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잔의 품격을 마셔야 하는데 한 명의 진상이 된다면 곤란하다.

만취 상태로 입장하지 않는다
어떤 바를 가도 마찬가지다. 이미 만취한 상태에서 술을 더 마시는 일은 의미가 없다. 위스키의 복잡 미묘한 향을 즐기지도 못하고, 분위기를 띄우는 칵테일을 마시지도 못한다. 그저 술이 술을 불렀을 뿐이라면, 적당히 먹고 집으로 가자.
낯선 사람과 너무 많은 대화를 하지 않는다
보통 처음 보거나 한두 번 본 사이인데 불편함을 만드는 손님이 있다. 다양한 대화가 오가고 취기가 오르다 보니 옆 사람이 불편한 기색을 보이는데도 자꾸 말을 붙이고 터치하는 장면을 종종 볼 수 있다. 이럴 때는 보통 바텐더가 부드럽게 상황을 정리하기 마련인데, 그럼에도 꾸준하게 사람을 옮겨가며 같은 행동을 하는 사람이 있다. 바에는 말하고 싶어서 오는 사람도 있지만, 말하고 싶지 않아서 오는 사람도 있다. 낯선 사람과 좋은 분위기를 즐기고 싶다면 바텐더를 적극 이용해 대화하면 된다.
과도한 향수는 자제한다
등장부터 과한 향이 나는 사람이 있다. 물론 자신의 취향이고 스타일인 것은 존중하나 그것이 너무 과하다면 주변 사람들까지도 영향을 미친다. 위스키는 맛과 향을 동시에 즐기는 장르이기 때문에 거의 모든 바텐더는 향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맛있는 술을 제대로 마시려면 향수는 한 번만 뿌리자.

바를 넘어가지 않는다
바는 손님과 바텐더를 가르는 일종의 보이지 않는 선 같은 것이다. 바 안쪽은 바텐더의 내밀한 공간이자 위생과 관련된 공간이기도 하다. 간혹 술 취한 손님이나 호기심 많은 손님이 필요한 물건이나 신기한 도구가 있으면 바를 넘어 만지려고 하는 경우가 있다. 당연히 그러면 안 된다. 궁금하다면 물어보고 필요하다면 요청하면 된다.
비교하지 않는다
이는 전반적인 인간 관계에 있어서 기본적인 예의다. 지금 앉아 있는 바가 아닌 다른 바의 가격과 서비스를 이야기하며 비교하는 건 굉장히 무례한 행동이다. 메뉴판을 보며 큰소리로 “00가 더 싼데”, “00는 샷 용량이 더 큰데”라고 말을 할 때면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황당할 때가 있다. 심지어 서빙 방식이나 기물들을 비교하기도 한다. 무례한 일이다.
과도한 테이스팅 요구
이것도 마셔보고 싶고 저것도 마셔보고 싶은 마음 안다. 그래서 설명해 주고 이해를 도와주는 바텐더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살짝 맛만 보고 시키면 안될까요?”라는 말에 한숨이 절로 나온다. “땅파서 장사하는 것 아닌데요.”라는 목구멍 앞까지 차오를 뿐이다. 이미 버번이 궁금하대서 버번도 줬고, 꼬냑도 궁금하다고 해서 줬는데, 테이스팅 만으로 취하실 것 같았다.
라스트 콜을 지킨다
바 사장님들이나 바텐더들이 공통으로 말하는 부분이 있다. 바로 라스트콜이다. 라스트콜은 말 그대로 이제 우리 바는 마감을 앞두고 있다는 일종의 알림 같은 것이다. 술에 취하면 시간 감각이 무뎌지기 마련이다. 흥이 오르거나 고독감이 깊어지면 라스트콜을 잊고 오랜 시간 자리를 지키는 손님이 있다. 바텐더가 라스트콜을 알렸다면 이야기를 마무리하고 감정도 잘 추슬러 나갈 준비를 하는 것이 좋다. 마지막 한잔을 마시고 싶다면 라스트콜 타임에 결제까지 하는 센스까지 잊지 말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