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분주한데도 항상 늦는 사람들의 아침, 이상하게 정해진 흐름이 있다.

알람을 ‘5분만 더’로 연장한다
첫 알람은 기상 신호가 아니다. 스누즈 버튼을 누르는 명분 같은 것에 가깝다. 누워 있는 몸은 미동조차 없는데, 손가락은 기계적으로 화면을 끈다. 다시 잠이 들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단 10초. 문제는 그 ‘5분’이 그날의 생체 리듬을 무너뜨리는 데 충분하다는 점이다. 그렇게 하루는 이미 첫 버튼에서부터 어그러진다.
침대에서 뉴스, SNS 체크한다
침대 위, 따뜻한 이불 속에서 스마트폰 화면은 지나치게 강렬하다. 밤새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해서 뉴스 한 번 보고, 주식 앱·날씨 앱을 켰다가 이어서 인스타 스토리, 틱톡, 유튜브 쇼츠까지 자동으로 연결된다. 가벼운 호기심의 터치는 어느새 시간을 삼켜버린다. 그 짧은 영상 몇 개로 아침 10분을 통째로 날리게 된다.
샤워 여부를 그때 결정하려고 한다
아침에 샤워할지 말지 고민하는 게 시간을 가장 많이 잡아먹는다. 세면대 앞에서 눈을 비비며 섰을 때 ‘씻어야 한다’와 ‘시간이 없다’가 맞붙는다. 결국 결론은 늘 몇 분 뒤로 밀린다. 그러다 거울에 비친 자신을 보고 갑자기 결심이 붙어 샤워를 시작하지만, 그때는 이미 시간이 평소보다 촉박해져 있다. 아침 루틴의 가장 큰 구멍은 그 고민의 순간이다.
입고 나갈 옷을 아침에 고른다
옷장을 열면 선택지가 너무 많거나 혹은 너무 없다. 날씨 앱을 켜서 최저, 최고기온을 보고, “회사 에어컨이 좀 쌀쌀하던가?” 같은 고민까지 한다. 옷을 꺼내서 입었는데 거울 앞에서 갑자기 마음에 들지 않아 다시 벗고 다른 옷을 꺼낸다. 이 과정이 두 번 반복되면 침대 위는 옷 산더미가 되고, 선택 피로가 몰려와 결국 그냥 처음에 입으려고 했던 거로 돌아간다. 하지만 이때 이미 10분이 사라져 있다.

나갈 때 챙길 것들을 한 번에 찾으려 한다
집을 나서기 직전이 가장 정신없는 시간대다. 이어폰은 어디에든 숨을 수 있고, 지갑은 어제 벗어둔 코트 안에서 발견되며, 출입카드는 언제나 예상치 못한 곳에 있다. 현관에서 신발을 신었다가 “아 맞다 우산!” 하고 다시 들고 나오는 동안 짜증이 올라오고 그만큼 시간이 또 날아간다. 아침의 분주함은 대부분 이 순간에 발생한다.
출근 시간을 낙관적으로 계산한다
출근길은 매일 똑같지만, 출근 소요 시간 계산은 매일 미묘하게 낙관적이다. 지하철이 바로 도착할 거라 예상하고, 환승이 매끄러울 거라 믿는다. 하지만 기적처럼 맞아떨어지는 날은 거의 없다. 지하철 플랫폼에서 문이 닫히는 모습을 바라보는 순간, 이미 안다. 결국 출근길은 우리가 바라는 최단 시간보다 항상 길다는 걸.
‘늦어도 5분 정도’라고 스스로를 위로한다
이 말이 나오면 이미 지각은 확정인 거다. 스스로 위로하지만 사실은 위험 신호에 가깝다. 5분은 어느새 8분이 되고, 출근길에서 지하철 문이 눈앞에서 닫히는 순간 12분이 되며, 회사 도착 후 엘리베이터가 늦게 오는 순간 15분이 된다. 도착하자마자 헐레벌떡 숨을 고르며 “진짜 오늘만 이렇게 살자…”라고 맹세하지만, 다음 날 아침 시나리오는 거의 똑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