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마시려고 뛰는 건데.

러닝이 끝나고 마시는 시원한 맥주 한 캔, 온몸에 피가 쭉쭉 도는 느낌이 든다. 콜라 마신 추성훈처럼 포효하듯 우렁찬 트림까지 내뱉고 나면, 그제야 호흡도 트인다. 근데 건강에는 괜찮을까?
러닝 직후, 몸은 회복 단계로 들어간다. 땀으로 수분과 전해질을 잃고, 근육에는 미세 손상이 발생하며, 글리코겐 저장량도 감소한 상태다. 이 시기에는 수분 보충과 탄수화물·단백질 섭취가 우선이다. 운동생리학에서는 운동 후 30~60분을 회복의 핵심 구간으로 본다.
맥주가 문제 되는 지점은 알코올의 특성에 있다. 알코올은 이뇨 작용을 촉진해 체내 수분 배출을 늘린다. 이미 탈수 상태에 가까운 러닝 직후에 맥주를 마시면 수분 회복이 지연된다. 또한 알코올은 근육 단백질 합성을 억제하는 경향이 있어 근육 회복과 성장 측면에서도 불리하다. 미국스포츠의학회 역시 운동 직후에는 알코올보다 수분과 영양 보충을 먼저하라고 권고한다.

그렇다고 러닝 후 맥주가 절대 마시면 안 되는 독극물 같은 존재일까? 상황에 따라 답은 조금 달라진다. 러닝 직후가 아니라 충분한 수분 보충과 식사를 마친 이후라면, 소량의 맥주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 다음 날 강도 높은 훈련이 없고 회복 시간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면, 심리적 만족을 위해 한 잔 정도는 괜찮다. 알코올 도수가 낮은 맥주 1캔, 약 330ml 정도가 상한선이다.
러닝 후 맥주를 꼭 마셔야겠다면 몇 가지 원칙을 지키자. 먼저 물이나 이온음료로 수분을 충분히 보충하기. 다음으로 탄수화물과 단백질이 포함된 식사하기. 그리고 도수가 낮은 맥주로 소량 마시기. 마지막으로 수면의 질을 해치지 않도록 너무 늦은 시간에는 마시지 않기. 건강해지려고 뛰는 건데, 이 정도만 지켜줍시다. 우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