스타일의 몰트위스키가 서서히 제 모습을 빚어냈다. 그리고 블렌더들은 요이치의 묵직함과 미야기쿄의 섬세함이 충돌하지 않고 서로를 보완하는 균형점을 찾아냈다, 마침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