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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싱 감성 가득, 태그 호이어의 F1 복귀를 알리는 시계

2025.12.19.조서형, Vivian Morelli

수치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꾸며내지도 않는다. 태그 호이어의 포뮬러 1 복귀 이후 자동차를 테마로 한 시계 판매가 상승했다.

2024년이 시계 시장이 얼마나 트렌드에 좌우되는지를 증명한 해였다면, 2025년의 돌풍 키워드는 단연 레이싱에서 영감을 받은 타임피스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태그 호이어가 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태그 호이어가 포뮬러 1과 다시 공식 타임키퍼로 손을 잡은 것이다. 피트레인에 설치된 커다란 시계들과, 상징적인 레드 베젤의 포뮬러 1이 불러오는 향수가 엄청난 역할을 하고 있다.

워치파인더 & 코의 데이터는 이 열기를 명확히 보여준다. 레이싱 감성 시계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그 선두에는 태그 호이어가 있다. 포뮬러 1 스파클링 모델은 영국 내 판매가 전년 대비 +112% 증가했고, 카레라 레이디스 모델은 중고 시계 전문 플랫폼에서 +104% 상승했다. 시계 업계 용어로 말하자면, 최고 랩타임을 찍고 여유롭게 홈 스트레이트에서 도넛을 도는 격이다.

이런 흐름은 자연스럽다. 올해 모터스포츠 미학은 어디에나 있었다. 카본 파이버 질감, 네온 컬러의 포인트, 스폰서 로고를 전면에 내세운 맥시멀리즘, 그리고 ‘넷플릭스 〈드라이브 투 서바이브〉를 패션으로 번역한 듯한 분위기’까지.

우리는 레이싱 감성 시계에 대한 관심이 왜 이렇게 커졌는지 전문가들에게 물었다. 유튜브 채널 〈Watches ’n Style〉의 **영 브란도는 이렇게 말한다. “90년대가 크게 돌아오고 있고, F1 서킷도 예외는 아니죠. 태그 호이어의 포뮬러 1 복귀, 그리고 F1이라는 엔터프라이즈와 명확한 브랜딩 연결고리를 가진 태그 호이어 시계의 귀환은 그야말로 시의적절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중요한 차이점도 짚는다. “90년대에 자라면서 기억하는 F1은 훨씬 더 유럽 중심적인 스포츠였어요. 하지만 2017년 리버티 미디어가 인수한 이후, 포뮬러 1은 의도적으로 글로벌화됐죠. 현재 드라이버 라인업에는 12개 국적이 포함돼 있고, 개최지는 호주 멜버른부터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미국 라스베이거스까지, 5개 대륙에 걸쳐 있습니다.”

브란도는 스트리밍 시대의 열기뿐 아니라, 새롭게 추가된 개최 도시들에 대한 전방위적 미디어 노출이 F1의 글로벌 존재감을 더욱 가속했다고 말한다. “마이애미와 라스베이거스는 이 글로벌 스포트라이트 아래에서 특히 빛나는 서킷들이에요. 매년 슈퍼볼이 두 번 더 열리는 것과 같은 효과죠. 셀러브리티와 유명 인사들이 등장해 레이싱 테마의 ‘핏’과, 당연히 시계를 과시할 수 있는 무대가 두 번 더 생기는 셈이니까요. 서킷 곳곳에서 목격되는 이런 셀러브리티의 존재, 그리고 다양한 미디어를 통한 끊임없는 노출이 스포츠를 둘러싼 플렉스 문화를 강화하고 확산시키는 데 한몫했다고 생각해요.”

TAG Heuer는 라인업을 세분화하는 방식에서도 영리했다. 키스와의 리바이벌 협업, 포뮬러 1 솔라그래프 등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며 서로 다른 고객층을 공략했다. “모두가 새 카레라 크로노그래프를 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모나코 라트라팡트에 수억 원대를 쓸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요. 하지만 약 250만~260만 원 선이라면, 이 축제에 참여하고 싶어 하는 훨씬 더 넓은 대중이 존재합니다. 이제 포뮬러 1은 레이스 그 자체만큼이나 트랙 밖의 스펙터클이 중요해졌어요. 더 화려한 불꽃놀이를 곁들인 이동식 글로벌 패션 위크 같은 거죠. 태그 호이어는 그 에너지에 정확히 올라탔고, 억만장자 팀 오너가 아니어도 접근할 수 있는 입구를 팬들에게 열어줬습니다.”

시계 컬렉터 노먼 섹 역시 같은 의견이다. F1과의 재결합이 올해 판매 급증의 원동력이었는지 묻자, 그는 망설임 없이 답한다. “단연코 그렇습니다! 포뮬러 1과 태그 호이어의 관계는 늦었지만 당연한 재회처럼 느껴졌어요. 사실 태그 호이어는 F1 스폰서십의 선구자이자, 1986년에 실제 ‘F1’이라는 이름의 시계 모델을 다양한 컬러와 소재로 출시한 브랜드이기도 하죠. 이번 재결합은 말 그대로 모든 별이 제자리에 놓인 경우입니다. 판매 수치가 극적으로 개선된 것도 전혀 놀랍지 않아요.”

그렇다면 이 트렌드는 2026년까지 이어질까? 모든 신호는 ‘그렇다’는 답을 가리킨다. 레이싱 문화는 계속해서 패션 무드보드를 지배하고 있고, 포뮬러 1은 블록버스터급 개최지를 계속 추가 중이다. 그리고 태그 호이어는 적절한 향수 자극 하나가 클래식을 어떻게 ‘머스트 해브’로 바꿀 수 있는지를 이미 증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