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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앤몰트’ 도정한 대표에게 듣는 수제 맥주 이야기

2021.07.04신기호

‘핸드앤몰트’ 도정한 대표와 만나 맥주를 마시며 맥주 이야기를 나눴다. 한국 1세대 브루어에게 듣는 그때와 지금의 수제 맥주 이야기.

GQ 맥주를 정말 맛있게 마셔서 인터뷰를 진행하기가 힘들 정도예요.
BD 하하. 정말 맛있어서 그래요. 팁이라면 여기 거품에 밴 향과 함께 마시면 더 맛있거든요.
GQ 대표님이 처음 만든 맥주는 어떤 맛이었어요?
BD 1990년 겨울이었는데, 제가 미국에서 한국으로 들어올 때 수제 맥주를 만들 수 있는 키트 두 개를 가지고 왔어요. 당시 반지하에 살았는데, 자연스럽게 습도랑 온도가 맥주 만들기에 너무 좋은 거죠. 맛있는 맥주가 나올 수밖에 없었어요. 소량이었지만 너무 맛있어서 기억하려고 이름도 지었죠. ‘반지하 에일’이라고.
GQ 신기해요. 맥주를 집에서 뚝딱 만들 수 있어요?
BD 수제 맥주를 만들 수 있는 ‘키트’ 덕분에 시도해 볼 수 있었어요. 단순화된 방법이지만, 어느 정도 맥주를 만드는 과정을 이해할 수 있었어요. 그때 처음 맥주를 만들면서 ‘아, 이거 과학적으로 접근해야겠구나’, ‘분명한 데이터가 있어야겠구나’를 깨달았던 것 같아요. 그리고 지금까지 그 두 가지는 양조를 준비할 때 반드시 지키는 원칙이 됐고요.
GQ ‘과학적인 방법’, ‘분명한 데이터’, 지금부터 굉장히 머리 아픈 얘기가 나올 것 같은데요?
BD 제가 핸드앤몰트를 운영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두 가지가 있어요. 첫 번째는 가장 좋은 원료를 사용하는 것, 두 번째는 맛의 일관성인데, 조금 전에 말한 과학적인 접근이나 분명한 데이터 없이는 이 모두를 지켜내기가 어려워요. 특히 맥주의 맛을 지켜내는 건 굉장한 노력이 필요한 일이라서 과정이 엄격하지 않으면 어제 마신 맥주와 오늘 마시는 맥주의 맛이 전혀 다르죠.
GQ 그럼 여기 지하에 있는 ‘브루랩 Brew LAB’은 실제로 그런 엄격한 과정이 이루어지는 공간이겠네요.
BD 이름 그대로예요. 이곳에서 실험적인 맥주가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양조 과정은 정확하고 엄격하지만, 그 결과는 다양하길 바라요. 실패해도 괜찮아요. 브루랩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과정이 곧 핸드앤몰트의 재산이라고 생각하니까. 이곳 양조 공간을 ‘랩’이라고 지은 이유도 거기에 있어요.

GQ 대표님이 생각하는 펍 문화는 어떤 모습일까요?
BD 2014년, 처음 핸드앤몰트를 시작한 이유 중 하나는 우리나라 술 문화를 좀 바꿔보고 싶었어요. 얼마나 많이 마시느냐, 오래 마시느냐 같은 대결 문화가 싫었거든요. 천천히 마시면서 즐길 줄 아는 건전한 술 문화를 만들고 싶었죠. 핸드앤몰트의 맥주가 그런 술 문화를 만드는 데 다리 역할을 했으면 좋겠어요. 핸드앤몰트 펍도 그런 공간이길 바라는 마음에서 여유롭고 자유로운 무드로 꾸몄고요.
GQ 요즘 맥주가 정말 다양해요. 그래서 행복하고요.
BD 맞아요. 맥주를 즐길 수 있는 방법도 그만큼 다양해졌고요. 계절이나 날씨, 함께 준비된 요리, 함께하는 사람들 등 이런저런 상황에 따라서 떠오르는 맥주가 다 다르죠. 선택지가 많아졌다는 건 정말 좋은 일이에요. 건전한 경쟁을 통해서 더 나은 결과가 생겨나니까. 수제 맥주를 만드는 저도, 핸드앤몰트라는 브랜드에도 맥주 시장이 더 커지고 다양해지는 건 분명 즐거운 일이에요.
GQ 이렇게 커져버린 맥주 시장 속에서 핸드앤몰트가 가진 힘은 뭐라고 생각해요?
BD 진정성이죠. 맥주의 품질을 지키기 위한 과정도, 맥주를 만드는 브루어들의 마음가짐도 모두 진심을 갖고 임해요. 예를 들면, 맥주를 만들 때 가장 기본이 되는 맥아는 땅에서 자라잖아요? 사람이 개입할 수 없는 영역이죠. 그해 날씨나 환경에 따라 맥아의 상태가 결정되니까. 그래서 좋은 맥아를 확보하려면 어느 나라든 찾아가야 하고요. 지금도 미국, 영국, 호주, 독일, 체코 등 10개국 이상과 거래하고 있어요. 가장 좋은 맥아를 확보하는 일은 어쩌면 진심 없인 어려운 일이죠.
GQ 핸드앤몰트가 계획 중인 또 다른 그림들이 있겠죠?
BD 앞으로는 한국 문화를 함께 보여주고 싶어요. 그 내용이 ‘한국형 수제 맥주’같은 타이틀이 아니고, 한국 문화를 느껴볼 수 있는 지역이나 공간에서 핸드앤몰트를 더 많이 소개하고 싶어요. 장인정신, 진정성과 같은 키워드로 협업을 해볼 수도 있겠고요. 실험적인 맥주를 만들 듯이 핸드앤몰트를 만날 수 있는 곳에 대한 고민도 실험적으로 해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GQ 가장 먼저 만나볼 수 있는 공간은 어떤 모습일까요?
BD 가장 가까운 계획으로는 ‘핸드앤몰트 홉 농장’이 있어요. 이곳에서 맥주가 만들어지는 과정부터 추출까지 전부 만나볼 수 있게 준비 중이에요. 한국에서는 최초이지 않을까 싶어요. 가능하면 클래스도 같이 운영하면서 직접 수제 맥주를 만들어보는 기회도 제공하려고요. 봄에 홉을 생산하기 시작해서 1년 중 가장 신선한 맥주가 만들어지는 계절이 9월 말쯤인데, 그때까지 맞추려면 부지런히 준비해야겠네요!

    에디터
    신기호
    포토그래퍼
    윤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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