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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모시 샬라메와 시계 대결에 나선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

2025.12.18.조서형, Oren Hartov

캐나다 방송인 케빈 오리어리까지. 세 사람은 마티 슈프림 프리미어에서 총 다섯 개의 서로 다른 타임피스를 착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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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사람이 착용한 다섯 개의 시계는 모두 완전히 다른 성격을 지니고 있다. 티모시 샬라메가 고른 시게는 최근 부활한 250년 역사의 덴마크 브랜드 어반 위르겐센의 묵직한 현대적 걸작. 플래티넘 케이스에 직경은 39mm로, 스타 워치메이커 카리 부티라이넨이 설계한 더블 휠 내추럴 이스케이프먼트를 탑재했다. 다이얼에는 18~19세기 고전 시계 제작의 문법과 현대적인 비율을 결합한 화려한 기요셰 패턴이 새겨져 있다.

큰 기대를 모은 영화 마티 슈프림의 뉴욕 프리미어에서, 티모시 샬라메,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 그리고 사업가이자 방송인인 케빈 오리어리는 완벽한 착장과 함께 세기를 남길 만한 시계 대결을 펼쳤다. 오렌지와 파스텔 스카이 블루의 수트만으로도 충분히 인상적이었겠지만, 그들은 곧바로 손목 위의 무기를 꺼내들었다. 어반 위르겐센의 UJ-2와 피에르 발망의 소형 옐로 골드 플레이티드 드레스 워치. 그리고 샤크 탱크의 더블 워리스팅으로 유명한 케빈 오리어리는 두 개의 괴물급 시계를 들고 파티에 등장했으니까. 승자는 누구냐고? 아아. 이건 정말 가리기 불가능하다.

Bedford St.

타일러의 선택은 확실히 이색적이다. 직사각형 케이스에 쿼츠 무브먼트를 탑재한 골드 드레스 워치로, 은빛 다이얼에는 어떤 조각 기법으로 구현된 듯한 플로럴 모티프가 들어가 있다. T바 러그를 통해 그린 컬러의 가죽 스트랩과 연결돼 있으며, 제작 시기는 1990년대 중반. 브랜드 창립 50주년을 기념해 만들어진 애니버서리 모델이다. 흥미롭게도 이 브랜드의 시계 사업은 스와치 그룹이 소유하고 있으며, 1980년대 후반부터 타임피스를 생산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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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이 시계들을 오직 가격표 기준으로만 비교한다면, 샬라메의 UJ-2는 타일러의 ‘패션 워치’를 가볍게 압도할 것이다. 하지만 GQ를 꾸준히 읽어온 독자라면 알겠지만, 우리는 그것만으로 시계 점수를 매기지 않는다. 오히려 시계 수집을 제대로 하고 있다면, 다이얼에 적힌 이름이 무엇이든 상관없이 자신에게 기쁨을 주고 감당 가능한 시계를 사는 것이 정답이다. 무엇보다 타일러는 트렌드세터다. 그의 영향력 덕분에 카르티에로 가득 찬 모나코 레전드 옥션 페이지를 잠시 닫고 발망 드레스 워치를 찾아 나서는 충성스러운 추종자들이 생겨나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특히 타일러는 다이아몬드 형태의 피에르 란니에처럼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대의 시계를 즐겨 착용해 왔다. 이 발망 시계 역시 약 500달러 정도면 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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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미스터 원더풀’은 여기서 밀릴 생각이 없었다. 그는 아예 쌍칼을 들었다. 티미의 정교한 스위스 워치메이킹과 타일러의 의외로 합리적인 선택을 모두 아우르는 조합이었다. 버건디 컬러의 벨벳 디너 재킷 아래, 샤크 탱크 테마의 슈퍼빌런처럼 두 팔을 당당히 드러낸 그는, 전혀 다른 두 브랜드의 미드센추리 드레스 워치 두 개를 공개하며 경쟁을 박살냈다. 하나는 파텍 필립, 그리고… 세이코?! 먼저 왼쪽 손목부터 보자. 오리어리의 왼쪽에는 옐로 골드 케이스의 빈티지 파텍 필립 레퍼런스 2468, 일명 ‘아워 글래스’가 자리하고 있었다. 이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파텍이 집중적으로 제작했던 셰이프드 워치 라인의 대표작 중 하나다. 오른쪽 손목에는 가격 면에서 완전히 다른 시계가 있었다. DC 빈티지 워치의 창립자이자 세이코 전문가인 닉 페럴에 따르면, 이는 세이코의 골드 드레스 워치로, 아마도 ‘슈퍼’ 모델일 가능성이 크다. 파텍만큼의 경매가나 숭배를 받지는 못하지만, 오랜 혁신의 역사와 인하우스 제조, 그리고 뛰어난 디자인을 생각하면 미스터 원더풀이 이 시계를 아워 글래스와 나란히 착용한 것도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진정한 시계 너드인 오리어리는 영화에 맞는 시대 고증 시계를 착용하는 데에도 집요했다. 그는 최근 더 1916 컴퍼니와의 인터뷰에서, 케이스백에 일본 국기가 새겨진 이 특별한 시계를 확보하기 위해 세이코와 협업했던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했다. 오리어리는 원래 세이코 박물관에 소장된 모델을 원했지만, 브랜드 측은 판매에 난색을 표했다. 그런데 대화가 끝난 지 이틀 만에, 그 시계가 선물로 도착했다고 오리어리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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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코가 더 합리적인 가격대의 시계라고 해서, 그 자체의 역사적 매력이 부족한 것은 아니다. 페럴은 이렇게 설명한다. “이런 초기 세이코 드레스 워치들은 스위스나 다른 나라의 무브먼트에 영향을 받지 않고, 세이코가 처음부터 끝까지 인하우스로 설계한 무브먼트를 사용했습니다. 세이코 마블을 개발하며 축적된 기술은 이후 기계식 시계들의 기반이 됐고, 향상된 정확도와 진보된 기능으로 시장을 휩쓴 모델들의 토대가 됐죠.”

이게 끝이라고 생각했나? 아직 아니다. 인스타그램을 보며 보석상용 루페까지 꺼내 들었다면, 타일러가 발망 드레스 워치 외에도 벨트 고리에 포브로 연결된 포켓 워치를 착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챘을지도 모른다. 이는 시계가 더 이상 손목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최근의 흐름과 정확히 맞닿아 있다. 시계는 발목에 착용되고, 목에 걸리며, 심지어 양쪽 손목에 동시에 착용되기도 한다. 혹시 타일러는 오리어리의 더블 워리스팅을 예상하고, 미스터 원더풀이 감히 따라 하기 힘든 패션적 수로 한 수 위를 노린 걸까? 그럴 수도 있다. 아니면 두 번째 타임존을 확인하고 있었던 걸지도 모른다… 진실은 아무도 모른다.

어찌 됐든 한 가지는 확실하다. 마티 슈프림의 LA 프리미어는 할리우드 역사 속에서 최고의 시계 모험담 중 하나로 길이 남을 것이다. 이 영화가 던지는 “꿈을 크게 꾸라”라는 메시지는, 분명 스타들의 손목 끝까지 이어지고 있다.

Oren Harto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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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www.gq.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